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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Jun 29. 2024

저출산에 대해

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의견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흡한 사회 복지 등을 이유로 들며 출산장려금을 주고 육아휴직 제도를 정비하고 각종 혜택을 주려 한다. 이런 재정적 문제만큼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출산 이전에 결혼을 안했고, 결혼 이전에 연애를 안했으며, 연애 이전에 만남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좀 더 거침없이 말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독박육아' '퐁퐁남' 같은 말을 하면서 결혼이 남자에게 손해다, 혹은 여자에게 손해다라며 싸우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적 접근도 존재한다.  만혼과 고령출산이 출산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  결혼과 자녀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 개인의 사회적 효능감이 줄고 심지어 평균적인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졌다는 것 등등.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의 유일하고 근본적인 원인 한 가지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정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 없는 규정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저출산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변화이고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충격이 너무 크지 않도록 완충작용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말하자면 우리는 돛단배에 탔고 이미 동남풍은 불고 있다. 우리는 북서풍을 만들 수는 없지만 돛단배가 너무 빨리 가다가 암초에 부딪히지 않게 하고 동남풍이 이끄는 곳에 도착했을 때를 대비할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는 저출산의 다양한 원인이 중요하다. 그 원인들을 관리해서 저출산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저출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생각해보면 저출산이란 누가 출산과 결혼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으로 비혼과 무자녀가정을 선택하는 것 뿐이다. 한 개인으로서는 자신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한 것일 뿐인데 그게 어떻게 사회적인 문제로 연결이 되는 것일까.


첫 번째로 이유는 고령화이다. 저출산은 평균 수명의 연장과 더불어 고령화를 가속시킨다. 그렇게 되면 노동 인구에 비해 피부양자가 많아지고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세율의 몇 배를 걷어야하며 전반적인 사회적 비용 역시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 사회는 경제적인 활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가 80년대 급속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로 일본이 한 발 먼저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것도, 현재 베트남이 경제적 잠재성을 고평가 받는 것도 국민의 평균 연령이 젊다는 것이 하나의 큰 요인이었다.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조다. 현재 한국의 모든 인프라는 인구 5000만명 규모를 상정해서 만들어졌다. 만약 현재 0.7 수준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인구는 급감한다. 그렇게 되면 건물과 도로는 즐비한데 사람은 살지 않는 유령도시가 속출하게 된다. 전교생이 한 자리수인 학교들이 문을 닫고 이어서 병원, 도서관, 치킨집 할 것 없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모두 사회적인 문제이고 어느 누구도 개인적으로 받아들일만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당장 일어나는 문제도 아닌만큼 충분히 '뭘 벌써부터 그래. 걱정을 사서 하는구만.' 이라는 말을 할만도 하다. 실제로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외국인 이민자에게 입국 문을 넓혀 인구 감소를 완화하는 방법도 있으며, 모종의 기술 발전이나 사회 변화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도 가능하다. 


다만 비혼과 무자녀는 개인적 측면에서도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존재한다. 다만 우리 사회에는 그러한 장단점을 비교해 말해줄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 윗 세대는 2명대의 출산율을, 그 윗 세대는 4명대의 출산율을 겪어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결혼과 다자녀는 알아도 비혼과 무자녀는 모른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잘 사는 사람들은 조용히 사는 반면, 문제가 있는 사람은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면에서 현 사회는 다자녀의 문제점은 과장되고 무자녀의 문제점은 묻힌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균형적인 조명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누군가는 말한다. '오히려 저출산을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 더 저출산을 심화시킨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출산을 아예 덮어둘 수는 없다.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논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어찌 돼었든 저출산이 문제라는 인식은 이미 광범위하게 자리잡았다. 이제와서 덮어둔다는 것은 최선도 아니고 덮을 방법도 없다. 


다른 방법이 있다. 앞으로 출산율이 더 떨어져서 큰일 날 거고, 출산 안할만한 이런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이런 논의를 하는 대신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출산율이야 어떻게 되든 사회는 잘 돌아갈거고, 출산이 생각보다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식의 논의를 하는 것이다. 


없는 말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실제로 출산율이 어떻든 사회는 잘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가 있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 지금 사회의 보편적 인식보다 더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출산율 하락이 사회붕괴와 경제적 몰락을 가져올 듯이 공포 마케팅을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그래 내가 책임지고 아이를 낳아 이 사회를 구해야지!'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어휴 이 무서운 세상. 역시 내 한 몸 챙기기도 힘들어.' 같은 마음을 먹게 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지금 사회는 사회적으로는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이 문제이고 개인적으로는 출산을 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동시에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오히려 장점이 있을 수도 있으며 출산을 할만한 충분한 이유 역시 있다는 점을 균형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출산율과 유자녀가정을 보게 되면 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내 개인적으로는 출산율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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