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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Jun 29. 2024

돈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다는 미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11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0%가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를 꼽았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다양한 문제가 지목되지만 그 중 경제적 문제는 가장 빈번하게 꼽히는 원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경제적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한 번 파헤쳐보자. 


2022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연 소득은 6790만원이다. 그리고 육아정책연구소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아이 없는 가구가 월 평균 생활비로 220만원을 지출하는 반면 영유아 아이가 1명 있는 부부는 월 평균 293만원을 지출한다. 


영유아 아이가 한 명 있으면 약 73만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그것은 자녀가 없는 신혼가구가 생각하는 예상 양육비이다. 202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가 무자녀 가구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출산 시 자녀 1명당 월평균 예상 양육비를 100만원 이상 ~ 150만원 미만으로 에상한 사람들이 37.0%로 가장 많았으며 200만원 이상이 29.0%로 뒤를 이었다. 15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이 18.7% 이었고 마지막으로 100만원 미만으로 예상한 사람이 15.3%로 가장 적었다. 약 15%의 사람만 실제 양육비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양육비보다 예상 양육비를 과대평가 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29%는 실제 양육비의 3배 이상의 지출을 예상하고 있다.


아이가 나이를 먹을 수록 양육비가 증가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1년 가족과 출산조사에 따르면 영유아의 양육 비용이 60만6000원이고 초등학생은 78만5000원 중고등학생은 91만9000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무자녀가구가 예상한 양육비와는 거리가 있다. 


아이를 낳음으로서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경제적 부담이 과대 평가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인 것이다. 


경제적 부담을 다른 각도로도 볼 수 있다. 출산률이 평균 2명대였던 80년대에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평균 소득과 자산이 지금 신혼부부에 못미치는 상태로 육아를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지금은 교육비, 통신비, 문화생활비 등 육아비용 부담이 훨씬 커졌습니다.’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 당시에도 식비, 주거비, 피복비, 의료비 등 경제적인 부담이 존재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고려하면 요즘이 더 부담된다고 확언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80년대 당시 신혼부부의 소득과 자산은 꾸준히 증가했고 그 당시 신혼부부였던 현재 50대의 평균 자산은 5억원대다. 


여기서 하나 재밌는 사실이 있다. 상속 및 증여 금액 또한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을 느꼈다는 사실과 상속 및 증여액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종합해보면 힘들게 아껴서 모두 남겨 놓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말은 즉, 평균적인 사람들은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잃을 것은 유산의 액수가 적어지는 것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한 발 더 나아가보자. 경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돈을 아끼는 것의 결과는 유산의 증가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서 경제적 부담을 피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유산을 많이 남기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없으면 유산을 물려줄 곳도 없다. 


물론 경제적으로 왕성히 활동할 수 없는 나이에 돈을 가지고 있는 다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일이다. 다만 이러한 통계는 경제적 부담을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도 일반적으로는 자산이 몇 배로 늘어났으며 늘어난 자산의 많은 부분을 살아 생전 쓰지도 못했다는 사실 말이다. 


노인 빈곤율이 반례로 제시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청- 으로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노인 빈곤 사례는 우리의 경제적 부담감을 더 부추긴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1930년대 후반 출생자를 기준으로 50%이상을 기록하고 점점 줄어들어 50년대생은 18% 수준으로 OECD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는 30년대 생이 50년대생 보다 20년 더 비경제활동인구로 지내왔기 때문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지금의 30년대생은 5년 전에도 50%이상의 빈곤율을 기록해왔고 40년대생은 30%수준의 빈곤율 50년대 후반생은 10%대의 빈곤율을 기록해왔다.  비경제활동인구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빈곤율이 증가하는 경향성은 있으나 그보다 더 큰 세대별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 빈곤은 사회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를 몇 명 낳는지와 별 관련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노인빈곤을 보며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대가 다른 것이다. 실제로 노인 빈곤율은 줄어드는 추세이며 그것은 빈곤율이 낮은 새로운 세대가 노인층에 진입하며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출산을 꺼리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그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일부 문제를 과장되게 생각하거나 실제보다 더 두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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