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쿠터 탈래."
시간은 저녁 8시 반. 밖은 이미 깜깜했다. 이미 꾸스는 목욕을 마쳤고, 내복을 입은 상태다. 하루 하루의 리듬을 지키며 루틴을 만들어내는 것도 무척 중요하고, 때로는 "안된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도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의 눈빛이 간절하다. 안될 것은 또 뭔가.
내가 망설이는 사이 아이는 쪼르르 아빠에게 달려갔다. 때로, 엄마가 안된다고 해도 아빠만큼은 허락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그런 녀석이다. (현명하다).
"아빠, 나 스쿠터 탈래."
"그래? 그럼 옷 입고 나가자! 까짓것."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밤 8시 반, 가라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섰다. 가을밤이 조금 서늘했다. 남편은 앞에 서서 스쿠터 타는 아이와 함께 달리고 나는 그 뒤를 냅다 따라 달렸다.
"대신 세 바퀴만 도는 거다?"
"응!"
하늘엔 손톱달이 보였다. 시원한 밤 공기를 가르며 그렇게 우리는 달렸다. 옛날에 광수 생각이었나. 사랑이란 달밤에 체조를 하자고 해도 미친 척 같이 하는 거라고. 그 말 뜻을 이제야 알겠다. 한 번, 조금 늦게 자는 대신, 미친척 스쿠터를 타자는 아이의 요구에 응하며, 우리 가족은 추억을 쌓았다. 매 순간마다, 아이에게 소중한 유년기를 심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하나의 요구를 들어줄 땐 큰 틀 속에서 규칙을 정해 약간의 제한을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밤이니까 세 바퀴만 돌자는 그런 작은 제한.
하지만 아이는 아니나 달라 세 바퀴를 돌고 나자 슬그머니 네 바퀴를 돌려고 나섰다.
"우리 늦었으니까 깜깜해서 세 바퀴만 돌기로 했지? 대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또 타러 나올까?"
그러자 아이는 수긍하며 집으로 향한다. 세 살이어도, 차분하게 규칙과 이유를 알려주면, 아이는 따라 온다. 큰 틀에 수긍하며 그 안에서 맘껏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달밤에 미친 척 스쿠터를 타고 냅다 달린 세 식구. 집에 들어오니 아이는 만족해하며 오히려 금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