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7. 새벽 퇴근길
MZ 사회초년생 이야기
요즘 애들은 열정적이지 않다고~
택배일을 하다 보니 정육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류센터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적재되어있었기 때문에 각 재품 군마다 순환율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볼 수 있었다. 인상 깊게 본 제품군이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가구류였고, 두 번째는 육류였다.
가구류는 유행을 많이 타는 제품이다.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박리다매로 제품을 찍었을 때 수익이 나는 품목이다. 동면의 양면성 같은 제품군이다. 물류 소 입장에서도 애매하다. 순환율이 높으면 그만큼 수익이 나지만, 아닐 경우에는 적재공간과 기간을 상당히 잡아먹는 제품이다. 가구 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시장에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샘과 현대리바트와 같은 우리나라 굴지의 가구업체들은 어떻게 영업을 할지 궁금하여 안내책자를 찾아보니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가구만을 판매하지 않았다. '리하우싱' 즉 리모델링 사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가구도 판매하였다. 가구류 영업을 할 것이라면 한샘과 현대리바트 대리점에서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얼리지 않은 신선한 생고기에 대한 수요에 맞춰 물류센터들의 육류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손익 비율이 좋았다. 만약 순환율이 좋지 않다면 고기를 얼리면 그만인 문제였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분야였지만 괜찮은 사업성인 것 같았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지도 어플을 켜서 우리 집 인근의 정륙점들을 검색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큰 정육점이 눈에 보였다.
물류 일을 안 하고 쉬는 날 천천히 생각을 해보았다. 현대리바트 또는 한샘에 취업을 해서만 취급해 볼 수 있는 가구류 영업과 집 앞 큰 정육점에서도 배울 수 있는 정육업. 눈앞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자고 마음먹은 나에게는 쉬운 선택이었다.
이튿날 집 인근 정육점에 손으로 쓴 입사 제안서를 들고 돌아다녔다. '심리학'전공에 '행정학'복수전공, '경영학'을 대외활동으로 배웠다고 쓴 나의 이력서는 '사장님의 가게를 만족할 만큼 성장시키겠습니다. 최저시급의 아르바이트비만 주시면 만족할 성과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장이 첫 문장이었다.
9차례쯤 퇴짜를 먹고, 한 군데 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참 감사한 사장님이다. 현재의 나보다 미래의 나를 바라보고 계셨고, 나의 태도를 높이 사주셨던 분이시다. 정육점 캐셔가 한 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셨고, 정육일을 배울 생각이라면 가르쳐 줄 의향이 있다고 말을 건네주셨다.
면접이 끝나고 알바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요즘 애들은 열정적이지 않다던데..'라는 혼잣말을 하던 사장님이 눈에 그려진다.
난 반댈세
자식이 자그마한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부모들은 반대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이유는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 큰 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절차와 협력관계 순서라는 것이 있다.
- 큰 기업에서는 더 큰 비즈니스들과 상황에 맞닥 드리게 되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작은 쪽과 큰 쪽 둘 다 경험을 해본 지금이라면 둘 다 맞는 말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만약 내 동생이 나에게 와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데 그 일을 조그맣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라고 말을 한다면 난 고민의 여지없이 작은 거여도 좋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추천할 것이다.
큰 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해보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내가 어떻게 해내고 싶은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그저 안락하고 큰 기업을 간 이가 있다면, 그 후 계속해서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맞다.'로 답이 나와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으니 비용이 크고, '아니다'로 나왔다면 진짜 큰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작게나마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이런 내 생각을 듣고도 반대를 외치셨다. 이미 충분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집중해서 성취를 할 때라고 판단을 하신 거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외쳤다. 아직 나에게 맞다고 생각되는 산업군에서 일을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에 몰두를 해본 경험이 없기에 지금 나에게는 몰입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을 했다. 결국 "그게 뭐든 한번 해봐~" 라며 피식 웃는 아빠를 볼 수 있었다.
새벽 2시 퇴근길의 꿈 맑던 하늘
요즘 mz 친구들이 열심히 안 한다고 누가 그러는가? 열심히 안 한다고 하면 좀 서운할 친구들이 너무 많다. 우리는 정확히 '선택을 잘하지 못하는' 친구들일뿐이다. 기성세대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보다 우리는 많은 선택권을 쥐고 시작한다. 직업군도 다양해졌고, 사회 라이프스타일도 정말 다양해졌다.
그렇게 다양한 선택권 중에서 주도적으로 선택을 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과 수동적으로 타인에 의해 선택을 해왔던 친구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선택을 한다고 해도 고민하고 뒤돌아보는 시간이 많을 뿐이다.
정육점에서 일을 했을 때 진짜 열심히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낸 경험은 다음 챕터에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주말 출근으로 시작해서 평일에도 일하러 나오고, 새벽까지 매장 운영에 대해서 사장님과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하였었다. 나중에는 막걸리 한 브랜드를 선택해서 매대에 진열하는 것까지 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계약서상 퇴근시간은 8시였지만, 새벽 2시에 퇴근하는 날이 빈번했다. 나중에 퇴직을 한 이후에도 사장님께 추가 수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그 당시 나에게 추가 수당보다는 매장을 조금이라도 내 맘대로 운영해 볼 수 있는 운영권이 더 값비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Z인 우리들 중에는 진짜 일에 열광하며 빠져들만한 친구들이 눈에 보인다. 이런 친구들을 고용해서 같은 팀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기성세대 사장님들의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좋아한다.
우리가 일을 하며 그 일을 같이 할 때의 성공한 모습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MZ 그뿐만이 아니라 MZ 할아버지까지도 통섭하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