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시작하는 동생에게 5가지 조언을 주고 싶다. 아니 정확히는 하고 싶었다. 다음 메모들은 내가 정육점에서 새벽 2시에 퇴근하던 날들 속에서 동생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적었던 것들이다.
물론, 내 동생은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나 또한 지금까지 동생이 요청할 때까지 조언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언젠가 동생에게 꼭 이 말들이 필요한 날 내가 까먹을까 봐... 또는 동생이 나에게는 말을 못 하고 앓다가 인터넷 속에서 답을 찾았을 때 우연히라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남긴다.
직무 - 산업 - 직장 순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취업을 준비해보니 자꾸만 직장부터 보게 된다. 내가 저 회사를 다니고 있는 모습, 저 사원증을 목에 맨 모습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런데 나한테 유혹적인 직장은 다른 이들에게도 유혹적이다. 그들보다 내가 갖고있는 강점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때 나는 해당 직장이 속해 있는 산업군을 생각했다.
해당 산업군의 이슈들이 무엇인지, 어떤 이슈들이 있고 이러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인재들은 어떤 인재들인지. 특히 그 인재들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집중해서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러한 연구를 하면서 해당 산업군에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를 분석했다.
해당 인재들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이들은 해당 산업군이 아닌 다른 산업군이었어도 통용될만한 무언가 들을 갖고 있었다. 정육 영업인이면 정육뿐만이 아닌 다른 산업군으로 진출했어도 마땅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이였다. 다만, 영업이 아닌 재무, 인사를 갔어도 성공했을까에 대한 여부에는 의문이었다.
결국 해당 직무에 걸맞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회회에서 내가 원하는 직무를 지원해보고 해당 직무에서 종사하는 분을 직접 찾아뵌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돌이켜서 다시금 보니 내가 했었던 이 순서를 뒤집어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직장-산업-직무'순으로 고민을 하였으니 내 동생은 직무-산업-직장 순으로 고민을 하였으면 좋겠다.
돈을 너무 경한 시 하지 마라
이전 글들에서 밝혔듯이 나는 맨 처음 교육계열에서 전공 공부를 하던 사람이었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는데 그것은 돈을 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돈을 바라는 순간 본 의도와는 어긋나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학교 선배들에게 배웠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직업을 처음 고르는 너에게는 크게 잘못된 말이라고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첫 번째 직장, 두 번째 직장에서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연유는 전부 달랐지만, 마지막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이 급여받고 하는 일은 밖에도 있는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방을 구하고 타지 생활을 했을 때 사표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과감하게 지금 하는 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이유도 통장에 찍히는 급여 때문이었다. 실제로 청년 1명이 검소하게 산다고 가정했을 때 월 70만 원이면 자취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 (대신 엄청 빠듯하다.) 어떤 청년들은 가끔 이러한 상황을 '알바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데 결론을 내지만, 꿈이 없이 사는 걸 산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꿈은 거창하게 무언갈 이룩하는 것이 아닌 '미래가 기대되는 삶이 있는가?'에 대한 유무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취업준비기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난 동생에게 그 땅은 '죽음의 땅'은 아니지만,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위태로운 땅'이라고 말을 하고 싶다. '독립심을 기르겠다.', '나의 방향타를 잡겠다'와 같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충족요건이 어떤 것인지 명확한 것을 목표로 하고 취업준비시기에 있기보다는 'ㅇㅇ직무에 ㅇㅇ경험을 하겠다.' 또는 'ㅇㅇ산업군의 ㅇㅇ을 ㅇ개월 동안 직접 해보겠다.'와 같은 실질적인 목표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를 두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지금 당장 나가는 비용에 크게 현혹되지 않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미래를 위함이다.
취업준비도 돈이 들어가는 전쟁이다 보니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돌이켜서 내가 한 취업 준비들을 보았을 때 ㅇㅇ시험, ㅇㅇ자격만을 준비하고 현장에서의 경험이 없다면, 나중에 합격하고도 '이 길이 아닌가'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있다면 다르다. 경험이 있다면 사전에 '이 길이 아닌가 병'을 예방주사처럼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중에 자기소개서, 면접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서류 합격하고나서야 자소서, 면접이 있는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게 채용이다.
너는 백수일 시간이 많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훅 치고 들어와서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나는 요즘 되뇌며 살 고 있다. 어제자 뉴스를 보니 3040세대도 명예퇴직 후보라는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1년 전쯤에는 90년대 생들도 명예퇴직 후보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아마 내가 있는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다르게 우리에게는 평생직장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을까 아마 어떤 조직에 속해있다가 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가 다시 속해 있다가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운이 좋게 그런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봤다.
내가 아는 한 이러한 자율도를 보이는 곳은 두 개의 업계가 있는데 하나는 IT 업계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육업계'이다. 둘의 공통점은 근로자들이 전문기술을 갖고 있음으로써 본인의 몸값에 맞게 회사를 다닌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러한 모습은 모든 직무, 모든 계열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이런 불안이 올라올 때면 정육점에서 같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했던 큰형 이야기를 생각한다. 큰 형은 정육업계도 잘 어울리지만, 무력을 쓰는 직종에 있었어도 잘 어울릴 법한 캐릭터다. 그런 그가 한 직종에서 길게(10년)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였지만, 크게 본인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지도 않았다. 하루는 가게에 놀러 갔다가 형이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형은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다.
다음 일자리를 미리 구했구나 싶었지만 그런 계획도 없었다. 다만 '당분간 쉬면서 다시금 일 할 준비를 해야지'라고 말하고는 그동안 본인이 쉬는 날 없이 일하며 번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이야기해주었다.
형이 대단한 기술을 갖고 있어서 일이 없는 시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형은 일이 없는 빈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한 여유를 형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 경험 저 경험을 통해서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참.. 이 여유는 나도 배우고 싶다.
네가 걸어온 길에 답이 있다
결국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는 내가 걸어온 길에서 답을 찾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경험이나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즘도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난 내가 다른 쪽으로 발을 돌렸던 경험이랑, 더 큰 무언가를 얻기 위해 힘든 일을 감수했던 경험을 돌이키고는 이번에 나는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한가 생각한다. 이렇게 돌이켜서 찾아볼 수 있는 경험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걸음을 쉽게 막 찍은 듯한 감이 있다.
막 사회를 나온 사회초년생이 하는 경험은 하얀 눈 위에 찍히는 발자국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발 한 발 너무 고심해서는 결국 하얀 눈밭이지만, 너무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면 돌이킬 것도 안 남는다.
나는 그 발자국 찍기를잘하지 못했지만, 올곧게 네가 추구한 무언가를 쫓아 왔다면 분명 나보다 더 멋진 발자국 들일 것이다.
뜻을 갖고 직업을 고르되 '그 직업'의 뜻이 아닌 '너의 뜻'이 있기를 바란다.
결국에는 이 길도 '나'가 제일 중요한 듯하다.
직무를 선택한다. 직업을 선택한다. 돈을 너무 경한 시 하지 않는다 등 다 좋지만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나'라는 모습이 있어야 이것들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어떠한 직업을 고르며 이 직업에 맞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는 하는 듯하다.
복지 계열에서 일하면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고, 마대자루 하나를 팔면서도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이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