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고전에서 길을 발견한다.
CS는 고객만족이다.
그래서 CS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고객센터, 콜센터와 같은 구매 사후 관리, 교환, 반품 등을 처리하는 프로세스이다. 하지만 CS는 단순히 구매 사후의 경험을 관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 재화 또는 서비스를 구매한 사용자가 어떤 요인에서 만족을 느끼는지 측정하여 구매 경험의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만족도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후 얼마나 만족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은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방식과 만족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적이고 기술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만족도를 측정하게 된다.
개인이 주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측정 수준을 객관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첫번째 통계적 접근은 '중심 극한 정리'이다. 단순하게 말해 많은 사례가 모일 수록 평균, 중앙값과 같은 기초통계값이 대표성을 갖기에 충분해진다는 것이다. 통계학적으로는 표본이 30개 이상이면 t-분포가 아닌 정규분포를 근사할 수 있다. 정규분포가 중요한 이유는 평균이 0, 표준편차가 1인 표준정규분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정규분포의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가 수능에서 자주 접한 표준점수인데, 이 표준점수를 통해 서로 다른 문제를 푼 학생들의 등위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만족도도 마찬가지로 주관적인 점수가 표준화되어 비교 가능한 정량화된 통계 처리가 가능해진다.
두번째 통계적 접근은 요인분석과 가중평균이다. 요인분석은 추상적 변인을 측정하기 위해 조작적으로 정의 가능한 복수의 변인을 생성하고 각 변인이 얼마나 타당하게 추상적 변인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모델링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만족도는 직접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만족도를 구성하는 요인을 구성하고 각 요인이 만족도에 결과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계적인 방법에 따라 구현한다. 보통 만족도를 구성하는 요인은 구매 전 기대 수준, 인지된 가격 대비 품질 수준, 경험된(혹은 지각된) 품질 수준 등이다. 최근에는 구매 전 기대 수준 역시 추상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한 절대적인 품질 수준과 가격 대비 품질 수준으로 만족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요인분석에서는 가장 설명력이 높은 회귀계수 값을 찾기 때문에 각 측정요인이 만족도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중평균 방법을 차용하게 된다.
이렇게 다소 복잡다단한 방법으로 구해진 만족도에 대해 한 번 더 모델링을 하게 된다. 바로 앞서 측정했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용자의 경험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임팩트가 높은 요인을 찾는 작업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CS와 CX는 다소 구분이 모호해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두 방법론은 같은 결론을 찾기 위해 서로 다른 곳에서부터 출발한 탐험가와 같다.
품질요인을 찾을 때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탐색 과정에서의 경험, 결제 과정에서의 경험 등을 세분화한다. 보통 얼마나 쉬웠는가, 얼마나 신속했는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등을 평가하게 된다. 만일 생명보험 상품이라면 설계사, 상품약관 및 증권, 청약 등 세부적인 계약 과정을 정의하고 각 과정에서 요인들이 얼마나 구매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도록 한다. 결국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측면에서 구매한 재화나 서비스에 만족하게 되었는지를 과정적인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CS는 어떤 측면에서 유용할까?
먼저 실제 구매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즉, 그로스 해킹 또는 마케팅의 측면에서 실제 목표로 하는 행동은 구매이기 때문에 구매를 경험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사용함으로써 가망 고객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적합한 전략을 찾을 수 있다. 구매한 사용자가 직접 만족도를 보고하고 각 품질요인에 대한 만족수준을 평가하기 때문에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통해 액션플랜을 도출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디지털화와 관계 없이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CX는 사용자의 각 접점에서부터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따라서 구매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에 대해 로그를 심지 않으면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얻기 어렵고 가설 설정과 검증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반면 CS는 구매라는 결과값으로부터 과정을 추론할 수 있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디지털화 되지 않은 산업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예측/추천 로직과 관련하여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용자 개인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구매 가능성이 높은 추천은 이전에 그 사용자가 무엇을 구매했는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보다 신뢰도 높은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CS가 세상에 나온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구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두가 CX를 말하고 있으니 당연히 CX를 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고전에서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근데 그러면 CX로 넘어갈 이유가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