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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의 고집

약 먹는 거 원래 싫지만, 알약은 더더더 싫어요ㅠ.ㅠ

by 냥냥별

알약의 고집



알약 하나에

물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꿀꺽

너는 여전히 입속에 둥둥


다시 물 한 모금, 두 모금 , 세 모금 꿀꺽

너는 아직도 혓바닥에 덜렁


아직 하나도 못 보냈는데

손바닥에 세 개나 남아 있다니


네가 고집이 센 거니?

내가 마음이 약한 거니?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거부한 채

길목에서 흘리는 네 눈물이 쓰다


고작 요거 하나도 못 삼킨 채

물만 자꾸 들이켜는 내 마음도 쓰다




약 먹는 게 좋은 사람이 있을까? 건강을 생각해서 나이 들수록 평소에 각종 비타민 무기질 등등을 챙겨 먹어야 한다지만, 나는 아직도 실천을 못 하고 있다. 그런 알약 같은 아이들을(그렇다고 가루로 된 아이들을 먹는 것도 아니지만 ㅎㅎ) 삼키는 게 너무 싫기 때문이다. 그래도 몸 상태가 안 좋고 아프기 시작할 것 같으면 빨리 약을 먹는 편이다. 아프면 안 되는(여러 사람 챙겨야 되는) 엄. 마. 이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 중 하나가 바로 약 먹이기다. 특히 유아기에는 여러 가지 잔병치례가 많은데 그때마다 병원에 데려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집에서 아이를 보살피며 때마다 약을 잘 먹어야 빨리 낫는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몸이 안 좋아서 기분도 안 좋고 짜증이 나 있는 아이가, 맛도 이상한 약을 예쁘게 잘 받아먹겠는가? 혹시 그런 아이를 낳으셨다면, 전생에 나라를 두 번 구했을지 모른다. 약병을 들고 가는 엄마를 피해 도망 다니거나, 약을 입에 머금고 삼키지 않거나 뱉어 버리는 걸 참고 또 참으며, 엄마의 인내심은 또 한 겹 더 쌓이게 된다.


그러다 가루를 물약에 타먹는 맛에 적응이 되고 아이도 어느 정도 크면서, 엄마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라도 때가 되면 꿀꺽꿀꺽 약을 잘 먹게 된다. 하지만 곧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바로 '알약'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맡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병원에서도 특이 사항이 없는 한 알약으로 처방을 해준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알약을 받아왔으나 먹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잘 삼킬 수 만 있다면 가루약+물약 보다 맛을 덜 느끼는 훨씬 나은 조건인데(어른이 된 나는 이제 여러 알을 한꺼번에 털어 넣으니까), 문제는 이게 처음에는 잘 삼켜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형아니까 동생 앞에서 멋지게 알약을 삼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우리 아들의 첫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고작 한 알을 입에 넣고 아무리 물을 마셔도 혓바닥에 약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처음 알약을 먹기 시작할 때, 어찌나 목구멍을 안 넘어가는지 속상해서 울기까지 했었다. 물을 삼켜도 약은 혓바닥에 남아 자꾸 쓴맛만 느껴져, 어쩌면 그때부터 약 냄새를 엄청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 엄마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게 안 되냐고 의아해하셨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다려 주기로 했다.


첫째 아이는 이제 알약을 잘 삼킨다. 물론 아직은 한알 씩 한알 씩 먹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둘째 아이는 최근에 알약을 시도했으나 역시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나는 엄마도 처음엔 힘들었다고 말해주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먹어야 하니 다음에 또 시도를 해보자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알약을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들어 다시 물약에 타서 먹였는데, 매번 이런 작업을 하는 건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편하자고 아이에게 계속 다그칠 순 없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겪는 것이고, 누구나 어떤 것을 넘어서는 시기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을 지나왔으니, 아이들의 속상하고 애타는 마음을 더 이해해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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