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달달한 냄새 따라서
오늘도 자꾸만 뒤돌아본다
지날 때마다 많은 사람들
며칠을 참고 참다가
오늘은 기필코 사 먹을 테다
아껴 두었던 용돈을 꼭 쥐고
쌩쌩 날리는 바람을 꾹 참고
발을 동동동 구르며 기다리지만
저것도 이것도 요것도
아직 내 것이 아니란다
드디어 내게로 다가오는 새하얀 봉투
'오래 기다렸지? 한 개 더 넣었어'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꼭 안고
먹기도 전에 이미 함박웃음이 된다
겨울이면 가장 많이 사 먹게 되는 간식 중 하나가 아마 붕어빵이 아닐까 싶다. 까만 단팥이 들어가 있는 원조도 맛있지만, 슈크림, 피자, 고구마 등등 다양한 붕어빵이 만들어지면서 팥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즐겨 먹는 간식이 되었다. 추운 겨울날엔 방금 구워진 붕어빵 봉투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하지만, 고소하고 바삭한 껍질을 베어 물면 입안으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달달한 (혹은 또 다른 맛들...) 그 맛은, 꽁꽁 언 우리의 몸과 마음까지 사르르 녹여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붕어빵 노점상을 지나갈 때마다 사 달라는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가 없다.
한 번은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거실 탁자에 빈 붕어빵 봉투가 보였다. 웬거냐고 아들에게 물어보니 학교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용돈으로 사 먹었다고 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슈크림맛으로 5천 원어치나 사서 혼자 다 먹었단다. 이유인즉슨, 최근에 엄마에게 사달라고 해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깜빡 잊었다는 이유로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고 참다가 오늘은 실컷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본인의 남은 용돈을 기꺼이 투자했다고 말에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용돈을 받기에 이렇게 각자 자기가 먹고 싶은 간식을 엄마 눈치를 보지 않고 사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러라고 주는 용돈이다. 때로는 엄마가 안 먹었으면 하면 불량식품 같은 것도 먹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그것을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또 집에서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며 받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먹은 간식의 추억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소중한 추억이 되고, 가끔 그 추억을 떠올리며 그 맛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나도 어릴 때 시장에서 먹던 물떡이나 호떡, 옥수수 등등을 아이들과 같이 사 먹으며 옛날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던 간식을 우리 아이도 좋아하는 것을 볼 때, 나를 닮았음을 또 한 번 느낀다.
어릴 적 먹던 간식을 그리워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그 간식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