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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너 따위가 내 얼굴을 괴롭히다니 ~~

by 냥냥별

여드름



내가 잘생겨서 질투하는 거냐?


언제부턴가 내 허락도 없이

뾰족뾰족 솟아나던 녀석들


우유빛깔 고운 내 얼굴에

울긋불긋 낙서하는 녀석들


엄마 잔소리에 겨우 씻던 내가

뽀득뽀득 스스로 세수를 하고


엄마 졸라서 산 화장품을

착착 톡톡 정성껏 바르고서는


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 기도 해본다

내일 아침엔 하나라도 더 없어지기를




우리 아들은 '자기애'가 강한 아이다. 아니 그냥 얼.굴. 에만 자신이 있는 건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우리 00이 예쁘다, 멋지다'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지만, 우리 아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본인 스스로 자기가 잘.생.겼.다. 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수시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 보고 잘생겼다고 했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하곤 한다. 사실 우리 남편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 젊을 때는 잘생긴 걸로 밀더니, 이제 나이가 들어 살이 좀 찐 이후로는 '동안'으로 밀고 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다. 그래서 내가 장난으로 아빠가 더 잘생겼다고 하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절대 인정하지 않는 아들이다.


나는 청소년기까지도 나의 외모에 자신이 없어했다. 다른 애들에 비해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로 얼굴을 가리거나, 크고 헐렁한 옷만 입고 나였다. 사실 나의 다이어트 생활은 그때부터 시작되어 평생을 가고 있다. 이런 나였기에 우리 아들의 그런 태도를 보면 다행이다 싶다가도 이해가 잘 안 갈 때도 있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이지만 연예인급으로 잘난 건 아니라 생각하는데, 도대체 저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런데 이런 우리 아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여드름'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목소리도 굵어지고 키도 많이 크는 걸 보며,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나도 사춘기 때 여드름이 많이 나서 안 그래도 자신감 없는 외모가 완전 바닥을 찍었기 때문이다. 피부과도 가보고 좋다는 연고도 이것저것 발라봤지만 잠시 좋아지다가 또 생기기를 반복했었다. 대학 가면 없어진다는 어른들의 말도 다 거짓이었다. 20살이 넘어서도 한 번씩 트러블로 얼굴이 뒤집이지곤 했었다. 그래더 우리 아이도 나를 닮을까 봐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들의 뽀얗던 얼굴에 울긋불긋 여드름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들의 반응은 내 걱정보다는 덤덤했다. 나는 그때 거울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났었는데, 아들은 그냥 올게 왔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짜증은 내지 않았다. 대신 여드름 관리에 좋은 화장품과 연고 등을 사달라고 해서, 평소보다 스스로 잘 씻고 열심히 바르는 놀라운 모습을 보았다. 씻으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귀찮아하는 아들이었는데 말이다. 그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드름은 가라앉다가 또 늘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생김에 대한 자신감은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다. 감히 여드름 따위가 훼방 놓을 수 없는 미모인 것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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