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려 쉬고 싶은 녀석과 독감에 걸려고 놀고 싶은 녀석
이번 겨울은 이상하게 우리 집 감기가 잦은 것 같다. 보통 계절 지나고 한 번 감기에 걸리면 그냥 그러고 넘어가던데, 이번엔 아니다. 작년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던 시기에 아들이 급성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고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염인지 감기인지 코가 막히고 목이 걸걸한 증상이 찾아왔다. 그래서 또 약을 지어먹으면 조금 낫는 듯하다가, 며칠 전에 또 감기 증상을 보였다. 문제는 한 놈이 하면 다른 한 놈이 이어가기 일쑤이고, 잘못하면 나까지 받아갈 때도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한창 독감이 유행이라 더 걱정이 되었다. 일반 감기보다 열도 심하고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학교도 결석해야 하니 엄마로서는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긴다. 그래서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약간 미열이 있다며 혹시 독감 검사를 해보겠냐고 물으셨다. 하지만 그때는 증상도 약하고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냥 일반 감기약만 처방받아 먹였다. 다행히 아들은 더 이상 열이 오르지도 않고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실 병원을 나오면서 아들은 많이 아쉬워했었다. 독감 검사를 해서 독감 확진을 받으면 학교에 안 가도 될 거란 생각에서였다. 졸업을 앞두고 이제 초등학교 갈 날이 며칠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땡. 땡. 이. 를 치고 싶은 생각은 여전한가 보다.
설마 했는데 딸내미도 뒤이어 감기 증상을 보였다. 본인도 독감의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졌는지, 제발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친구 생일파티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고, 선물까지 사서 예쁘게 포장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의 마음과 다르게 아침 일찍부터 열이 많이 오르기 시작했다. 토요일이라 서둘러 병원에 데려갔는데, 따라가면서도 힘이 없고 어지럽다며 힘들어했다. 아들보다 더 아픈 증상에 이건 독감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의사 선생님도 바로 검사해 보자고 하셨다. 역시나 A형 독감으로 확진되었고, 생일파티 참가는 물론 저녁에 할머니댁에 가는 것도 취소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들도 증상은 약하지만 독감이었을 것 같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말은 아들에게 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검사를 하고 확진이 되어도 열이 안 나면 학교에 갈 수 있는 거지만, 그래도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ㅎㅎㅎ
딸내미는 일요일도 열이 나면서 결국 월요일엔 등교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랑 남편이 혹시나 옮을까 봐 식사도 따로 하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생활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는 더 심해지지 않아 이번 독감은 걱정보다는 가볍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매년 독감 주사를 맞는데도 걸리는 것이 왠지 억울하기도 하다. 본인들은 아파서 힘들고, 엄마는 때마다 약 먹이느라 힘들고... 각자 열심히 운동하는 가족이라 건강하다 자부했지만, 면역력을 더 길러야 하는 건지 엄마로서 또 고민이 되는 겨울이다 ㅠ.ㅠ 제발, 제발 독감이 나는 피해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