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학번 남편과 사는 84년생 마누라의 첫 계엄령
12월 3일 밤 11시경.
혼자 카페에서 일하던 나를 신랑이 데리러 왔다.
"여보 큰일 났어 윤석열이 계엄령 선포했어! 빨리 들어가자"
나는 계엄령을 글과 영상으로만 보았기에 체감되지 않는 단어였는데,
직접 데모도 하고 백골단에게 쫓겨도 본 적 있는 늙은 내 신랑은 꽤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해 나는 옷을 갈아입고 유튜브로 상황을 살펴봤는데 긴장감에 화장실을 다녀온 신랑은 겉옷을 벗지 않고 서 있었다.
국회 정문을 경찰이 막고 있고 계엄군 헬기도 보인다는 내용에 신랑이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냥 있기엔 미안해서..."
윤석렬이 대통령이 된 이후 '국운이 다 되었다. 에라 망해 버려라.' 자조하던 그였기에 이번에는 가만히 있을 줄 알았건만.
그의 미안함이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를 혼자 보낼 수 없어 같이 따라나섰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
'그러니까 국민이 뽑은 대통령 일을 왜 막느냐'며
'그러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냐'는 기사님에게
욱 했다가 여의도로 들어가는 다리 중간에 내려서 걸어 국회까지 들어갔다.
늦은 시간임에도 여의도로 들어가는 다리에는 차가 꽉 찼고,
우리처럼 중간에 내려 차도에서 인도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나, 도착지는 모두 같았다.
국회의사당.
횡단보도를 넘어 국회의사당 모퉁이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담(철창? 벽?)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앞에서 신랑은 나를 물끄러미 봤다.
난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머릿수만 채우기로 했잖아"
아쉬워하는 그의 손을 잡아 국회 정문 쪽으로 가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미 담너머에는 경찰들이 둘씩 짝을 지어 국회에서 도로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무장한(총을 든) 군인들은 짝을 지어 군데군데에서 국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통제된 도로에는 장갑차와 소방차, 응급차가 보였고 머리 위에는 헬기가 날아다녔다.
신랑을 말리길 잘했다 싶었고, 동시에 덜컥 겁이 났다.
그 와중에 윤석열을 지지하는 유투버들과 반대하는 유투버들의 말다툼이 있었고, 혹여 폭력사태가 발생할까 봐 나의 신랑을 비롯한 몇 명이 "그냥 무시하세요!!"를 외쳤다.
나는 한쪽 이어폰으로 유튜브를 듣고 있었는데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 중이라 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우리 옆으로 두줄로 길게 걸어가는 경찰들을 원망 어린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그들은 되도록 눈을 맞추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다행히 국회의원들의 계엄해제 투표가 성립되고, 사람들은 안도의 탄성과 박수를 쳤다.
사람들은 경찰과 군인들에게 외쳤다.
'지금 국회에서 계엄해제투표가 통과 됐고, 이제 계속 국회 출입을 막는 것은 내란죄'라고.
난 다 끝났으니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신랑은 아직이라고 좀 더 지켜야 한다 했다.
긴장이 풀린 나는 졸리고 배고프고 추웠다.
신랑은 그런 나를 데리고 국회 근처에서 라면을 먹이고, 그나마 따뜻한 곳에 잠시 앉아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도 많았다. 난 정치는 1도 몰라서 그들이 왜 집에 안 가는지 몰랐는데, 윤석열이 계엄 해제 선언 아닌 선언을 하고서야 집에 가면서 알게 되었다.
계엄령은 원래 대통령이 선포하고 해제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어제 첫 번째 탄핵 투표가 있던 날.
우리는 다시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이 탄핵될 거라 믿었는데, 국민의 힘은 예상보다 더 구린 게 많았는지, 아니면 공산당처럼 당이 나라보다 우선이었는지(어쩌면 둘 다 인지도 모르겠다.) 김건희 특검법은 부결시키고 탄핵 투표는 거부했다.
신랑은 에라이! 탄식했다.
또 기대해 버렸다.
멍청하고 이기적인 거짓말쟁이들을.
난세로 국가를 끌고 들어가던 그 시대 탐관오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괜찮다.
촛불을 바람으로 꺼 버리면 된다는 현시대 어느 탐관오리의 장담과 달리 우리는 엄청난 밝기의 LED응원봉을 들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 닥친 여느 위기처럼 우리는 국민들은 이겨낼 거다.
어제 그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 윤석열이 당선되었을 때의 우울함은 없다.
신난다. 이제 진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진짜 종북좌파가 누구인지 드러났고, 그들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든다.
시위현장에서 응원봉을 든 사람들에게 감동한 내 늙은 신랑이 중고마켓에 올라온 뉴뉴캐럿봉을 사줬다.
담주에는 뉴뉴캐럿봉을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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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렇게 끝내려고 했으나~
혹시 두 번째 계엄령이 발표되진 않을지 걱정이 되고, 시시각각으로 드러나는 계엄령 관련 증언들이 나오니 정말 큰일이었구나 싶었다.
불법 계엄 사태, 탄핵 부결 이후 대통령의 부정평가는 75%나 되고 긍정정평가가 16%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보수 정당이라는 국민의 힘을 비롯해 보수 성향이라는 인사들과 유명인들이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누가 봐도 잘못한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돌아다녀서 공부해 보기로 했다.
정치는 1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서,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우선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