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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Mar 27. 2024

사투리도 한국말입니다.

'고마 치아라 마'와 SBS앵커의 말에 대한 개인적 생각

총선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합니다. 

그 떠들썩한 분위기 가운데 뜻밖에도 경상도 사투리가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은 조국혁신당이라는 비례정당을 만들어 선거운동에 돌입하였고, 이 당은 총선판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고향이 부산입니다. 그가 선거 운동 중에 고향 부산을 방문하여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던 중 이렇게 일갈을 합니다.  


"이제 고마 치아라 마!"


표준말로 하자면, 이제 그만하고 끝내라는 말입니다. 

이 발언은 상당히 인기를 끌고 회자가 되었습니다. 같은 경상도 사람으로서 "고마 치아라 마!"의 뉘앙스를 알기에 이 말을 단상에서 하는 사람의 심정이 어떤 것이었을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랬기에 조국 전 장관도 고향에서는 "이제 그만 내려오십시오." 대신 고향 말로 "고마 치아라 마"라고 했을 테지요. 


경상도 사람에게 "이제 그만 내려오십시오"는 "당신, 그만하고 내려와 주었으면 참 좋겠어요. 그러는 게 어떻겠어요?"라는 느낌을 줍니다. 반면 "고마 치아라 마"는 "지금 당장 집어치우시오. 안 그러면 나 무척 화나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소."라는 더 강력한 느낌을 주는 것이죠. 


한 줄의 말인데도, 표준말은 경상도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2%가 부족하답니다. 


조국 전 장관의 발언은 며칠 지난 일이었는데 오늘 아침 뉴스에 또 등장하는 걸 보았습니다.

조국 장관의 부산 발언을 이야기하면서 SBS 앵커가 이렇게 말했다네요. 


"이제 고마 치아라. '이제'까지는 알겠는데, '고마 치아라' 일본말인가요?"


아침에 이 뉴스를 보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고마 치아라'정도는 이제 많이들 알고 있을 법한 말인데도 지상파 앵커가 뉴스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일본말로 비유를 했다는 사실에 지역을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경상도 사람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 앵커는 '가볍게 대화를 시작하려는 생각에 그렇게 말을 꺼냈다'라고 합니다. 뉴스에서, 그것도 총선으로 한창 예민한 시기에 가벼운 분위기를 위해 꺼내는 말의 시작으로 적절한 시도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비하, 지역 조롱으로까지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지요. 편상욱 앵커는 여러 항의에 사과를 뜻을 표명했다고 하니 경상도인으로서 그 사과, 받겠습니다. 


편 앵커를 변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인구에 회자되는 우스개 소리가 있기는 합니다. 


경상도 사람이 서울에 상경해 처음으로 전철을 탔다.

경상도 특유의 거친 소리와 큰 소리로 전철이 떠나갈 정도로 떠들어댔다.

견디다 못한 한 서울 사람이 경상도 사람에게 말했다.

"좀 조용해 주세요."


두 눈을 부릅뜨며 경상도 사람이 대답했다. 

"이기 다 니끼가(이게 전부 당신 것인가요?)"


서울 사람 쫄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옆사람에게 속삭였다.

"맞지? 일본사람!"



서울 사람이 경상도 말이 억세고 목소리가 큰 경상도를 비꼬고 싶어서 만들어 낸 건지, 아니면 경상도 사람들이 서울 가서 느꼈을 생경함과 고향말에 대한 묘한 자랑스러움을 내보이고 싶어서 만들어 낸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경상도 말이 일본말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는 이야기는 가끔 있어왔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된소리가 많아서 일테이지요. 

"고마 치아라 마"도 실은 순화된 표현입니다. 보통의 저나 제 지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고마 때리 치아뿌라" 

"고마 팍 쌔리 치아뿌라"


감정이 격해질 때 된소리를 더 추가됩니다. "치아라 마"에 'ㅃ'이 들어가서 "치아뿌라 마"가 되기도 하고, 여기에 'ㅆ' 'ㅍ'이 더해서 "팍 쎄리 치아뿌라 마"가 되기도 합니다. 

"고마 치아라 마"가 100의 감정이라면 "고마 때리 치아뿌라 마"는 120이고 "고마 팍 쎄리 치아뿌라 마"는 150 정도가 되는 것이지요. 


"뭐라고?" 도 그렇습니다. 경상도는 이 "뭐라고?"를 이렇게 말합니다. 

"뭐라하노?" 혹은 "뭐라카노?" (이건 경북이냐 경남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반문을 하지만 더 격하게 반문을 하고 싶으면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뭐라 캐샀노?" 더 나아가 이렇게 격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뭐라 쳐 씨부리샀노?"

개그콘서트에서 신봉선이 자주 썼던 말로 유행하기도 했지요. 

사실 "뭐라 쳐 씨부리샀노?"는 경상도에서 상당히 무례한 말 입니다만, 친구들끼리가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많이 쓰이는 말이랍니다. 원래 가까운 사이가 말이 좀 더 험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경상도 말은 줄임말이 많습니다. 언어의 뜻은 그대로 전해야 하는데 말이 줄어들다 보니 된소리가 많아지고 격음이 많아지게 됩니다. 

"~라고 해라"는 "~라 캐라"

"~해 버려라"는 "~해 삐(뿌)라"

처럼요. 


경상도 사투리가 발음이 격하고, 말의 길이가 줄고, 억양이 거센 것은 강한 바닷바람과 산과 고개가 많은 곳에 사는 이웃에게 나의 말을 최대한 분명히 잘 전달하려는 선한 마음에게 나온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경상도 사투리만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화법을 삐딱하게 말고, 우습게 여기지 말고 좋게 봐주면 좋겠습니다. 

표준말이나 사투리나 모두 대한민국 사람이 쓰는 대한민국의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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