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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Apr 03. 2024

'맞나?'와 '맛나!'

경상도 추임새

근처에 시누이가 살고 있습니다. 시누이에게는 늦둥이 딸이 있는데 올해 9살입니다. 

시누이가 일이 있는데 늦둥이 둘째를 봐줄 사람이 없다면서 우리 집에 아이를 맡기러 왔습니다. 차에서 내린 조카는 태권도 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빨간색과 까만색이 섞인 띠를 둘렀습니다. 둘째의 이름은 혜리(가명)입니다. 차에서 내리는 혜리를 보며 반갑게 맞이합니다. 


"혜리야 어서 온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다, 그쟈? 잘 지냈나? 요새 태권도 배우나?"

"네. 태권도 배운 지 일 년 정도 됐어요."

"맞나?"


제가 "맞나?"라고 하자마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갑자기 "ㅋㅋㅋㅋ"하며 웃습니다. 제가 되물었지요. 


"왜? 왜 웃어?"

"아니 숙모, 태권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맛'나는 이야기를 해요?"

"어? 뭐라고"

"아니, 뭐가 맛있어요?"


그제야 나는 혜리가 왜 웃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맞나?"라고 한 것을 "맛나?"라고 알아들었던 거예요. 저는 천천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혜리야, 맛이 난다. 할 때의 '맛'이 아니라 맞다 틀리다 할 때 의 '맞'이야. '맛이 있냐'는 말이 아니라, 네가 태권도 배운 지 일 년 정도 되는 게 '맞느냐'는 말이었어."


내 설명이 적절치 못했나 봅니다. 아이는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한 표정입니다. 

"시옷이 아니라 지읒 이야"

혜리는 여전히 고개만 갸웃거립니다. 사투리의 세계가 경기도 사는 9살에겐 버거운 모양입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맞나?"를 정말 많이 씁니다. 표준어로 굳이 한다면, "그래?" 혹은 "그렇구나" 정도가 되겠네요. 

경상도인이 대화를 하는데 상대방에게 "그렇구나"라고 한다면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건성건성 말한다는 느낌이 살짝 듭니다. 상대방이 말할 때 "맞↗나↘?"라고 추임새를 넣어야 '아, 이 사람이 내 말에 집중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몇 년 전에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랄 1994'에 보면 '맞나?'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칠봉이가 끓여준 라면을 나정이가 먹으며 서로 대화를 합니다. 


나정 : 근래 먹어본 라면 중에 젤 잘 끓였다

칠봉 : 그래? 내가 라면만 칠 년을 끓였거든.

나정 : 맞↗나↘?


이때의 "맞나?"는 칠봉이가 라면을 칠 년을 끓였다는 사실에 맞장구를 치는 쪽에 가깝습니다.  


"맞나?"의 유사어로는 "글나?"가 있습니다. 이것도 "맞나?" 못지않게 많이 쓰고 있습니다. 


나정 : 근래 먹어본 라면 중에 젤 잘 끓였다

칠봉 : 그래? 내가 라면만 칠 년을 끓였거든.

나정 : 나↘?


이렇게도 되거든요. 

"글나?"는 "그렇니?"의 줄임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상도는 뭐든 웬만하면 다 줄이고 싶어 하니까요. 


유사 표현으로 "진짜가?"도 있습니다. 

'진짜'는 사투리는 아니지만, 경상도에서는 이상하게 '진짜'에다 조사와도 같은 '가'를 꼭 붙여서 씁니다. 


나정 : 근래 먹어본 라면 중에 젤 잘 끓였다

칠봉 : 그래? 내가 라면만 칠 년을 끓였거든.

나정 : 진↗짜↘가?


이것도 가능합니다. '맞나?'나 '글나?'보단 이 경우는 조금 어색하지만 말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왜 끝에 '가'를 붙일까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글을 쓰다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참말이가?" 

"정말이가?"

"빙신이가?"


뭐든지 줄이려는 경상도는 이 말도 웬만하면 이렇게 씁니다. 

"참말가?"

"정말가?"

"빙신가?"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 중에는 "에이, 무슨 억지야? 억지로 끼워 맞춘 거 아냐?"라는 분이 분명히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상도에서는 이렇게 줄이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 어렸을 적보다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적어졌을지는 몰라도 제 또래나 우리 부모님들은 정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말을 해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쫌!"이나 "마!"같은 한 음절 단어도 흔히 사용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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