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지원금 들어왔어요?'
'우리 집은 애가 둘이라 합이 80만원이 입금됐네요. 그거 꽤 요긴하더라구요.'
아이를 둔 이웃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이다.
'아동 돌봄 쿠폰 사용가능한 영업점입니다.'
'XX지역지원금 쿠폰, 돌봄 쿠폰 모두 다 받습니다.'
지역 밴드나 동네 상점에서 솔찮이 듣거나 보는 영업 문구들이다.
요새 각종 지원금이 넘쳐난다. 지원금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말이 아니라,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지다보니, 구제책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사는 동네는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어린 아이들이 대부부이다. 그러다보니 지원금중에서도 만5세 미만 아동에게 지금하는 돌봄 지원금(쿠폰) 수령과 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느정도 살만한 나라가 도었구나는 생각이 들어 흐믓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요새는 애 키우기 참 좋구나' 라든지 '아, 억울해'라는 생각이 거의 뒤따라 온다. 왜냐구? 나는 공교롭게도 출산과 육아와 관련해서 정부에서 혜택을 받은 것이 거의 없을뿐더러 각종 복지 혜택에서도 교묘히 비켜가버린 그러면서 세금은 더블로 꼬박 꼬박 공제당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 모성보호 확대와 아동 복지 확대 정책을 보면서 '사무치는 억울함'과 '입 벌어지는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산전후 휴가제도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그 첫 시작으로 한다. 당시 근로기준법에 산전후로 60일의 출산휴가를 주도록 명시되어 있었다. 육아휴직은? 당연히 없었다.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1987년에 우리나라에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어 육아휴직제도가 드디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 때의 육아휴직제도는 '무급'이었으며 생후 12개월의 아이에게만 해당되었다. 즉, 출산을 하고 바로 사용해야 했고 아이가 돌이 될때까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가 돌이 되어 말귀를 알아듣고 아장 아장 걸을 수 있다면 엄마없이 혼자 스스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한동안 전혀 변화가 없던 모성보호제도는 2001년이 되어서야 크게 변화가 오게 되는데, 산전후 휴가일수가 60일에서 90일로 연장되었고 태아검진휴가, 유.사산 휴가가 새로이 생겼다. 그리고 '무급'이었던 육아휴직은 월 20만원의 유급으로 바뀌게 되었다.
2006년에는 생후 12개월 아동에게만 허락되던 육아휴직이 만 3세 아동으로 확대되었고 4년 뒤인 2010년에는 만6세 아동을 둔 엄마들은 언제라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끔 확대 변경되었다. 그러던 것이 2014년부터 현재와 같이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아동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끔 육아휴직제도가 개선되어왔다. 육아휴직 급여 역시 이에 발맞춰 확대되어 왔음을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휴제도와 육아휴직제도에 대하여 간략히 쓰기는 했지만 법대로 두 제도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이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에는 '법'보다 더 앞선 것이 있었으니 바로 '눈치'와 '관례'이다. 이 두 가지 사회문화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고, 임신과 동시에 퇴사하고, 출산과 동시에 퇴사하고 혹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퇴사를 해왔다.
나는 1998년 겨울에 첫아이를 낳았다. 60일의 출산휴가가 주어졌다. 첫아이라 예정일보다 8일가량 늦게 나왔기에 출산 후 50일 정도 육아를 하고 회사로 복귀하였다. 육아휴직? 솔직히 당시에 있는 줄도 몰랐다. 어느 누구도-총무과나 인사과도-육아휴직이 있다고 말해 주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당시 우리 회사에는 임신과 출산을 한 여직원이 아무도 없었기에 내가 그 첫 테이프를 끊은 당사자가 되었다. 당시 사내 높은신 분들은 나더러 '임신과 출산을 하고도 복귀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라'고 대놓고 말했다. 맞는 말이긴 했다. 공무원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닌 일반 민간기업에서 여자가 임신과 출산 후 회사에 복귀하는 케이스는 당시에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짤리지(!) 않고 나를 다시 받아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있는 육아휴직 제도도 모르고 지나쳤고 써보지도 못했다.
2001년 10월에 둘째를 낳았다. 역시나 60일의 출산휴가를 가졌다. 위에 소개한 우리나라 출산제도 변화에 따르면 2001년부터 산전후 휴가가 90일이 되었는데 왜 60일만 출산 휴가를 가졌냐하면,
90일로 늘어난 출산휴가 제도가 하필이면 2001년 11월 1일부터 시작되는 바람에 2001년 10월에 출산휴가를 들어간 나는 해당이 안 되었던 것이다. 아니, 제도가 '하필이면' 11월부터 시작된 게 아니라 내가 '하필이면' 아이를 10월에 낳은 것이 되는 건가?
나를 포함한 모든 회사 직원, 남편, 친구들도 당연히 출산휴가만 쓰는 것으로 알았다. 육아휴직같은 것은 민간 기업에서는 '눈치'상 '관례'상 신청을 할 수 없었고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육아휴직 후 당연히 퇴사를 해야하는 것이 전체적 분위기였다. 출산 및 육아 휴직을 떠난 직원을 위해 대체 인력을 구하지 않고 남은 직원이 오롯이 일을 떠맡는 것이 당시 관례여서 남은 사람은 긴 휴가를 싦어했고 떠나는 예비 엄마도 맘이 전혀 편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출산 후 약 50여일 정도만 육아를 하고 회사로 복귀하였다.
2006년 만3세 아동까지 육아휴직이 확대되었을 때 내 둘째는 만 4세였고 2010년 만6세 아동까지로 확대되었을 때 내 둘째는 만 8세였다. 정말 일부러 피한 것 처럼 교묘히 정부의 제도 시행시기를 싹싹 비껴가면서 시간은 흘렀다. 2001년 이후로 조금씩 늘어난 육아휴직 급여도 역시 나는 육아휴직과 마찬가지로 해당이 전혀 되지 않았다. 요즘은 누리제도니 돌봄제도니 해서 모성보호 뿐만아니라 육아에 있어서도 각종 지원, 혜택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출산, 육아제도의 혜택을 못 받은 것에 더하여 우리 아이들도 방금 말한 그 어느 혜택 하나도 받지 못했다. 지금껏 순전히 우리 가족의 금전과 노력으로 출산과 육아, 교육을 다 해온 것이다. '하필이면' 그때 출산을 해서 말이다.
돌봄 지원금 받았다고 얘기하는 건넌 동 애기 엄마에게 "너희는 좋겠다. 나는 고생만 진탕 했는데. 얘, 한턱 쏴!'라는 말이 목구멍 식도 맨 위까지 올라온 걸 천신만고 끝에 억눌르고 "잘됐다. 요새 애 키우는 데 좀 힘드니? 보탬이 되겠다 얘."라는 보살스런 멘트를 다행히 해줄 수 있었다.
임신과 출산시기를 지내며 일하는 엄마 워킹맘이 흔치 않던 시절, 어려운 시절을 견딘 것이 솔직히 지금 좀 억울하기도 하고 지금의 엄마들과 워킹맘들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렇게 견디고 이겨낸 우리가 있었기에 지금이 복지와 혜택이 생기고 확대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 내 생각, 혼자만이 하는 착각은 아니기를, 누군가는 '고생했다'고 '덕분이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하고 속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