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 모질' - 유아기 때 아들이 보인 특이한 행동

by 홍월

거실 한가운데에서 30개월쯤 된 아들 녀석이 양팔을 몸 옆에 차렷 자세로 붙이고 몸을 일자로 만들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아이의 고개는 옆으로 돌려져 바닥에 닿아 있었고 몸에는 힘을 주어서인지 다리가 바닥에서 약간 들려져 있었다. 그 자세로 아이는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제 몸을 꼿꼿이 만들어 바닥에 비비고 있는 듯했다.


나는 저 행동이 무엇을 하는 걸까, 하고 지켜보면서 생각을 했다.

내버려 둬야 하나,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아이는 그 행동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고 아주 열중하고 있었는데 너무 열심이다 보니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 뭐 하는 거니, 재밌니, 그런데 그거 하지 말고 딴 거하자, 며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아들은 뭐하는 거냐는 내 물음에 답은 하지 않고 그냥 천진난만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며칠 후 어린이집 선생님과 전화로 면담을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어린이집 원장님과 정기적으로 통화를 하곤 했는데, 통화의 주된 내용은 물론 아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특이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지,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있는지, 집에서는 어떤지 등의 정보를 전화로 주고받았었다.

아침에 어린이집 등원을 할 때 필요한 정보를 어린이집에 전달하기도 했지만 등 하원은 내가 아닌 친정아버지가 도와주셨기 때문에 부모인 나는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어야 했다. 소식을 전하는 데는 알림장이 좋은 도구였으나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길게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화로 정기적인 상담을 할 때 나는 이러쿵저러쿵 아이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많이 들으려고 하였다.


"선생님, 아이가 집에서는 바닥에 엎드려서 몸을 막 비비고 하던데, 어린이집에서도 그렇던가요?"

내 질문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살짝 웃는 것 같은 모습이 상상되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조심스러운 웃음소리.

"아, 그거? 집에서도 하던가요? 어린이집에서도 가끔 하긴 했어요. 자주는 아니고."

"하지 마라고 해야 할까요? 뭔지 잘 모르겠네요."


나는 약간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런 말을 타인에게 입에 올린다는 것이 그때는 조금 부끄럽게 생각이 되었다.

"글쎄요. 확실친 않지만 자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본인에게는 그냥 재미있고 기분 좋은 놀이일 수도 있고요. 관심 갖고 지켜보다가 심하다 싶으면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유도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있나 이 양반아, 전화를 끊으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느 주말 한낮,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기가 겁이 난 나는 친정엄마가 애 돌보기에서 쉬어야 하는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들쳐 업고 친정집으로 발걸음으로 하였다. 아들 녀석에게는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과 자동차 장난감을 한가득 방바닥에 펼쳐 주고서 나는 엄마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가 너무 조용한 것 같았다. 이 녀석이 이럴 리가 없는데, 뭐하고 놀고 있나 하고 아이 쪽을 돌아보았다.


아이는 우리 집에서 내가 목격한 것과 같이 방 한복판 바닥에 몸을 엎드려 붙이고 온 몸에 힘을 주면서 몸을 바닥에 부비 부비 하고 있었다.

저 놈이 또 저러네, 자꾸 저래서 큰일인데, 우짜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눔 아가 또 '모질 모질'이 하네. 허허"

친정 엄마는 아이의 하는 모양을 보더니 무심한 듯 말을 하였다.

모질 모질? 그게 뭐지?, 하는 묻는 듯한 내 얼굴과 동그란 눈을 보면서 엄마는 말했다.

"원래 애들 저만할 때 다 저리 한다."

"못하게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재밌다고 자꾸 저래 하면 어떻게!"

걱정하며 묻는 내게 친정엄마는 아이들이 크면서 으레 하는 통과의례인 것처럼 여기며 심각하지 반응하지 않았다. 더 걱정이 된 나는 되물었다.

"왜 저럴고?"

"지도 고추가 근질근질하겠지. 나이가 이제 서너 살쯤 되면 제 보기에도 툭 튀어나온 게 이상하게 보일 거고. 문 때면 기분도 좋을 거고."

엄마 말에 발끈하여 나는 계속 저럴 것 아나냐 못하게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며 짜증 섞인 원망을 괜스레 엄마에게 내었다.


"애들 크면서는 별일이 다 있다. 그때마다 이리 호들갑을 뜰래? 봐도 못 본척해야 되는 게 있고 알아도 모른 척해야 되는 것도 있는 거다. '모질 모질'이는 머슴애들이 크면서 저만할 때 한 번씩 다 하더라. 호들갑 떨면서 하지마라 하면, 지가 안 할 것 같나? 어데서 숨어서 하겠지. 그러면 더 고치기 힘든 거라. 그냥 무관심한 척 지켜만 보면 되지. 안 심해지게 어마이 아바이가 애를 잘 델꼬 놀아주믄 된다!"


정답인 듯 정답이 아닌 것 같은 엄마의 말에 나는 그래도 혹시나,라고 조그맣게 입소리를 내었다.

"요새 젊은 부모들은 애를 하나만 키우니 작은 일도 이리 호들갑이고 일을 크게 만든다이. 내버려 둘 때는 내버려 두라. 하나하나 다 신경 쓰고 간섭하지 말고.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도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찾아보니 호손 효과(Hawthorne Works)라고 해서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있으면 그 행동을 더 잘하려고 하고 능률이 올라간다는 것이 있다고 했다. 아이의 자위와 같은 행동에 지적을 하게 되면 아이는 관심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더 자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즉, 부적절한 행동에는 적당히 모른 척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당시에 나는 아들이 계속 계속 저 행동을 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조바심에 아들아이가 조용히 소리 없이 논다 싶으면 또 그러나 해서 자꾸 아이를 훔쳐보고 지켜보곤 했었다. 친정 엄마 말처럼 무심한 듯 내버려 두는 것이 고행과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무심하려 노력했다.


과연, 아들의 '모질 모질'이는 4~5개월 정도 지속되다가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아이가 조금 더 커서 본격적인 야외 활동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는 시기가 찾아오니 차츰 줄어들다가 아예 안 하게 되었다.


친정 엄마가 '모질 모질'이라고 부르던 그 행동, 아마도 고추가 가려워서 그랬을 것이라는 그 행동, 그것은 과연 진짜 그 시기 무렵 아이들이 보이는 자위행위 중 하나였을까?

육아 정보를 찾아보면 여자 아이들도 그즈음 성기 부위를 문지르는 자위를 한다고 하던데 둘째 딸아이의 경우에는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었다. 따라서 비교나 공통의 비슷한 행동이 이후에 나에게는 없었으므로 지금에 와서 '모질 모질'이 자위행위였는지 아닌지 판명할 수는 없겠다.


지금은 아이 본인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니 '모질 모질'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게 되었다.

친정 엄마가 저맘때 남자아이들이 저러더라, 고 말을 했던 것을 보면, 그 옛날의 아이나 현대의 아이나 자라는 동안 보이는 행태는 비슷한가 보다.


어쨌든 나는 살면서 '모질 모질'이라는 말을 친정 엄마한테서 처음 들었으며 이후로도 전혀 들어본 바는 없다. 혹시나 우리 엄마가 만들어 낸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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