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안 가면 안 돼요?"
날카로운 다이아몬드 같은 첫째가 말했다.
세 살에 입소한 유치원에서 적응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매년 선생님, 교실, 친구들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적응기가 필요했다. 7세가 되며 자유로운 분위기에 커리큘럼이 탄탄한 곳으로 옮겼지만, 아이는 전에 다녔던 곳 보다 등원하는 걸 힘들어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담임선생님과 모든 학부모가 상담하는 기간이 있었다. 선생님은 우회적으로 말했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쩌면 그동안 아이를 보면서 나도, 주변 사람들도 했던 걱정이기도 했다. 과격한 행동, 높은 텐션, 과한 집중력, 자기중심적인 모습. 게다가 예민하기까지 한 아이는 많은 이들을 당황하게 했고,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아이는 점점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렸다.
둘째는 그나마 나았다. 사회성도 좋고, 애교도 많았다. 어느 기관에 보내든 모범적인 아이라고 했다.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바둑 판을 앞에 두고 빛나는 눈빛은 뭘 해도 할 아이라는 믿음을 주기도 했다. 형처럼 예민하고, 긴장도도 높지만 성격이 무던했기에 힘들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키웠다.
하지만 외부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저 집 애들은 별나."
"쟤들은 좀 특이한 거 같아."
"엄마가 힘들겠네."
귓가에 들리는 수군거림을 최대한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하고 지냈다. 그러다가도 마음 약한 날이면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가슴을 찔렀다. 수시로 아이들을 의심하기도 했다. '정말 문제가 있는 건가.'
고민 끝에 찾아간 곳에서 첫째 아이 행동에 답을 찾았다.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아이라 했다. 그들이 가지는 특징을 고루 다 갖추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몇 년 후에는 둘째도 검사를 했다. 세부 내용은 달랐지만 수치는 비슷했다. 유별나게 바라볼 땐 유별나게 보이던 아이들인데, 이유를 알고 나니 왜 그걸 알아주지 못했을까. 육아서에 모든 답이 있는게 아니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책과 다르게 크는 아이를 원망하던 내가 미웠다.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말할 곳이 없었다. 내 아이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말했던 적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뒤통수를 맞은 사실을 알았다. 잘난 척한다고 받아들였던 거다. 그 후로, 입을 닫았다. 그냥 남다른 아이들을 평범하게 키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는 법을 배워갔다. 자신의 빛깔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다른 아이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많은 보석을 만난다. 글자를 느리게 익히는 아이, 연산에서 헤매는 아이,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아이. 처음에는 다소 두려웠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그렇지만 시간을 들여 지켜보면 저마다 보석을 품고 있었다. 책 읽기는 느려도 그림에 소질 있는 아이, 맞춤법은 어려워도 친구들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아이, 생각 정리하는 건 오래 걸려도 리코더를 어른처럼 잘 부르는 아이. 그들이 가진 보석을 하나씩 끄집어내 주고 싶었다.
어떤 날은 버겁기도 하다. 내 아이도 힘든데, 다른 아이들까지 다 안으려니 오지랖인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건, 내 아이들이 받았던 오해와 편견을 다른 아이들에게 되물려주고 싶지 않아서다. 수업할 때 되도록 소수 인원만 모은다. 아이들에게 맞는 수업을 하려면 그게 최선이다. 저마다 가진 속도에 맞게 지도하는 것. 거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미세한 변화와 성장을 볼 때면, 피로가 절로 사라진다.
거칠기만 하던 다이아몬드도 연마해야 빛이 난다. 흑요석은 검지만 강인하고, 진주는 부드럽지만 우아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름', '별남', '남다름'이란 단어에 담긴 여러 의미를 알게 됐다.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들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래도 보고자 한다.
빠른 아이도, 느린 아이도, 거친 아이도, 부드러운 아이도, 시끄러운 아이도, 조용한 아이도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는 보석이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보석 연마사의 일과 흡사하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각자 가진 특성에 맞게 보듬어주고, 그들이 가진 고유한 빛깔이 더욱 반짝일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오늘도 나는 서로 다른 빛깔의 보석들과 함께했다.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자신만의 빛깔로 환하게 반짝일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