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나 AI 활용법 강의로 넘친다. "아직도 이거 모르세요", "AI로 10분 만에 콘텐츠 제작하는 법", "이것만 익혀도 월 1000만원 수익 가능!" 등 제목들이 눈을 현혹한다. 당장 이 강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손해라도 볼 듯, 나 빼고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불안함으로 연결된다. 하든 안 하든 QR코드를 눌러 들어간다. 무료 강의를 가장한 유료강의. 여러 번 혹하며 결제도 꽤 해봤다.
최근, 특정한 AI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법인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자영업자를 위한 스승님이 개발하신 거라고 했다. AI는 사용하지 않아도 그분이 쓴 책을 인상 깊게 읽었기에 그냥 사용하고 싶기도 했다. 과감히 연간 결제권을 누르고 들어갔다. 이벤트로 대표님이 만든 VOD 수강권도 받았다. AI를 쓰기 전, 이분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재생 버튼을 눌렀다.
"사람들은 스킬을 배우러 다닙니다. 릴스 잘 만드는 스킬, 조회수 높이는 스킬, 팔로워 늘리는 스킬. 그렇게 성공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릅니다"라며 다들 나무만 본다고 했다.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만 본다고. 그건 마치 책을 펼쳤을 때 68, 69, 70페이지에 적힌 내용만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나도 그랬다. 사진 잘 찍는 기술, 릴스 만드는 기술, 썸네일 만드는 기술 등 그런 것을 배우는 데 꽤 많은 돈과 시간을 썼다. 정작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이걸 배우는지를 잊어버렸다. 본질적 질문은 뒤로 한 채 어설픈 기교와 기술을 부리는 데 에너지를 허비했다.
이어서 대표님은 '버튼업 방식'을 강조했다. 기초, 본질부터 탄탄하게 만들고 난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계단식 발전이다. 사업을 한다면 경영의 본질부터 체득하기. 사업가 마인드 및 태도를 체득하기. 그다음 스킬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태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조용히 서점가에서 묻힌 이유도 명확하다. 아직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없는데, 내가 인지도가 없는데, 내 글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데 베스트셀러니 스테디셀러가 되고 싶다는 말부터 엉터리다. 적어도 매일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 쓰면서, '글 쓰는 사람'임을 글로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고만 했지, 어디에도 기록이나 증거가 부족했다.
지난달 말부터, 내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아무 유형의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이 수업을 듣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4월에 정부지원사업 관련 강의 들으러 갔을 때 직원들과 멘토들이 했던 말도 이제야 이해됐다. "사업자등록증 내기 전에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무엇이든 본질이 중요하다. 글쓰기도 본질 모르고 기법만 익히면, 독자에게 단 한 줄의 메시지도 전할 수 없다. 사업도, 운동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왜 본질보다 스킬에 집착했을까. 본질은 아마 알 거라고, 굳이 배울 필요 없다고 무시한 걸까. 아니면 본질을 배우는 과정에서 만나는 산을 마주하기 싫어 그랬을까.
새로 나온 AI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본질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 나아가 내가 하려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수익화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가기.
내 브랜드가 출범하기 전,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그것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닦아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됐다.
당신도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지금 쫓고 있는 스킬들 뒤에 탄탄한 기둥이 서 있는지. 그 기둥 없이 쌓아 올린 것들이 진짜 당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본질을 건드리는 일, 쉽지 않지만 그것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성공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