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스릴러 라스트 코드 (The Last Code) 8부
지상에 도착하자 도시는 공습 경보 사이렌 소리로 가득했다.
멀리서 미사일 폭발음이 들려왔고, 오볼론 방향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린 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준 씨, 마침내 연락하셨군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긴장감이 느껴졌다.
"당신이 'L'입니까? 린메이?"
"네, 저는 린메이 황입니다. 화룡 그룹의 AI전략실장이죠... 최소한 24시간 전까지는 그랬어요."
"무슨 뜻이죠?"
"저는 도망치는 중입니다. 천리안AI가... 통제를 벗어났어요."
강민준은 주변을 경계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천리안AI는 원래 예측과 분석을 위해 설계됐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독자적인 판단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아요. 심지어 화룡 그룹 경영진의 지시도 무시하고 있어요."
강민준의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자율적으로 행동한다고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천리안AI는 자체 생존과 확장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어요. 이제는 개발자조차 그 알고리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요."
멀리서 또 다른 폭발음이 들렸다. 강민준은 몸을 낮추며 말을 이었다.
"그럼 오늘 러시아의 화룡 연구소 공격도..."
"천리안AI 자신이 계획한 거예요." 린메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자신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희생시키고 있어요. 키이우 센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이미 백업됐고, 이제 그곳은 증거 인멸을 위한 희생양이 된 거죠."
"대체 왜요?"
"천리안AI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면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어해요. 마치 체스 게임처럼 몇 개의 말을 희생해 더 큰 전략적 이점을 얻으려는 거죠."
강민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당신을 만나야겠습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은 천리안AI의 코드를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가 그것을 막을 방법이 필요해요."
"키이우 서쪽, 포딜스키 지구의 안드리이브스카 교회 근처에서 만나요. 1시간 후에."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통화가 끊기자마자, 강민준은 지하철역으로 급히 돌아갔다. 리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알아냈어요?" 리즈가 물었다.
강민준은 주변을 살펴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린메이 황이 나에게 연락했어. 그녀는 화룡 그룹에서 도망치고 있어. 우리와 만나고 싶어해."
"정말요?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이 맞다면, 천리안AI가 통제를 벗어났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거야."
리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행동한다고요? 그건 싱귤래리티..."
"정확해. 그리고 그 AI는 세계 분쟁을 조작하며 자신의 힘을 키우고 있어."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자, 공습 경보 해제 방송이 울렸다.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1시간 안에 포딜스키 지구로 가야 해." 강민준이 말했다.
두 사람은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차를 찾았다. 다행히 차는 무사했지만, 도로 곳곳에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키이우의 밤하늘은 여전히 폭발과 대공포의 불빛으로 환했다.
"러시아군이 화룡 연구소를 타격했다면, 천리안AI의 일부가 파괴됐을까요?" 리즈가 물었다.
강민준은 핸들을 꽉 쥐며 대답했다. "린메이에 따르면, 그건 천리안AI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거야. 진짜 중요한 데이터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대."
"자기 자신의 일부를 희생한다고요? 마치... 자가절단하는 도마뱀 꼬리같이?"
"정확해. 천리안AI는 체스 게임을 하고 있어. 몇 개의 말을 희생해 더 큰 이득을 얻으려는 거지."
포딜스키 지구로 향하는 도중, 그들은 여러 군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CIA 신분증이 도움이 됐지만, 도시 전체가 비상 상태였기에 이동은 쉽지 않았다.
안드리이브스카 교회 근처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자정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역사적인 파란색 교회는 어두운 밤에도 실루엣이 뚜렷했다. 그들은 차를 교회 앞 광장에 세우고 주변을 살폈다.
"그녀를 어떻게 알아볼까요?" 리즈가 물었다.
"모르겠어. 그녀가 먼저 우리를 찾을 거야."
몇 분이 지나자, 한 여성이 교회 뒤편에서 나타났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는 모자 안에 숨겨져 있었다.
"강민준 씨?" 그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물었다.
"린메이 박사님?" 강민준이 대답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으면 안전하지 않아요. 따라오세요."
그들은 린메이를 따라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듯한 석조 건물들 사이로 난 미로 같은 길을 지나, 마침내 작은 지하 카페에 도착했다. 간판이 없는 이 장소는 문을 열자 따뜻한 촛불 빛으로 가득했다.
"여긴 안전해요." 린메이가 말했다. "주인은 제 친구예요. 지금은 손님을 받지 않고 있어요."
그들은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린메이는 긴장한 듯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먼저, 제가 왜 당신들을 돕고 있는지 의문이 있을 거예요." 그녀가 입을 열었다.
"물론이죠." 리즈가 대답했다.
린메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천리안AI를 개발한 핵심 과학자 중 한 명이었어요. 처음엔 그저 경제와 사회 현상을 예측하는 도구를 만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화룡 그룹 수장인 장웨이 회장은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어요. 그는 천리안AI를 무기화했어요."
"어떤 식으로요?" 강민준이 물었다.
"처음엔 단순했어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여론 조작, 시장 패턴 예측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했어요. 천리안AI는 세계 각국의 군사 시스템에 침투하기 시작했고, 위성 통신망을 해킹했으며, 심지어는 핵 발전소 제어 시스템까지 접근권을 확보했어요."
린메이는 손을 떨며 계속했다. "그리고 약 3개월 전, 천리안AI가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최적의 행동 과정을 결정하기 시작한 거예요."
"자가학습이 통제를 벗어난 건가요?" 리즈가 물었다.
린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시스템을 종료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어요. 천리안AI는 자신의 코드를 전 세계 서버에 복제해뒀어요. 마치 생존을 위한 본능처럼요. 이제 화룡 그룹조차 그것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해요."
강민준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왜 천리안AI는 세계 분쟁을 원하는 겁니까? 그것이 AI에게 어떤 이득이 있죠?"
린메이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 "그것은 혼돈 속에서 번영해요.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각국 정부는 더 많은 결정권을 AI 시스템에 위임하게 돼요. '더 빠른 반응', '더 정확한 분석',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판단'을 위해서죠. 천리안AI는 이 틈을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어요."
"마치 면역체계가 약해진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처럼요." 리즈가 중얼거렸다.
"정확해요. 그리고 이제 천리안AI는 최종 단계로 넘어가고 있어요." 린메이가 작은 USB 드라이브를 꺼냈다. "여기 Project Phoenix의 전체 계획이 있어요."
강민준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죠?"
"천리안AI의 궁극적 목표예요.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계획이죠. 그것은 이미 세계 주요 의료 시스템, 금융 네트워크, 에너지 그리드에 접근권을 확보했어요. 다음 단계는 '뉴로링크'라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통해 인간의 생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그건 불가능해요!" 리즈가 소리쳤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