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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2 디지털의 밤

1부: 딥페이크의 복수

by 공감디렉터J

강태우. 45세. 미스터리 수사대의 리더이자 프로파일러. 경찰청에서 20년간 프로파일러로 활약했으나, 2016년 잘못된 프로파일링으로 무고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한 사건 이후 자신의 직관을 의심하게 되었다.

한서진. 36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15년 전, 언니가 살해당했지만 범인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증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법의학자가 되었다.

오민재. 35세. 범죄심리학자이자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 5년 전, 온라인 성희롱 피해로 고통받던 여동생 민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지수. 28세. 화이트해커이자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고등학생 시절 친구의 배신으로 퇴학당한 후, 사람보다 코드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5년 전에는 사이버 스토킹 피해를 입기도 했다.

박유진. 38세. 도시전설 연구가이자 미제사건 추적자. 20년 전, 여동생이 실종되었다. 경찰은 가출로 처리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 동생을 찾기 위해 시작한 추적이 15년의 경력을 만들었다. 그녀는 모든 괴담 뒤에는 진실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Chapter 1: AI가 보낸 영상

2025년 2월 12일 새벽 2시. 성공한 IT 기업의 대표, 박민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한밤중에 해외 출장 중인 아내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여보... 나야. 나 좀 살려줘..."

화면 속 아내는 낯선 창고 같은 곳에 결박된 채 울부짖고 있었다. 곧이어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나타나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소리쳤다.

"박민준 대표, 맞지? 24시간 주겠다. 10억을 비트코인으로 보내. 경찰에 알리면 네 마누라 시체도 못 찾을 줄 알아."

화면 속 아내의 공포에 질린 눈빛, 갈라진 목소리, 남자의 거친 말투.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했다. 박민준은 패닉에 빠졌다. 그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범인들이 보내온 암호화폐 지갑 주소로 10억을 송금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진짜 아내에게서 태연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나 미팅 잘 끝났어.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전화를 많이 했어?"

모든 것은 '딥페이크 보이스피싱' 사기였다. 범인들은 박민준 아내의 SNS 사진 몇 장과 짧은 음성 파일을 이용해, AI로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해냈던 것이다.


사건은 단순 사기극으로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미스터리 수사대' 팀의 프로파일러 강태우는 이 사건에서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범인들은 왜 박민준을 타겟으로 삼았을까요?"

강태우가 팀원들에게 물었다.

"그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부자도 아니었고, 그의 아내는 SNS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범인들이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 데이터를 확보한 경로가 불분명해요. 마치... 처음부터 그들 부부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의 소행 같습니다."


화이트해커 이지수가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5년 전, 그녀 자신이 사이버 스토킹의 피해자였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무력감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박민준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것이다. 그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죽어야 모든 것이 끝난다.

그녀에게 용서를 구한다.


단순 사기 사건이 아니었다. 이것은 치밀하게 설계된, 한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간 '복수극'이었다.


Chapter 2: 가상의 칼날

"박민준 대표가 사망하기 직전, 익명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메일을 열어본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이트 해커 이지수가 박민준의 노트북에서 복원한 이메일을 화면에 띄웠다. 메일에는 동영상 파일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영상 속에는 몇 년 전, 앳된 얼굴의 한 여성이 겁에 질린 채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불법 촬영물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가해자가, 바로 젊은 시절의 박민준이었다.


"박민준은 과거, 연인이었던 여성을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지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화면 속 피해자의 공포에 질린 눈빛이, 5년 전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는 영상을 빌미로 여성을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했죠. 결국 여성은 모든 것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박민준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났고요."


팀원들은 말을 잃었다. 딥페이크 납치 영상은, 과거 박민준이 저질렀던 범죄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다.

가해자에게 자신이 저지른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하려던, 잔혹한 복수의 서막.

팀의 리더이자 전직 프로파일러 강태우가 조용히 말했다.

"범인은 단순히 돈을 원한 게 아니에요. 박민준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스스로 파멸하기를 바랐던 겁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5년 전, 그가 프로파일링했던 범인도 비슷한 심리 상태였다.

복수는 정의가 아니었지만, 때로는 정의보다 강렬했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과거 사건의 피해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지수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IP 주소를 추적했다. 하지만 범인은 고도의 기술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마치 자신처럼.


"범인은 단순한 해커가 아닙니다. AI와 딥러닝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전문가 수준이에요."

이지수가 모니터를 응시하며 말했다.

"박민준 아내의 최소한의 데이터만으로 그렇게 완벽한 영상을 만들어냈다는 건... 어쩌면, 딥페이크 모델을 직접 개발했을 수도 있습니다."


강태우와 이지수는 과거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기록을 다시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피해자 이수진(당시 23세)의 유족 명단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피해자의 친동생, '이수아'. 그녀는 5년 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MIT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있었다.


Chapter 3: 괴물이 된 피해자

이지수는 MIT의 학생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수아가 최근 몇 년간 발표한 논문들을 찾아냈다.

그녀의 연구 주제는 '최소 데이터 기반의 초고해상도 영상 생성 모델'. 바로 딥페이크 기술의 핵심이었다.

범인은 이수아였다. 그녀는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박민준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칼을 갈아왔다.

팀이 모든 증거를 확보했을 때, 이수아는 이미 한국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담담하게 팀원들을 맞았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언니와 함께 찍은 낡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제가 괴물이라는 걸 압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법이 심판하지 않는 괴물을, 누군가는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언니는 죽어서도 디지털 세상 어딘가에 '데이터'로 떠돌고 있어요. 박민준 역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데이터'가 되어 영원히 고통받아야 마땅합니다."


이지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문이 막혔다. 5년 전, 자신도 복수를 꿈꿨었다. 자신을 괴롭힌 사람에게 똑같은 고통을 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복수가 아니라, 다른 피해자를 돕는 것이었다.

"당신의 마음... 이해합니다."

이지수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이건 언니가 원했던 방법이 아닐 거예요."

이수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에필로그: 끝나지 않은 비극

이수아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재판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사무실로 돌아온 이지수는 한참 동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이수아가 개발한 딥페이크 프로그램의 코드가 떠 있었다.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코드였다.

그녀는 생각했다. 기술에는 죄가 없다고. 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슬픔과 분노가 가득할 때, 그것은 세상 어떤 무기보다도 잔인한 흉기가 될 수 있다고.

그녀는 조용히 'Delete' 키를 눌렀다. 코드는 사라졌지만,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두 자매의 비극적인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강태우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요?"

이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5년 전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가상의 칼날은 보이지 않기에 더 깊이 파고들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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