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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2 디지털의 밤

4부: SNS 속의 죽음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마지막 라이브

2025년 3월 5일 밤 11시. '푸른 밤의 산책자'.

스무 살의 대학생 한유나는 SNS에서 이 필명으로 활동했다. 그녀는 자신의 우울과 불안을 섬세한 글과 감성적인 사진으로 기록했고, 비슷한 아픔을 가진 수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인플루언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녀는 자신의 SNS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켰다. 평소와 달리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는 그저 어두운 방 천장만을 비추고 있었고, 배경으로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나지막이,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 고마웠어요. 저는 이제 아주 긴 산책을 떠나려고 해요.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으로. 이 방송이 끝나면, 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채팅창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지 마세요!', '장난이죠?', '누나, 제발!' 같은 팔로워들의 절박한 외침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유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1시간 뒤, 방송은 예고 없이 종료되었다.


다음 날, 그녀는 자신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명백한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 유나는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 최근 들어 부쩍 밝아졌고, 곧 떠날 유럽 여행 계획에 들떠 있었어요. 이건... 자살이 아니에요. 누군가 제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겁니다."


부모는 딸의 SNS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딸이 죽기 직전까지, '블루 웨일(Blue Whale)'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팔로워와 수백 개의 DM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었다.

'미스터리 수사대'는 딸의 마지막 행적을 밝혀달라는 부모의 간절한 의뢰를 받아들였다.


Chapter 2: 고래의 속삭임

"SNS를 통한 온라인 그루밍 범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범인이 누구이며, 어떻게 피해자의 마음을 조종했는가를 밝혀내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심리 범죄의 전형이었기에, 심리학자 오민재와 화이트해커 이지수가 짝을 이루었다.

이지수는 먼저 한유나의 SNS 계정과 '블루 웨일'의 계정을 분석했다. '블루 웨일'의 계정은 유령 계정이었다. 프로필 사진도, 게시물도 없었다. 오직 우울증을 겪는 10대, 20대 여성들만 골라 팔로우하고 있었다.

그는 한유나에게 접근하여,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의 말로 신뢰를 쌓았다.


'유나 씨의 글을 보면, 마치 제 마음을 읽는 것 같아요.'

'세상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지수는 메시지를 읽으며 손이 떨렸다.

5년 전, 자신을 괴롭혔던 사이버 스토커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었다. 처음에는 공감과 위로로 다가왔다가, 점점 통제하려 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는 자신을 '영혼의 조력자'라 칭하며, 한유나의 가장 깊은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마음을 열었을 때, 그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고통스러운 세상, 우리가 함께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에요. 가장 완벽한 해방이죠.'


그는 죽음을 미화하고, 극단적 선택을 '아름다운 의식'처럼 포장했다.

그는 한유나에게 '마지막 미션'이라며 여러 가지 과제를 내주었다.

'가장 슬픈 영화 보기',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보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편지 쓰기'.

한유나의 마지막 라이브 방송은, 그가 내준 마지막 미션이었던 것이다.


"전형적인 온라인 그루밍 수법입니다."

오민재가 무겁게 말했다. 그는 수년간 자살 예방 상담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유도하는 범죄자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범인은 피해자의 취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정서적으로 지배하고, 결국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는 거죠. 한유나 씨에게 '블루 웨일'은 구원자처럼 보였을 겁니다."


이지수는 '블루 웨일'의 IP를 추적했지만, 그는 수십 개의 해외 서버를 경유하며 자신의 위치를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

"이 사람... 전문가예요."

이지수가 모니터를 응시하며 말했다.

"단순한 방관자나 선동자가 아니에요. 사람의 영혼을 사냥하는, 디지털 세상의 악마입니다."


Chapter 3: 사냥꾼의 정체

추적이 벽에 부딪혔을 때, 이지수는 '블루 웨일'이 보낸 DM에서 아주 작은 실마리를 발견했다.

그가 보낸 사진 파일 하나에,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워터마크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워터마크에는 사진을 촬영한 카메라의 기종과 시리얼 번호가 암호화되어 기록되어 있었다.

이지수는 카메라 제조사의 서버를 해킹하여, 해당 시리얼 번호의 주인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이름이 화면에 뜨는 순간, 팀원들은 모두 경악했다.

주인의 이름은 '한상철'.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정신과 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상담하던 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녀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상담했던 환자 중 한 명이, 바로 한유나였다.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한상철은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 뒤, 사회에 대한 증오와 뒤틀린 지배욕을 해소할 창구로 SNS를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전문 지식을 이용하여, 과거 자신의 환자였던 한유나에게 다시 접근했다.

그녀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그녀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했던 것이다.


팀이 그의 오피스텔을 덮쳤을 때, 그는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한유나의 마지막 라이브 방송 영상과, 그 방송을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는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 영혼이 세상의 모든 굴레를 벗고 자유로워지는 순간입니다. 나는 그저,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것뿐입니다."

오민재는 그를 바라보며 분노를 억눌렀다. 수년간 자살 예방 상담을 하면서, 이런 악마는 처음이었다.


에필로그: 지워지지 않는 댓글

한상철은 구속되었고, 그의 추악한 범죄는 세상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경악했지만, 한유나의 SNS에 남겨진 댓글들은 지워지지 않았다.

'언니 따라갈게요', '저도 용기를 얻었어요' 같은, 또 다른 비극을 예고하는 글들이었다.


오민재와 이지수는 밤을 새워 그 댓글들을 추적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전문 상담 기관을 연결해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이지수는 5년 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손을 내밀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며칠 후, 한유나의 계정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녀의 부모가 올린 글이었다.


'우리 유나는 푸른 밤의 산책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두운 밤하늘을 헤매는 별이 아니라, 그 별들을 보며 길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부디, 그녀의 마지막 길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지막 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게시물 아래, 수많은 '좋아요'와 함께 새로운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힘낼게요', '고마워요', '함께 이겨내요'.

어둠 속에서, 아주 작지만 따뜻한 빛들이 서로를 비추기 시작했다.


가장 달콤한 위로는 때로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되고,
익명의 공감은 영혼을 사냥하는 가장 교묘한 덫이 된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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