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암호화폐의 유령
Chapter 1: 0과 1의 증발
2025년 3월 19일.
"제 남편이... 증발해버렸어요. 남편의 돈과 함께요."
의뢰인 윤지혜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 김동현은 최근 암호화폐 투자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신흥 부자였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단 몇 달 만에 수십억 원을 벌어들였고,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차는 한강 공원 주차장에서 발견되었고, 차 안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옷가지와 텅 빈 지갑만이 남아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난 사람처럼.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암호화폐 전자지갑에 있던 수십억 원의 자산 역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모든 코인은 사건 당일 밤, 여러 개의 추적 불가능한 해외 거래소 계좌로 쪼개져 송금된 뒤 증발해버렸다.
경찰은 김동현이 거액의 자산을 현금화하여 해외로 밀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그의 아내 윤지혜는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절대 저와 아이를 버리고 떠날 사람이 아니에요. 이건... 단순한 잠적이 아니에요.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어요."
사라진 사람, 그리고 그와 함께 사라진 디지털 자산. '미스터리 수사대'는 0과 1로 이루어진 안갯속에서 진실을 찾아야 했다.
Chapter 2: 디지털 금광의 그림자
사건은 디지털 범죄와 강력 범죄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었다. 화이트해커 이지수와 법의학자 한서진이 이 기묘한 증발 사건을 맡았다.
"범인은 암호화폐 거래와 자금 세탁에 매우 능숙한 전문가입니다. 일반적인 해킹과는 차원이 달라요."
이지수는 김동현의 전자지갑에서 빠져나간 코인의 흐름을 역추적했다.
범인은 '믹싱(Mixing)' 서비스와 '다크 웹'의 불법 환전소를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거래 기록을 뒤섞고 있었다.
5년 전, 그녀를 괴롭혔던 사이버 스토커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의 흔적을 숨겼었다. 하지만 이지수는 끈질기게 그 흐름을 쫓았고, 마침내 수많은 거래의 종착점이 단 하나의 전자지갑으로 모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지갑의 소유주를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갑의 소유주는 '윤지혜'. 바로 의뢰인이자 김동현의 아내였다.
"말도 안 돼... 아내가 남편의 코인을 훔치고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한편, 한서진은 김동현의 차에서 의미 있는 단서를 발견했다.
차 안은 너무나도 깨끗했지만, 루미놀 시약을 뿌리자 트렁크 한쪽 구석에서 미세한 혈흔 반응이 나타났다.
"혈액량이 많지는 않지만, 격렬한 다툼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DNA 분석 결과, 혈흔은 실종된 김동현 씨의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의 혈액과 함께 신원 미상의 DNA가 함께 검출되었습니다."
아내의 수상한 자금 흐름, 그리고 차 안에서 발견된 남편의 혈흔과 의문의 DNA.
사건은 아내 윤지혜가 남편을 살해하고 자산을 가로챈 뒤, 실종으로 위장한 치정 살인극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강태우는 이 시나리오에 고개를 저었다.
"너무 전형적입니다. 모든 증거가 아내를 가리키고 있어요. 마치 누군가 '아내를 범인으로 지목해주시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건... 함정입니다."
그가 프로파일링했던 과거의 사건도 비슷했다. 모든 증거가 한 사람을 가리켰지만, 진짜 범인은 따로 있었다. 그때 그는 증거에 속았고, 피해자를 구하지 못했다.
Chapter 3: 유령의 정체
강태우의 말대로, 팀은 다른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이지수는 아내 윤지혜의 계좌로 들어온 자금 흐름을 다시 한번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그녀의 계좌에 들어온 코인이 아주 짧은 시간 머물렀다가, 곧바로 또 다른 지갑으로 전액 이체된 사실을 발견했다.
그 지갑의 주인은 '박성준'. 김동현의 대학 동창이자, 그에게 처음 암호화폐 투자를 알려준 인물이었다.
진실의 윤곽이 드러났다. 범인은 박성준이었다.
박성준은 김동현의 투자 성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극심한 질투와 탐욕에 사로잡혔다.
그는 김동현을 살해하고 그의 암호화폐를 가로챌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모든 죄를 그의 아내 윤지혜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치밀한 디지털 함정을 설계했다.
그는 김동현을 한강 공원으로 유인하여 차 안에서 살해했다. 그리고 김동현의 휴대폰을 이용해 그의 전자지갑에 접속, 모든 코인을 아내 윤지혜의 지갑으로 보냈다.
하지만 차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DNA는 누구의 것이었을까?
한서진은 DNA 대조를 통해, 그것이 박성준의 DNA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녀는 검출된 DNA의 염기 서열에서 희귀한 유전적 특징을 발견하고, 유전병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DNA의 주인을 찾아냈다.
그는 박성준이 고용한 '범죄 해결사', 즉 시신을 처리해주는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는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성준과 돈 문제로 다투었고, 그 과정에서 박성준을 살해하고 코인까지 모두 가로채 잠적해버린 것이다.
탐욕이 또 다른 탐욕을 낳고, 범인이 또 다른 범인에게 잡아먹힌 최악의 연쇄 비극이었다.
Chapter 4: 0의 가치
'미스터리 수사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은 체포되었다. 김동현의 시신도 암매장한 야산에서 발견되었다.
수십억의 디지털 자산은 결국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증거물로 압수되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숫자는 차가운 서버 어딘가에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에필로그: 신기루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윤지혜는 '미스터리 수사대' 팀을 찾아왔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했지만, 동시에 남편을 죽였다는 누명을 벗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그렇게나 모두가 열광하던 그 숫자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네요. 그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유령이었을 뿐이에요."
그녀는 돌아가신 남편의 전자지갑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1원도 안 되는 가치의 이름 모를 코인 하나를 삭제했다. 화면에서 숫자가 0으로 바뀌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눈물을 터뜨렸다.
그것은 남편에 대한 애도이자, 숫자의 허망함에 대한 깨달음의 눈물이었다.
탐욕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탐욕도 또 다른 탐욕의 먹잇감일 뿐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