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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2 디지털의 밤

2부: 편의점 CCTV의 공백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사라진 30초

2025년 1월 22일. 의뢰는 서울 신촌의 한 대학가, 24시간 편의점 점주 최동수로부터 왔다.

그는 자신이 귀신에 홀린 것 같다며,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주 화요일 새벽 2시만 되면, 가게 안의 물건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지난주엔 즉석밥, 이번 주엔 컵라면, 그 전 주엔 생리대였어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이상한 건, CCTV 어디에도 물건을 훔쳐 가는 사람이 찍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가 보내온 CCTV 영상은 기묘했다. 매주 화요일 새벽 2시 정각, 화면은 30초 동안 까맣게 변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30초의 공백 사이에, 진열대의 물건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유령이 물건을 집어간 것처럼.

더욱 기이한 것은, 물건이 사라진 자리에 항상 작은 메모가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

메모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기호들만 적혀 있었다.


38-7-3

127-12-1

42-2-5


경찰은 장비 오류와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점주는 매주 반복되는 현상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그는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미스터리 수사대'를 찾아왔다.


Chapter 2: 암호 해독

"30초의 완벽한 공백. 이건 단순한 장비 오류가 아닙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CCTV 녹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증거죠."

이번 사건은 디지털의 흔적과 현실의 미스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었기에, 화이트해커 이지수와 도시전설 연구가 박유진이 팀을 이루었다.

이지수는 편의점의 보안 시스템을 분석했다. 범인은 원격으로 시스템에 접속하여 특정 시간에만 녹화를 중단시키는 프로그램을 심어놓았다. 해킹 수법은 매우 정교했지만, 희미한 디지털 발자국을 남겼다.

범인은 여러 개의 가상 사설망(VPN)을 거쳐 IP를 우회했지만, 최종 접속지는 놀랍게도 북한의 IP로 위장되어 있었다.


"북한 해커가 즉석밥을 훔치려고 이런 짓을 했을 리는 없겠죠."

이지수가 말했다.

"이건 명백한 위장입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동시에, 무언가 '북한'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그 사이, 박유진은 메모에 적힌 암호 해독에 집중했다. 그는 그것이 단순한 숫자가 아닐 것이라 직감했다.

그는 '성경'과 '찬송가'에 주목했다.

"과거부터 첩보원이나 비밀 조직들이 암호 체계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책이 바로 성경입니다.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으면서도, 장, 절, 단어 단위로 암호화하기 용이하기 때문이죠."


박유진은 메모의 숫자들을 '구약/신약 - 장 - 절' 혹은 '찬송가 장 - 절 - 소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입했다. 몇 시간의 사투 끝에, 그는 마침내 암호를 풀어냈다.


'38-7-3': 구약성경 스가랴 8장 7절 3번째 단어 → "구원(Salvation)"

'127-12-1': 찬송가 127장 1절 2번째 소절 → "안전하게(Safely)"

'42-2-5': 신약성경 사도행전 2장 42절 5번째 단어 → "교제(Fellowship)"


'구원', '안전하게', '교제'. 암호가 가리키는 단어들은 절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것은 누군가를 돕기 위한, 보이지 않는 구조의 신호였다.

'북한'이라는 키워드와 '구원의 메시지'. 모든 단서가 하나의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었다.


Chapter 3: 보이지 않는 연대

"이것은 탈북민을 돕는 지하 네트워크의 비밀 접선 장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태우가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렸다.

대한민국에 막 도착한 탈북민들은 신분이 노출될 경우 북에 남은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다. 이 네트워크는 그들이 한국 사회에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의 비밀 연대였던 것이다.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고, 유동 인구가 많아 의심을 피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였다.

매주 화요일 새벽, 네트워크의 '조력자'는 CCTV를 30초간 무력화시킨다. 그 사이, 도움이 필요한 '탈북민'은 편의점에 들어와 자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생필품(즉석밥, 생리대 등)을 가져간다.

그리고 조력자가 미리 준비해 둔, 다음 접선 장소와 시간을 의미하는 암호 메모를 확인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물건값은 조력자가 나중에 점주 모르게 채워 넣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력자는 누구일까?


이지수는 CCTV 해킹 로그를 다시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북한 IP로 위장하기 직전, 아주 짧은 순간 노출된 실제 접속지의 흔적을 찾아냈다.

접속지는 편의점 건너편에 있는 작은 교회의 사무실이었다.

팀이 교회를 찾아갔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인상 좋은 젊은 목사 이준혁이었다. 그는 팀원들을 보자 모든 것을 직감한 듯 조용히 웃었다.


"결국 들켰군요. 점주님께는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분들에게는 당장 컵라면 하나, 즉석밥 하나가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탈북민 인권 운동을 하던 아버지를 이어, 수년 전부터 비밀리에 그들을 돕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불법임을 알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이 법보다 우선이라 믿었다.


에필로그: 빛 속의 그림자

이준혁 목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그를 선처해달라는 탄원 운동이 일어났다. 편의점 점주 최동수 역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며칠 후, 편의점에는 작은 모금함 하나가 놓여졌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이들을 위하여'

모금함에는 금세 따뜻한 마음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어느 날 밤, 박유진은 편의점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이준혁 목사와 마주쳤다.

목사는 멋쩍게 웃으며 컵라면 하나를 사서 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제 돈 주고 사 먹어야죠."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아래, 여전히 수많은 그림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빛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가장 따뜻한 선의는 때로 가장 차가운 미스터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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