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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2 디지털의 밤

3부: 보이스피싱의 진짜 얼굴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엄마, 나 핸드폰 고장났어"

2025년 2월 26일.

"검찰청 첨단범죄수사팀 박민수 수사관입니다. 현재 어머님 명의의 통장이 대규모 금융 사기에 연루되었습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한미숙의 하루는 전화 한 통으로 산산조각 났다. 수사관을 사칭한 남자는 그녀의 개인정보를 줄줄 읊으며, 모든 자산을 '안전 계좌'로 이체하지 않으면 공범으로 구속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얼마 전, '핸드폰이 고장 났다'며 딸을 사칭한 문자에 속아 개인정보를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패닉에 빠진 그녀는 범인들이 시키는 대로 평생 모은 돈 전부를 송금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모든 것이 사기였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충격과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의뢰는 그녀의 아들 한준호로부터 왔다. 그는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니라,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살인 사건'이라며 울부짖었다.

"제발... 저 악마들을 잡아주세요. 돈은 상관없습니다. 제 어머니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비웃던 그놈들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강태우는 의뢰인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자신이 경찰청을 떠나게 만든 사건의 유족과 똑같았다.

그때도 그는 범인을 잡았지만, 피해자를 구하지는 못했다. 그 무력감이 지금도 그를 괴롭혔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강태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보이스피싱.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 지독한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 프로파일러 강태우와 화이트해커 이지수가 다시 한번 팀을 이루었다.


Chapter 2: 목소리 뒤의 목소리

"범인들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입니다. 피해자의 심리를 압박하고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강태우는 녹취 파일 속 범인의 목소리를 수십 번 돌려 들으며 그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범인은 표준어를 구사했지만, 미세하게 묻어나는 특유의 억양과 단어 선택에서 '조선족' 출신일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편, 이지수는 범인들이 사용한 전화번호와 계좌를 추적했다.

모두 대포폰과 대포통장이었고, 자금은 여러 단계를 거쳐 세탁된 뒤 중국으로 송금되고 있었다.


"이거... 이상해요."

이지수가 모니터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내, 그녀는 범인들이 조직 내부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의 서버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곳은 범죄의 지옥도였다.


'5번 방 김철수, 오늘 실적 채울 때까지 굶어.'

'이영희, 너 또 발음 샌다고 고객한테 욕먹었지? 오늘 밤에 각오해라.'

'도망치다 잡힌 박 군, 어떻게 됐는지 다들 봤지? 딴생각하지 마라.'


그곳은 회사가 아니었다. 감옥이었다.

'직원'이라 불리는 이들은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강제로 범죄에 가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지수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녹취 파일 속 범인은 그렇게나 잔인하고 냉정했는데... 여기서는 그 역시 또 다른 피해자예요."


강태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게 바로 이 범죄의 가장 악랄한 점입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죄책감과 공포심으로 옭아매는 거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5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녹취 파일 속 범인의 냉정한 목소리는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가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Chapter 3: 가해자가 된 피해자

이지수는 메신저 기록을 통해, 한미숙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던 '박민수 수사관'의 정체를 특정했다.

그의 진짜 이름은 정우진, 한국 청년이었다.

그는 1년 전, '고수익 해외 취업'이라는 광고에 속아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되었다.

조직은 그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며 범죄에 가담시켰다.

살아남기 위해, 그는 자신의 영혼을 팔아야 했다.

팀은 중국 공안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아지트를 급습했다.

현장은 처참했다. 좁은 공간에 수십 명의 청년들이 갇혀 있었고, 그중에는 정우진도 있었다.

그는 발견 당시 영양실조와 폭행 후유증으로 거의 초주검 상태였다.


한국으로 송환된 정우진은 모든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 그는 한미숙 씨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열했다.

"그날... 그 어머님의 목소리가 꼭 제 어머니 같아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모질게, 더 잔인하게 굴었어요.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저는... 용서받을 수 없는 놈입니다."

강태우는 그를 바라보며 5년 전을 떠올렸다. 그때도 범인은 이렇게 울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Chapter 4: 용서할 수 없는, 그러나

정우진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그가 처했던 상황이 일부 참작되었지만, 그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의뢰인이었던 한준호는 재판 내내 방청석을 지켰다. 그는 정우진을 증오했고, 그가 법정 최고형을 받기를 바랐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될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증오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정우진의 깡마른 얼굴 위로, 어머니를 잃고 절망하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재판이 있던 날, 그는 법정을 나서던 정우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어쩌면 내 어머니가 당신에게 준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릅니다. 평생... 내 어머니에게 속죄하며 사십시오."

정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흘렸다.


에필로그: 끝나지 않는 싸움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범죄는 계속될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온 강태우는 창밖을 바라봤다. 5년 전, 그가 구하지 못했던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의 무력감이 지금도 그를 괴롭혔다.


"강 팀장님."

이지수가 조용히 다가왔다.

"우리가... 제대로 한 건가요?"

강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은 눈앞의 가해자가 아니라,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이 잔혹한 세상 그 자체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 명이라도 더 구하는 것뿐입니다."


이지수도 5년 전을 떠올렸다.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 하지만 그녀는 복수 대신 이 길을 선택했다.


가장 잔혹한 범죄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그 영혼마저 스스로 파괴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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