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랜섬웨어의 인질
Chapter 1: 코드 블루, 서버 다운
2025년 4월 9일 새벽 3시 17분.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 병원, '서울 메디컬 센터'. 병원 전체가 마비되었다.
환자의 생체 신호를 체크하는 모니터부터, 처방 기록, 수술 일정, 영상 의학 자료까지, 병원의 모든 의료 정보 시스템이 일순간 다운되었다.
의료진들은 패닉에 빠졌다. 응급 수술은 중단되었고,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전산 시스템에 의존하던 현대 의료의 심장이 멎어버린 것이다.
곧이어, 병원의 모든 컴퓨터 화면에 붉은색 해골 이미지와 함께 섬뜩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너희의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되었다. 환자들을 살리고 싶다면, 72시간 내에 1000 비트코인(약 700억 원)을 지불하라. 시간은 흐르고 있다.'
병원 전체가 '랜섬웨어' 공격의 인질이 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사이버 테러가 아니었다.
수천 명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었다.
정부와 경찰이 비상 대응팀을 꾸렸지만, 암호화된 서버를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병원 측은 범인들과의 협상과 데이터 복구 사이에서 고뇌에 빠졌다.
그때, 병원 보안팀의 한 연구원이 '미스터리 수사대'에 비밀리에 연락을 취해왔다.
"범인들은 저희 병원 시스템의 가장 깊숙하고 취약한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외부 해커의 소행이라기엔, 너무나 내부 사정에 정통합니다. 마치... 우리 중 누군가가 문을 열어준 것 같습니다."
Chapter 2: 내부의 적
사상 최악의 사이버 재난. 사건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하여, '미스터리 수사대' 팀 전원이 투입되었다.
화이트해커 이지수는 범인들의 침입 경로와 암호화 알고리즘을 분석했고, 강태우와 다른 팀원들은 '내부의 적'을 찾기 시작했다.
"범인은 '제로데이 공격'을 사용했습니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거죠."
이지수가 암호화 코드를 분석하며 말했다.
"이런 고급 정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병원 IT 보안팀, 혹은 시스템을 구축한 외부 개발사 외에는 불가능해요."
강태우와 오민재는 병원 IT 부서의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시작했다.
총 23명의 직원 중, 유독 한 사람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서버 관리팀의 과장, 최민준이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유능하지만 독선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는 최근 병원 측에 새로운 보안 시스템 도입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예산 문제로 번번이 묵살당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시스템에 대한 강한 통제 욕구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태우가 그의 프로필을 분석했다.
하지만 최민준이 범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그 역시 다른 동료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서버 복구를 위해 애쓰고 있었다.
Chapter 3: 숨겨진 동기
그때, 법의학자 한서진이 전혀 다른 곳에서 단서를 찾아냈다.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의 부검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
"피해자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료 기록 어디에도 심장 질환 관련 병력은 없었어요."
한서진이 부검 보고서를 펼쳤다.
"누군가 그의 의료 기록, 특히 약물 알레르기 정보를 의도적으로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랜섬웨어 공격의 혼란 속에서 벌어진 또 다른 범죄. 범인은 단순히 서버를 마비시킨 것이 아니라, 특정 환자의 데이터를 조작하여 '의료 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사망한 환자는 누구죠?"
강태우가 물었다.
"병원 이사장의 아들, 박준호입니다."
한서진의 답에 팀원들 사이에 긴장이 흘렀다.
이지수는 한서진의 요청에 따라, 사망한 환자의 수정 전 원본 의료 기록을 찾아 나섰다.
암호화된 서버 깊숙한 곳, 백업 데이터의 파편 속에서 그녀는 밤을 새워 원본 기록을 복원해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보는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수정된 약물 정보는, 2021년 이 병원에서 의료 사고로 사망한 한 여성 환자 정수진의 기록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 의료 사고의 주치의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병원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그 여성 환자의 남편이 바로, 서버 관리팀의 과장, 최민준이었다.
"찾았습니다."
이지수가 팀원들에게 연락했다.
Chapter 4: 시스템의 복수
범인은 최민준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돈이나 능력 과시가 아니었다. 오직 '복수'였다.
그는 병원의 부패한 시스템이 자신의 아내를 죽였다고 믿었다. 법과 제도로는 그들을 심판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랜섬웨어 공격을 일으켜 병원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의료 시스템의 책임자, 즉 이사장의 아들의 의료 기록을 조작하여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그에게 랜섬웨어 공격은 복수를 위한 거대한 연극의 무대 장치였을 뿐이다.
팀이 모든 증거를 가지고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서버실에서 담담하게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찾아냈군요."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말했다.
"이 썩어빠진 시스템은, 똑같은 고통을 겪어봐야만 잘못을 깨닫습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라 기술자지만, 제 방식대로... 썩은 부위를 도려낸 것뿐입니다."
에필로그: 비어버린 묘비
최민준은 체포되었다. 병원 시스템은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겨우 복구되었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한서진은 혼자서 공동묘지를 찾았다. 그녀는 최민준의 아내 정수진이 묻힌 묘비 앞에 섰다. 묘비에는 아내의 이름과 생몰년월일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의 남편 최민준이 언젠가 함께 묻히기 위해 미리 파놓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한서진은 생각했다. 하나의 죽음이 또 다른 죽음을 낳고,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불러일으키는 비극의 연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인간의 슬픔과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은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그녀는 비어 있는 묘비 자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이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때,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한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