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새로고침'이 필요할 때(4)
새벽 3시 14분.
스마트폰 시계를 확인하고는 절망합니다.
'지금 당장 잠들면 3시간 40분은 잘 수 있어.'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억지로 눈을 감아보지만, 정신은 오히려 더 말똥말똥해집니다. 냉장고가 웅웅 돌아가는 소리, 위층 누군가의 발소리, 심지어 제 심장 뛰는 소리까지 고막을 때리는 것만 같습니다.
양을 세어보다가, 따뜻한 우유를 데워 마셔보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유튜브를 켭니다. 화면 속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제 눈은 뻑뻑해지는데 뇌는 각성 상태로 돌아갑니다.
"내일 망했다." 이 한마디가 천장 위로 둥둥 떠다니는 밤.
불면의 밤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이 고독하고 축축한 기분을 아실 겁니다.
저는 늘 '머리만 대면 기절하듯 잠드는 사람'을 부러워했습니다.
버스에 앉자마자 고개를 떨구는 사람, 눕자마자 코를 고는 친구를 보며 "너는 참 복도 많다"고 말하곤 했죠. 그런데 에이슬립의 이동원 대표를 만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머리 대면 바로 잠든다는 건, 사실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그건 평소에 너무 못 자서 피로가 극한으로 누적되어 있다는 적신호예요. '기절'에 가까운 거죠."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잠을 잘 자는 게 아니라, 그저 방전되어 쓰러졌던 거군요.
이 대표는 "건강한 수면은 눕고 나서 잠들기까지 15분 정도, 서서히 이완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마치 비행기가 착륙할 때 활주로가 필요한 것처럼요.
그렇다면 도대체 잘 잔다는 건 뭘까요? 내가 자는 동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방법이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침대 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잠을 청해 보기로 했습니다. 에이슬립의 기술이 들어간 앱을 켜고 말이죠.
처음엔 좀 으스스했습니다. '내가 자는 동안 이 기계가 나를 감시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 기술은 카메라로 저를 찍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소리'에 집중합니다. 어둠 속에서 마이크는 제가 뒤척이는 소리,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숨소리의 변화를 듣습니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숨소리에서 깊은 잠의 리듬을 찾아내고, 갑자기 거칠어지는 호흡에서 수면 무호흡의 징후를 포착합니다. 병원에서 온몸에 센서를 덕지덕지 붙이고 자야만 알 수 있었던 정보들을, 스마트폰 하나가 94%의 정확도로 분석해 낸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받아본 수면 리포트는 꽤나 솔직했습니다.
"총 수면 시간은 7시간이지만, 중간에 얕은 잠을 자며 자주 깼군요. 수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잤다고 생각했지만, 제 뇌는 밤새 시달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프를 보니 새벽 4시쯤 코를 골며 호흡이 불안정했고, 그때마다 뇌가 살짝씩 깨어났더군요.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늘 몸이 무거웠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 차가운 데이터가 따뜻하게 느껴진 건, 그 뒤에 이어진 조언들 때문이었습니다.
앱은 저에게 무작정 "더 주무세요"라고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환경을 바꿔보라고 권하더군요.
"오늘은 자기 전에 방 온도를 조금만 더 낮춰보세요."
"잠들기 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 향기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요?"
실제로 기술은 이제 단순히 측정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잠든 공간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잠이 들면 알아서 조명을 서서히 어둡게 하고, 깊은 잠에 빠지면 에어컨 온도를 조절해 쾌적함을 유지해 주는 침실. 아모레퍼시픽과의 연구에서는 특정 향기가 입면 시간을 20%나 줄여준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하니, 꿀잠은 이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과 '환경'의 문제인 셈입니다.
다시 밤이 찾아왔습니다.
앱을 켜고 침대 옆 협탁에 스마트폰을 올려둡니다. 화면에는 "편안한 밤 되세요"라는 문구가 뜹니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내 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감시가 아니라 '보살핌'으로 느껴집니다.
내가 악몽을 꾸며 뒤척일 때, 내가 숨을 멈추고 괴로워할 때, 묵묵히 그 소리를 듣고 기록해 줄 존재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어제는 좀 힘들었죠? 오늘은 이렇게 해봐요"라고 말을 건네줄 거라는 믿음.
그 작은 안도감 덕분일까요? 오늘은 왠지 뒤척이지 않고,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꿈나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은 우리 마음이 쉴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이자, 무너진 마음을 회복하는 가장 기초적인 공사 현장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숨소리는 편안한가요?
다음 화에서는 이 모든 기술의 종착점, 우리가 결국 나아가야 할 '스스로를 돌보는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약 대신 앱을 처방받는 미래, 그곳에서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