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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병원은 멀고 상담은 비쌀 때

내 마음에 '새로고침'이 필요할 때(2)

by 공감디렉터J


어느 날 밤, 퇴근길 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디 가서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바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사라지곤 했습니다. 정신과라는 간판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 '내가 그 정도인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무엇보다 한 시간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상담 비용이 제 발목을 잡았죠.


우리는 몸이 아프면 주저 없이 내과나 정형외과를 찾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땐 참는 게 미덕이라고 배웁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네가 의지가 약해서 그래"라는 주변의, 혹은 내면의 목소리에 상처를 꾹꾹 눌러 담습니다. 그러다 문득 용기를 내어 병원을 검색해 보지만, 유명한 선생님은 예약이 몇 달씩 밀려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좌절하고 맙니다.


저만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포티파이의 문우리 대표는 창업 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습니다. 그녀는 당시의 진료실 풍경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환자분들은 방송에 나오는 오은영 박사님처럼 따뜻하고 상세한 상담을 기대하고 오세요.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죠. 3~4시간 동안 40명의 환자를 봐야 했으니까요. 한 분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분에서 5분 남짓이었습니다."

의사로서의 무력감, 그리고 환자들의 간절한 눈빛. 문 대표는 그 짧은 시간 안에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위로하기엔 물리적인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다고 고백합니다.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편안하게 마음을 돌볼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이 바로 차가운 기술이 따뜻한 마음 치유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시작점이었습니다.


마인드테크(Mindtech). 단어만 들으면 왠지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하고 취재한 이 기술의 본질은 '연결'과 '접근성'이었습니다.

아토머스의 이승원 대표는 우리가 겪는 막막함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너무 우울해서 잠도 못 자는데, 도대체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잖아요. 좋은 전문가가 내 집 근처에 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지방에 사는 분이 서울의 유능한 상담사를 만나려면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합니다."


마인드카페 같은 비대면 상담 플랫폼은 이 거대한 장벽을 허물어뜨립니다.

상상해 보세요. 일요일 밤 11시, 월요병이 도져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질 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켭니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전문가를 골라 채팅이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굳이 휴가를 내지 않아도, 퉁퉁 부은 눈으로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됩니다.

한 사용자는 이런 후기를 남겼다고 해요.

"예전 같으면 살기 위해 병원 문을 두드리며 헤맸을 텐데, 지금은 따뜻한 우리 집 거실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기분이에요."

'따뜻한 거실에서의 구명조끼'. 이보다 더 완벽한 비유가 있을까요?

기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도구였던 겁니다.

물론, "사람의 온기를 기계나 화면이 대체할 수 있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때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서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우리는 오히려 가장 벌거벗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니까요.


마인드카페의 커뮤니티 공간은 그래서 늘 북적입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남긴 "오늘 하루도 버티느라 고생했어요"라는 댓글 하나가, 때로는 백 마디의 전문적인 조언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AI 기술까지 더해져, 아무도 댓글을 달아주지 않는 밤에도 AI가 다정한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픔을 참거나 병원에 가는 것, 그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벗어나 '앱을 켜는' 제3의 선택지가 생긴 것입니다.

비용도, 시간도, 타인의 시선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의 손바닥 안에,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병원 문턱은 높지만,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는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 작은 시작이 당신의 마음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다음 화에서는 그럼 도대체 내 마음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나조차 몰랐던 내 성격의 비밀을 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혹시 당신은 스스로를 옥죄는 '엄격이'인가요, 아니면 거절 못 하는 '물렁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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