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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소년 Apr 11. 2021

메뚜기 훈련, 난 포기하지 않아! 첫번째

(4장-1) 추운 그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꼬꼬마 스케이터

여러분들 혹시 다큐3일과 같은 르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가. 가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도 오늘도 꿈을 위해 묵묵히 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어두운 밤이 고요하게 깔린 시간이 이들에게는 낮보다 더욱 뜨겁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때. 바로 내일은 김연아를 외치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꼬꼬마 스케이터들이다.      


우리나라의 스케이트 환경은 올림픽 성적이 나오는 것과는 반비례로 정말 열악하다. 국내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아이스링크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선수들만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일반인 대관 시간이 끝나는 최소 저녁 6시~8시 이후는 되야 링크장에서 본 훈련이 가능하다. 


김연아 선수가 과거 무릎팍도사 예능프로그램에서 얘기한 대로 국내 선수들이 가장 스케이트를 타기 좋은 곳이 웃프게도 잠실 롯데월드 내 있는 링크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그곳이 워낙 따뜻해서였다. 보통 우리나라의 빙상장은 상당히 춥고 난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이용객들이 워낙 많아 따뜻하게 해놓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2019년 동계체전 당시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의 누수 문제로 경기가 중단된 모습 (출처=연합뉴스)


실제로 나도 취재를 갈 때마다 대부분 실내가 상당히 추워 촬영을 할 때마다 손발이 트는 경우가 많았다. 장갑이 필수였고 그것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새빨갛게 트고 피가 약간 맺힐랑 말랑 하는 정도의 상처들이 자연스럽게 생겨 있었다. 그나마 선수들이 마음 편히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태릉선수촌 내 빙상장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쇼트트랙, 피겨, 아이스하키 세 종목의 선수들이 한 달 내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나눠 타야만 하는 상황이다. 국가대표 훈련장이 일반인들과 엉켜서 탈 일은 없다는 점이 위안거리일 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빙상장은 모두 빙질이 하키 재질에 맞춰져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상식이지만 동계스포츠 빙상종목은 각 경기마다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빙질과 온도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이 세 종목은 모두 같은 빙상장에서 열리는 경기가 맞지만 각 종목마다 빙질이 제각기 달라야 한다. 피겨스케이팅은 선수들이 점프를 뛰는 기술이 있다 보니 다른 두 경기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아 약간 무른 상태가 좋다. 그래야만 무릎에 가는 충격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KBS 스포츠 뉴스에 나온 태릉실내빙상장의 열악한 환경 모습 (출처 KBS)


반면 쇼트트랙이나 아이스하키는 움직임이 빠르면서 역동적이고 골을 넣는 등의 행위 등이 많다보니 빙질이 상대적으로 단단해야만 얼음이 덜 파이면서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다. 그러나 빙상장 개수 자체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조건까지 따지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답답하고 무거움만이 가득하다. 나 역시 처음으로 빙상장을 찾았을 때도 이런 무거움만이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달랐다. 그곳을 찾아가니 이러한 조건은 그저 몇 마디 글자를 끄적여 놓은 거에 지나지 않았다. 병아리가 삐약삐약 우는 것처럼 자라나는 새싹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꿈많은 이들에게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현실에 대해 불평불만은 들어놓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나의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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