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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와여정 Oct 15. 2024

오십의 운동

[오십의 기록] - 일상들

이제는 운동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숨쉬기 운동만 하던 젊은 시절에는 몸을 아낄 줄 몰랐다. 아니 몸을 혹사시켰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아무리 술을 마시고 잠을 못자고 과식을 하고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먹어도 나의 몸은 흡사 오뚜기처럼 다음 날이면 완벽하게 회복이 되곤 했다. 

점차 나이가 들어 예전같지 않은 몸을 발견하며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실감을 했지만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며 무언가를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서히 나의 몸은 점차 더 나빠져갔고 오십 근처가 되자 몸의 이곳저곳이 삐그덕대고 생기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관절이 쑤시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눈이 침침하고 피부가 늘어지고 주름이 생기고 머리칼이 바래고...이러다가 폭삭 늙었수다가 될것 같았다.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가장 손쉬운 것은 영양제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양제로 보충하려니 먹어야 할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더구나 내 몸에 잘 맞으면서 효과가 좋은 것들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먹을 때 먹더라도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 먹기로 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결국 식단과 운동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식단만 해서도, 운동만 해서도 그 효과는 충분치 않았고 오직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야만 비로소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나에게 맞는 운동은 무엇일까 싶었다. 운동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우선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했다. 장비를 사고 테크닉을 배워야 하는 운동은 부담스러웠다. 짐에 다니거나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보다는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을 선호했다. 

집에서 비디오를 틀고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기도 하고 동네 한바퀴를 뛰기도 했다. 어느 순간 비디오를 보면서 매트 위에서 하는 운동도 귀찮고 맨손 체조하듯이 스쾃과 플랭크를 하는 편이 손쉽게 여겨졌다. 동네를 한바퀴 뛰는 것은 가볍게 몸을 푸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제법 정착이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힘들고 귀찮았다. 그래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편인 나에게는 플랭크가 가장 편했다. 3분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었다. 목표를 정하면 그래도 착실히 실천하는 편인 나에게는 스쾃도 100개 목표로 하다보니 일상이 되었다. 동네 한바퀴 달리기는 시작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계기가 된 것은 코로나 시기였다. 집에만 짱 박혀 먹기만 하다 보니 몸의 가속노화가 느껴졌다.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처음엔 동네를 살살 달렸다. 숨이 가쁘고 배가 뒤틀리고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뛰고 나면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서서히 거리를 늘리고 횟수도 늘리다보니 지금은 일주일에 서너번 5킬로미터 정도를 뛴다

이렇게 세 가지 운동을 하루에 두 가지 정도씩 번갈아 가면서 하다 보니 서서히 몸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마른 비만처럼 뱃살이 많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변비에 시달리며 몸이 무거웠는데 이제는 많이 가벼워졌고 나잇살처럼 불어나던 몸 이곳저곳의 살들도 쫙 빠지기 시작했다. 대신 달리기를 하면서 종아리, 스쾃을 하면서 허벅지가 조금 더 두꺼워졌다. 

이러한 외형적인 변화 외에도 무릎과 어깨 등 관절이 아프던 것들도 사라졌고 허리 통증도 나아졌다. 호르몬의 변화로 어김없이 찾아온 핫플러시도 약하게 지속되다 곧 사라진 것도 별다른 약이나 식품을 찾아먹지 않았으니 운동의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앞으로 평생을 해나가야 하고 심지어 횟수나 강도를 더 높야나가야 할 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브릿지 등 맨손 운동과 국민 운동이 된 골프 등 더 추가해야 하는 항목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운동은 하면 할수록 효과가 눈에 나타나고 운동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기에 이를 계속해나가는 것이 그다지 힘들게 여겨지지도 않고 오히려 기대가 된다. 

역시나 오십 평생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 이제사 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남편은 자신 평생에 있어 지금이 최고의 몸이라며 꽤나 뿌듯해하는데 나 또한 그리 생각된다.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아직 늦지 않은 나이, 오십. 뭐라도 하다보니 최고가 되기도 하는 나이, 오십. 오십이 되지 않았으면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을테니 어찌 보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된 나이 오십이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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