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뉴욕 JFK 공항→ 워싱턴 D.C.
미국 가는 날이다
미국에서 한 달, 첫 2주는 큰 아이가 살고 있는 워싱턴 D.C. 에서 보내고 이후 2주는 둘째가 살고 있는 뉴욕주 버펄로에 머물 계획이다.
아시아나 항공 OZ 222 한국 인천공항 오전 10시경 출발, 다시 같은 날, 미국 뉴욕 JFK공항 오전 10시경 도착이다. 뉴욕 공항에서 빌린 렌터카로 4시간 30분 걸려 늦은 오후에 DC 도착 예정이다.
얼마동안 준비한 여행길일까. 몇 달 전부터 항공권을 예매하고, 여권을 챙기고, 며칠 전부턴 커리어에 아이들 좋아하는 간식거리와 선물도 주섬주섬 챙겨 넣고, 한 달간 입을 옷가지도 챙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넣었다 뺐다 했다. 소풍 가는 아이처럼 마음 설레며.
밤잠을 설쳤다. 새벽 5시 눈을 뜨자마자 미리 싸둔 커리어를 끌고 남편과 집을 나선다. 새벽거리는 한산하다. 길 건너 공항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도착,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왔고 짐칸에 커리어를 넣고 버스에 오른다. 노곤한 몸을 실은 버스는 1시간 반 정도 쉼 없이 내달린다.
새벽 7시경 인천공항 도착, 이른 시간에도 여행 떠날 사람들로 공항은 붐비고 생기와 활기로 넘쳐난다.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 무거운 짐을 부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2층 식당가에 올라 샌드위치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곧 식사가 나온다. 탑승구로 이동해 비행기를 기다리며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한다.
To New York
이륙 싸인과 함께 육중한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늘 눈으로 보고 경험하면서도 믿기 어렵다. 이 무거운 철 덩어리가 사람과 짐을 가득 싣고 가볍게 날아오르다니. 비행기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힘차게 내달린다. 창가 좌석이라면 창 밖 하늘 사진을 남기겠지만, 들락날락하기 좋다는 통로 쪽 좌석이라 못내 아쉽다.
자그마한 테이블에 가져온 책과 노트북을 꺼내놓고, 눈앞 모니터의 영화 제목도 훑어본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지. 하지만 책을 읽다 말다, 글을 쓰다 말다, 영화를 보다 말다, 눈을 붙이다 말다. 그래도 중간중간 기내식과 간식은 열심히 챙겨 먹는다.
뉴욕 JFK (John F. Kennedy) 공항 도착
13시간 하늘 속을 날아왔다. 한국 인천공항을 6월 4일 아침 시간에 출발했는데 다시 뉴욕시간 6월 4일 아침 시간에 JFK공항에 도착했다. 시차 때문에 하루를 덤으로 얻었다. 시간을 거슬러 달려왔다. 인생의 시간도 이렇게 거슬러 갈 수는 없는 걸까.
꺼두었던 휴대폰을 켜고 아이들에게 미국 땅에 착륙했음을 알린다. 평소엔 조용했던 카톡 방이 한참을 떠들썩, 한국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아이들 목소리까지 들린다. 몹시 반갑다. 꿈인지 생시인지.
비행기에 내려 짐을 찾아 에어트레인(Air Train)을 타고 예약해 둔 렌터카 장소로 이동한다. 렌터카 키를 인수받고 트렁크에 무거운 커리어들을 싣는다. 우리와 한 달을 함께할 든든한 SUV 자동차다.
남편은 운전석, 난 조수석, 공항을 잽싸게 빠져나와 워싱턴 DC를 향해 내달린다. 20년 된 내 미국운전면허증은 갱신을 미처 못해 남편과 교대 운전은 할 수 없다. 대신 조수석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카메라를 꺼내 든다.
To 워싱턴 D.C.
뉴욕 JFK 공항에서 서쪽으로 뉴욕시 스테이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를 거쳐 뉴저지를 만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워싱턴 D.C. 다. 뉴욕에서 워싱턴 D.C. 까지 자동차로 4시간 30분 거리, 하지만 대도시 교통상황과 중간 휴게소에 들를 시간까지 넉넉하게 6시간 정도 잡는다. 아이 만날 생각에 마음은 급하다.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한 자동차는 남쪽에 펼쳐진 대서양 바닷가를 따라 서쪽으로 뉴욕시 브루클린 벨트파크웨이(Belt Pkwy)를 쌩쌩 달린다. 훤칠하고 잘생긴 베라자노 브리지(Verrazzano-Narrows Bridge)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갑다. 허드슨 강(Hudson River)을 가로질러 뉴욕시 브루클린(Brooklyn)과 뉴욕시 스테이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를 이어주는 다리다.
미국에 살 때도, 미국을 방문할 때도, 20여 년간 매년 왕복하는 다리다. 가족을 만날 때의 환희와 떠날 때의 섭섭함으로 만감이 얼룩진 다리다.
베라자노 브리지를 달리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뉴욕시 브루클린 너머 저 멀리 뉴욕시 맨해튼의 우뚝 솟은 빌딩 숲 풍경이 아스라이 보인다. 뉴욕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뉴저지와 맨해튼에서 살며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지날 때마다 감회는 늘 새롭다.
뉴욕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게달스 브리지(Goethals Bridge)를 건너 뉴저지 남북을 달리는 뉴저지 턴파이크(NJ Turnpike) I- 95번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출근할 때 매일 이용했던 도로다.
95번 고속도로 남쪽을 향해 내달린다. 30여분 달렸을까. 예전 살았던 동네, 10번 출구 뉴 브런스윅(New Bruswick) 익숙한 표지판이 스쳐 지나간다.
시야가 뻥 뚫린 넓고 높은 푸른 하늘, 두둥실 뭉게구름, 우거진 숲 속 고속도로, 쉬엄쉬엄 달리는 자동차들... 어느덧 고향에 온 듯 잔잔한 평화가 마음으로 스며든다.
점심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 들어선다. 미국 여행 중 가장 많이 들락거리는, 남편이 좋아하는 식당, 셰이크 쉑(Shake Sack)이다. 햄버거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워싱턴 D.C. 도착!
마음이 급해서일까. 고속도로가 많이 막힌다. 대도시 워싱턴 D.C. 가 가까워질수록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많아지며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수시로 바뀌는 고속도로 상황 따라 만남의 장소를 정하기 위해 아이와 메시지가 계속 오간다. D.C. 교통상황을 파악한 아이는 최종 만남의 장소를 정해 알려온다.
내비게이터에 식당 주소 Rakugaki (10223 Old Georgetown Rd, Bethesda, MD 20814, United States)를 올린다. 힘차게 내달리고 싶지만 자동차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참을 서성인다. 얼마쯤 지났을까. 우뚝 솟은 워싱턴 D.C. 성전이 보이고 고속도로 표지판에 익숙한 길 이름들이 하나 두울 눈에 들어온다. 거의 왔나 보다. 날쌔게 고속도로를 빠져나온다.
얼마만의 만남일까
아이가 보내준 목적지 식당 주차장에 드디어 도착, 먼저 도착한 아이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얼마만일까. 딱 1년, 반가움에 서로 뜨겁게 포옹한다. 가슴이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만감이 교차한다. 아이 얼굴에는 모처럼 여유가 돈다. 살도 좀 올랐나 싶다. 표정도 더 밝아졌다. 잘 정착하고 있나 보다.
아들이 새롭게 구입한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호기심 많은 남편과 조수석에 앉은 아들, 질문과 답이 한참을 오간다. 뒷 좌석에 앉아 천정 유리를 통해 시원하게 들어오는 뻥 뚫린 하늘을 만끽한다. 천상에 오른 듯, 천국이 따로 없다. 서둘러 식당과 찻집으로 이동, 그간 못다 한 이야기들은 끊일 줄 모른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하루가 너무 짧다
날은 어둑어둑, 벌써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아이가 미리 보내준 '워싱턴 D.C. 근교 여행 명소 리스트'를 다시 확인한다. 내일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로 하루 여정을 마무리한다. 덤으로 번 하루가 지나간다.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