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는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나

기획자 무용론 속에서 주니어 기획자가 성장하는 방법

by 곰사장

2020년 1월. 새해가 밝았다.

연말과 연초에는 사내 평가의 시즌이기도 하다.


서비스 기획자로 2년 정도를 일하면서 작년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지 물어본다.

기획자는 성장 지표가 애매한 직군 중에 하나이다. 수치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는 작년에는 100줄 걸리던 소스를 10줄 만에 짜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케터라면 사용자의 유입량을 토대로 자신의 성장을 말할 수 있으며, 사업 쪽이라면 돈을 얼마나 더 벌어왔느냐로 성장을 했는지 못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무엇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기획자는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말했다. 더 이상 자기가 잡일을 하지 않게 되고, 자신이 만든 기획서에 피드백이 줄어들 때 작년보다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자신이 제안한 기획을 통하여 사용자 유입이나 클릭 수가 늘어나거나 사용성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피드백이 들어오게 된다면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회사 평가를 더 좋게 받는다면 그것만으로 성장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그렇기에 회사 평가 항목에 맞춰 성장하고자 노력하라고.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자신의 경험에 의하여 이것이 성장한다는 것은 이러한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나 또한 나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기획자로서 필요한 성장 지표를 정리하여 보았다. 모든 서비스 기획자가 나의 말에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일하는 곳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지표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신의 기획서를 대변할 수 있는 능력


쉽게 말하면 얼마나 자신의 기획서가 통과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종종 사람들이 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변호사에 비유하여 설명하곤 한다. 자신이 만든 기획안이 비난받고 지적받더라도 변호하고 지켜내는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변호사는 누구일까. 무죄인 사람을 데려가서 무죄를 만드는 것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유죄인 사람을 데려가서 무죄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능력 있는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기획자 또한 완벽한 기획서를 뽑아낼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부족한 기획서를 설득하고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 더 큰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이끌어 배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


쉽게 말하면 얼마나 안정적으로 배포되었고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의 기획자는 기획만 하지 않는다. 운영자이기도 하며, PM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획자는 기획부터 시작하여 기획한 아이템이 개발되고, 디자인되어 배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운영적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만 하면 끝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획 이후에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운영까지 맡게 된다. 그렇기에 기획자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와 운영 코스트까지 자연스럽게 생각하면서 기획을 하게 된다.


모든 과정을 고려하는 기획자는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리딩 하게 되기에 주니어 기획자일지라도 리더로서의 책임감도 함께 느끼게 된다. 한 때는 주니어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연차와 상관없이 자신이 만든 기획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만든 기획서에 대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 때 많은 스태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인 PD가 가장 큰 부담을 가지고 팀을 리딩 하듯, 기능이 추가될 때 메인 기획이 가장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매혹할 수 있는 능력


쉽게 말하면 얼마나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일이 사람을 알면 70%는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누구를 찾아가면 해결될 수 있는지, 모르는 게 있다면 어떤 사람을 찾아가야 되는지 아는 것이 어느 회사를 가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자는 혼자서 일할 수 없다. 기획자가 혼자더라도 그것을 구현해 줄 프로그래머가 있어야 하며, 디자인을 해줄 디자이너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직군보다 인망이 중요하다. 내가 어떠한 기획서를 가져가더라도 나를 믿고 그 일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적어도 그 회사에서는 성공한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획자로서 성장했다고 하는 것은 동료들이 나를 얼마나 인정하는가로 결정되는 것 같다. 수치가 아닌 마음으로 결정되기에 변수 또한 많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어떠한 지표보다 뿌듯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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