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역사를 충실히 재현한 박물관
정식 명칭: Museum of London
홈페이지: https://www.museumoflondon.org.uk/museum-london
입장료: 무료
위치: Barbican 역(Circle Line, Hammersmith & City Line, Metropolitan Line), St. Pauls 역(Central Line)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한 지역에 오래 살면 자연스럽게 그곳에 대해 잘 알게 될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들 관광지로 알려진 곳의 현지인 추천 맛집을 알아내느라 바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장기거주자들이 그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풍부한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일례로 한 지방에서 2년 반 동안 근무를 한 나는 그 지방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배에 비해 해당 지역의 경제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이건 런던에 6년 가까이 살았지만 실제 영국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다. 특히 나의 영국 역사에 대한 지식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바이킹의 정복, 대헌장(Magna Carta), 명예혁명, 산업혁명, 빅토리아 여왕, 세계대전과 처칠 수상 등 무려 20여 년 전 세계사 시간에 스쳐 지나가듯 배웠던 기억의 파편들만이 머릿속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뿐이다.
런던박물관은 이렇게 영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지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박물관이다. 비록 명칭은 런던박물관이지만 이 박물관은 영국 또는 최소한 잉글랜드의 역사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나 웨일스의 역사까지는 잘 모르겠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까지 매우 긴 시간을 아우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박물관답게 감각적인 전시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박물관은 입구가 독특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박물관 입구는 지상층에 있는데 지상층 앞쪽에 있는 광장은 박물관 건물에 접하고 있는 로터리(roundabout)를 경계로 위쪽에 동그랗게 조성되어 있다. 즉, 이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도로에서 입구 앞쪽 광장이나 뒤쪽 길을 통해 지상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광장이 동그랗기 때문에 도로 다른 쪽으로 건너갈 때 은근히 방향을 헷갈리기 쉬웠다.
지상층 초입에서는 특별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분명히 어떤 가수였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아 힘들게 검색을 해 보니 The Clash라는 그룹이 부른 'London Calling'이라는 노래를 주제로 한 전시였다. 처음 노래 제목을 봤을 때는 전혀 모르는 노래라고 생각했지만 시트콤 'Friends'에서 등장인물들이 런던에 갔던 에피소드(시즌 4의 마지막 두 에피소드)에 배경음악으로 나온 노래였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미국 시트콤을 런던에서 촬영한 장면에 등장하고 런던 박물관에서 기획전까지 하는 걸 보면 이 곡이 런던을 대표하는 노래라는 인식이 확고한 모양이다.
지상층에 있는 전시실에서는 고대와 중세 시절의 런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서 올린 다른 글을 보면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만 박물관 안에 들어갔을 때 어떤 전시실을 관람할지에 대한 선택권은 거의 내 아이와 아내에게 있다. 그들은 지상층의 관람을 생략하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기로 했고 나는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영국 상황을 보아하니 다음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지하 2층에는 15~6세기경부터 근대 시기를 거쳐 현대까지 런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곳에서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전시물과 그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게 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당시의 모습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재현해 놓았다. 예를 들어 당시 도시에 생겨났던 빵집, 정육점, 은행, 잡화점 등 다양한 상점들을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아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발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호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도 있었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발달을 설명해 놓은 곳에는 모형 지하철 트랙을 설치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상점들이 모여 있는 곳도 그렇고 런던을 상징하는 공중전화 부스 등의 아이콘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 여기저기에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가 널려 있었다.
런던 박물관 근처에는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라는 공연장이 있다. 런던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은 주로 이 곳이나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re) 또는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물관 지하 2층을 돌아다니다 보면 호수를 둘러싼 커다란 건물들이 보이는데 이 건물들 중 일부는 바비칸 센터고 다른 일부는 바비칸 센터 근처의 아파트(Barbican Estate)다.
런던 박물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Zone 1 안에 있기 때문에 시내 중심부에서 버스로도 충분히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전시물보다는 런던이나 영국의 역사에 더욱 흥미가 있는 관광객들이라면 영국 박물관보다 이 곳을 방문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런던 및 잉글랜드의 역사를 알차게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아이들을 위한 전시 및 체험 시설도 훌륭한 편
* 이 글은 영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20년 2월 이전에 아이와 박물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artfund.org/whats-on/museums-and-galleries/museum-of-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