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작은 박물관

이런 박물관도 있습니다.

by Muswell

이제까지는 런던에서도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유명한 박물관이나 우리나라에도 있을 법한 보편적인 테마를 다루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박물관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당연히 런던에는 이런 박물관들 외에도 곳곳에 기상천외한 주제를 다루는 작은 박물관이 숨어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살던 지역에서 가까웠던 두 곳의 작은 박물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두 박물관 모두 아기자기한 규모 덕분에 입장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나올 수 있었다.



1. 그랜트 동물학 박물관

정식 명칭: Grant Museum of Zoology

홈페이지: https://www.ucl.ac.uk/culture/grant-museum-zoology

입장료: 무료

위치: Warren Street 역(Northern Line, Victoria Line), Euston Square 역(Circle Line, Hammersmith & City Line, Metropolitan Line), Euston 기차역과 지하철역에서도 가까움


이 박물관은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UCL은 학교 명칭에 university와 college가 함께 들어 있어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애매모호한 대학교로 런던에 있는 공립대학의 연합인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를 구성하는 대학 중 최초로 설립되었으며 그 규모도 가장 크다고 한다.


박물관에 아이를 데려간 논리는 다음과 같다. Zoology는 '동물학'으로 번역된다. 내 아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동물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아이를 동물학 박물관에 데려가면 좋아할 것이다. 실로 완벽한 삼단논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간과한 사실은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살아서 뛰놀고 있지 죽어서 동물학 박물관에 가만히 전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름만 보았을 때는 동물원의 이미지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박물관은 표지 사진에서와 같이 온갖 동물의 뼈와 표본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애초에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박물관이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 유추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물관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죽어있는 것에서는 기가 빨려서 힘들다는 아내 덕분에 우리 가족의 그랜트 동물학 박물관 방문은 약 15분 만에 마감되었다. 그렇지만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동물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는 천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약

동물원이 아니고 동물학 자료들로 가득 찬 박물관



2. 버러 하우스 & 햄스테드 박물관

정식 명칭: Burgh House & Hampstead Museum

홈페이지: https://burghhouse.museumssites.com/

입장료: 무료

위치: Hampstead 역(Northern Line), Hampstead Heath 역(London Overground)


2019년 가을과 겨울에 주말마다 아이와 같이 박물관을 가는 데 한창 열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구글에 'London museums to visit with children' 따위의 검색어를 입력해 가면서 주말에 아이와 함께 갈 재미있는 박물관이 어디 있는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맸다.


검색을 하던 와중에 'Burgh House & Hampstead Museum'이라는 박물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일단 햄스테드 지역에 있으므로 위치가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편이었고 웹페이지 글에 의하면 방문객들이 입어볼 수 있는 옛날 의상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링크 참조) 괜찮은 박물관인 것 같아서 그 주 일요일에 방문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웹페이지에서 틀린 정보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정직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정말 박물관 한 구석에 작은 책장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으며 (a reading corner) 책장 근처에는 옛날 옷들 몇 벌이 어지럽게 바닥에 널려 있었다.(period costumes visitors can try on) 비록 두 개밖에 안 되지만 아이들을 위한 아이템은 저 웹페이지의 글에서 빠짐없이 소개한 셈이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방문한 날에는 다른 아이들이 없었던 덕에 이 코너를 사실상 전세내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다. 물론 아이템 부족으로 인해 즐거운 분위기가 10분 이상 지속되지는 못했다.


박물관 건물 자체는 고풍스러운 옛날 저택이다. 저택과 정원이 아름다워서 일부는 강의장으로도 사용되고 결혼식용으로 대관도 하는 모양이었다. 지상층에서는 저택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으며 1층에서는 햄스테드 지역의 간략한 역사를 다루고 있었다. 로마 제국 점령기나 중세 시대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되어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비중이 높았던 부분은 1900년대 Northern Line의 개통, 2차 세계대전, 그리고 1980년대 이후 부촌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 등이었다.


박물관 주변은 런던의 신흥 부촌인 햄스테드 지역이다.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도 이 지역에 살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의 저택이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역을 굽어보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햄스테드 지역도 햄스테드 황야(Hampstead heath)라는 낮은 구릉을 등지고 런던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에는 경사가 급한 골목이 꽤 있는 편이다. 햄스테드 지역을 둘러싸고 넓게 펼쳐져 있는 햄스테드 황야도 가볼 만한 곳이다. 이 황야의 정상은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런던에서 그나마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라서 풍경이 꽤 괜찮다. 혹시 런던에서 가볍게 등산을 하고 싶다면 이 곳에 가면 된다. 장담하건대 등산 난이도는 동네 뒷산에 마실 가는 수준보다도 쉬울 것이다.


요약

주변 지역이 더 흥미로운 박물관

영국의 고풍스러운 저택을 방문해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을 듯


* 이 글은 영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20년 2월 이전에 아이와 박물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collectionofcollections.mx/en/grant-museum-of-zo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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