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해양박물관과 그 일대

대항해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by Muswell

기본 정보

정식 명칭: National Maritime Museum (Royal Museums Greenwich 구역에 있는 힌 박물관임)

홈페이지: https://www.rmg.co.uk/national-maritime-museum

입장료: 무료

위치: London DLR의 Cutty Sark for Maritime Greenwich 역 (이 역이 더 가까움), London Overground 및 London DLR의 Greenwich 역



지금은 컴퓨터 게임을 비롯하며 모든 종류의 게임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나에게도 인생 게임은 존재한다. 중학교 때 했던 삼국지 영걸전과 대항해시대 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히 대항해시대 2는 적당한 난이도, 다양한 스토리 등에 더해 배로 전 세계 곳곳을 직접 탐험하는 인터페이스를 선보였기 때문에 사회과부도에 있는 지도를 보는 게 취미였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게임 중 하나였다.


이 게임에는 여섯 명의 플레이어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옷토 스피노라라는 영국의 군인이다. 이 사람은 여섯 명의 플레이어 중 유일한 군인이지만 처음부터 해적질을 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전직 군인이었던 해적이 한 명 있는데 스페인 출신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영국과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맞붙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박물관이 바로 옷토 스피노라의 선후배들이 활약했던 시기를 충실히 재현해 놓고 있다.



영국의 찬란했던 대항해시대를 반영하듯 해양박물관의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다. 시대별, 테마별로 세분화된 전시실이 지상층 및 1층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른 박물관과 비교했을 때 각 전시실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은 대신 그 숫자는 훨씬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배 안에 작은 선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을 전시공간을 통해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전시실이 많기도 했고 방문했을 때 여러 군데를 둘러보지도 못해서 기억나는 내용이 많지는 않다. 대항해시대의 주요 해전을 홀로그램, 다큐멘터리 자료 등으로 재현한 전시실, 18세기 런던의 템즈강 주변을 그린 풍경화 여러 점을 둥그런 공간에 둘러싸듯 붙여 놓은 전시실 등이 기억에 남는다.


건물의 중앙 부분 1층에는 바닥에 세계지도가 깔려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한쪽 구석에는 카페가 있긴 하지만 이 공간은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어 마치 놀이터를 연상시킨다.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도록 모형 배도 준비되어 있다. 내 아이도 이 곳에서 배를 타고 나에게 밀어달라고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바닥이 매끈한 재질이 아니어서 배에 아이가 타면 밀고 다니는 데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었다.) 특별한 장식물이나 놀이기구 없이도 이 박물관의 주된 테마인 대항해시대를 잘 표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내부 지상층에는 어린이 놀이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렇지만 올해 초에 방문했을 때는 주말에는 예약이 필요하다고 하여 들어가 보지 못했다.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이 곳을 운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해양박물관은 왕립 그리니치 박물관 구역(Royal Museums Greenwich)에 있는 한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의 주변에는 커티 삭(Cutty Sark), 왕립 천문대(Royal Observatory), 퀸스 하우스(Queen's House), 왕립 해군 기념관(Old Royal Naval College) 등이 위치해 있는데 이 건물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그리니치의 해양문화유적'(Maritime Greenwich)을 구성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영국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대항해시대 관련 문화유적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역에는 해양박물관 외에도 주변에 볼거리가 아주 많다.


DLR 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커다란 전함이 바로 커티 삭이다. 이 전함은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가보지는 않았다. 배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지만 막상 배 안을 구경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템즈 강가로 다가가면 신기한 지하 터널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템즈 강 지하를 관통하여 건너편으로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통영에 있는 해저터널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리니치에 있는 터널이 훨씬 길었고 살짝 좁았던 느낌이 있다. (양쪽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간신히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넓이) 템즈 강 밑을 걸어서 건너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해양박물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녹지가 그리니치 공원이고 이 공원을 지나 경사로를 올라가면 왕립 천문대에 도달하게 된다. 세계 시간의 기준이 되는 GMT(Greenwich Mean Time)가 바로 이 곳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천문대 안에는 경도 0도 선이 그어져 있으며 당연히도 천문대 안에 들어가 이 선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렇지만 건물 밖에서도 이 선을 볼 수는 있고 어차피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은 선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그냥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런던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참 마음이 가난한 채로 살았던 것 같다.



이 박물관도 Zone 2에 위치하고 있어 런던 시내 중심부에서의 접근성이 나쁜 편이다. 특히 런던의 동남쪽만을 운행하는 DLR을 타야 하므로 지하철 환승 여건도 그리 좋지 못하다. 대신 DLR은 모노레일과 비슷하여 바깥을 보면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그냥 지하철보다는 좋아했던 것 같다. Bank역에서 DLR을 탈 경우 고층 빌딩으로 가득 찬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지역 구석구석을 거쳐가게 된다.


아이와 이 박물관을 한 번 방문했을 때는 주로 세계지도 위에서 노느라 전시실을 많이 보지 못했다. 다시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항해시대 2 키즈로서 전시실을 주의 깊게 둘러보고 싶다.


요약

대항해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주변 지역에도 다른 볼거리가 많음


* 이 글은 영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20년 2월 이전에 아이와 박물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artfund.org/whats-on/museums-and-galleries/national-maritime-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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