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공군박물관

너무나도 테마에 충실한 박물관

by Muswell

기본 정보

정식 명칭: Royal Air Force Museum in London

홈페이지: https://www.rafmuseum.org.uk/

입장료: 무료

위치: Northern line의 Colindale 역 (역에서 10~15분 정도 걷거나 버스를 타야 함)



지금은 예전의 영광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그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유럽연합에서 벗어나 보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지만, 19세기만 해도 영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었다. 워낙 많은 땅을 식민지로 지배하다 보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당시 영국의 군사력은 세계에서 가장 강했다.


과거 세계를 호령했던 막강한 군사력과 전시공간, 전시품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큐레이션 능력은 영국에 다수의 고품격 군사 박물관이 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글에서 소개할 런던 공군박물관과 다음 글에서 소개할 국립 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이 그 좋은 예다.


런던 공군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박물관의 위치,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놀이터까지도 '공군'이라는 테마에 너무나도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18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공군을 독립군으로 설립한 나라답게 전시내용도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박물관이다.



런던 공군박물관의 전시공간은 Hangar (격납고) 단위로 나뉘어 있다. 이 부분부터가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되는 지점인데 건물 한 개 또는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는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이 박물관은 실제 격납고로 사용했던 공간을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Hangar 1에서는 영국 공군에 대해 대략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영국 공군의 역사, 공군이 하는 일 등에 대해 전시해 놓은 곳 사이사이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투기 모형, 헬리콥터 모형, 공군 작전 현황을 재현한 거대한 전광판, 실제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는 전투기 실물, 유명한 작전을 시뮬레이션 게임 형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화면 등 아이들을 사로잡는 각종 즐길거리가 곳곳에 놓여 있다. 이 박물관에 아이와 두 번 방문했는데 이 구역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Hangar 2부터는 영국 공군의 역사에서 사용된 전투기를 시간 순서에 따라 전시하고 있다. Hangar 2에는 영국 공군 설립 초기의 전투기들이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는데 막상 이 곳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그 이유는 Hangar 1의 출구에서 Hangar 2 쪽으로 향하다 보면 아주 멋진 놀이터가 시선을 강탈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동선을 그쪽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놀이터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미끄럼틀, 시소, 그네, 정글짐 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중요한 점은 모든 놀이기구의 외관이 공군 테마에 맞게 꾸며져 있다는 사실이다. 최신형 전투기, 헬리콥터, 초창기의 비행기,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급유차 등으로 놀이기구를 장식해 놓아 아기자기하면서도 아이들이 공군에 대해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이 놀이터는 아이들로 항상 붐빈다.


Hangar 3, 4, 5는 하나의 커다란 격납고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구역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전투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간은 대략 2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1970년대까지인데 내가 만약 전투기 덕후였다면 정신을 못 차렸겠다 싶을 정도로 전투기가 많았다. 내 아들의 경우 이 구역에서는 '와 비행기 많다'가 반응의 전부였다.


Hangar 6은 1980년대 이후를 주제로 하고 있다. 점차 줄어들었던 영국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듯 이 시기 영국 공군의 역사보다는 현대 세계사와의 접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각 연대별로 대표곡들을 들을 수 있는 구역이 있었는데 2010년대를 대표하는 곡 중에 강남스타일이 있었다는 점이다.



격납고는 비행기가 들어가는 건물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간이 넓다. 런던 공군 박물관에는 이러한 격납고가 여러 개 있어 부지가 유난히 넓은 편이다. 그렇다면 출입구를 두세 개 정도는 만들어 놓아 각 격납고를 구경한 후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Hangar 1에 들어갔다가 나오도록 동선이 짜여 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동선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박물관의 최대 단점을 꼽자면 런던 시내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Colindale 역은 무려 Zone 4에 있으며 엄밀히 말하면 지하철역도 아니다. 이미 Zone 3에 있는 Golders Green 역부터 땅 위로 달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집은 다른 지선이긴 하지만 그나마 Northern line에서 가까웠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북런던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하려면 적어도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는 생각해야 할 위치다.


위치상으로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언젠가 런던에 아이와 함께 가서 3일 이상 머물 수 있다면 다시 방문해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박물관임에는 틀림없다. (하루나 이틀밖에 시간이 없다면 많이 고민할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다시 런던에 갈 수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요약

공군과 전투기 테마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박물관

야외 놀이터가 특히 인상 깊음

런던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음


* 이 글은 영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20년 2월 이전에 아이와 박물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atpvacations.com/2020/06/12/london-museums-galleries-to-visit/pic-blog-royal-air-force-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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