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과학관을 생각나게 하는 박물관
정식 명칭: Science Museum
홈페이지: https://www.sciencemuseum.org.uk/home
입장료: 기본 전시는 무료, 박물관 입구에서 기부 가능
위치: Picadilly, District, Circle Line의 South Kensington 역
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국 땅에서 빌빌대며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아주 잠시 동안 장래희망이 과학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학교' 4~5학년 때쯤 과학관을 여러 번 다녀온 후였을 것이다. 그 당시 필자의 고향에 있던 과학관은 집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없었는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혼자서 버스 타고 내려서 걷고 하면서 자주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과학 자체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아마 어린 학생들도 재미있게 과학의 원리를 터득할 수 있도록 놀이와 결합시킨 전시물이 많았기 때문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보통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리는 대부분의 장래희망처럼 필자는 현재 과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바라듯 경제학을 과학이라고 인정해 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심지어 고등학교 때는 문과를 선택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과학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와 함께 런던에 있는 과학박물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렸을 적 갔던 과학관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당연히 그 당시 과학관에 비하면 런던의 과학박물관이 훨씬 더 세련되고 흥미로운 전시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에 온 어린아이들과 학생들에게서 어린 시절 과학관에 가던 필자와 비슷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미화하자면 과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라고나 할까.
과학박물관도 자연사박물관처럼 규모가 상당히 크다. 지하 1층, 지상층부터 3층까지 온갖 전시실과 체험 시설 등이 위치해 있다. 필자는 아이와 함께 주로 지상층에 있는 전시 공간과 지하 1층에 있는 놀이 시설을 이용했다. 지상층에는 증기 기관, 우주여행 등을 테마로 한 공간이 있으며 커버 이미지에 나오는, 온갖 자동차와 비행기 등이 전시된 넓은 공간도 있다. 박물관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이 공간은 지난 250년 동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상징적인 물품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한다. 바퀴 달린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이 널려 있기 때문에 필자의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1층, 2층에도 전시실이 있긴 한데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3층에는 비행 시뮬레이터 등 유료 체험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아이와 같이 과학박물관에 갔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하 1층에 있는 놀이 시설이었다. 나중에 공군박물관을 소개할 때도 비슷한 얘기를 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런던 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각 박물관의 주제를 활용한 창의적인 체험 놀이 시설이다. 물론 런던에는 전시물의 규모나 전시 기획 자체가 뛰어난 박물관도 많다. 하지만 박물관에 놀이 시설을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이 박물관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나중에 성장해서도 자주 박물관을 방문하여 더욱 기꺼이 기부금을 내고 연회원 가입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런던의 국공립박물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운영을 하기 때문에 기부금이나 연회원 제도 운영 등을 통해 대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박물관 내의 괜찮은 놀이 시설은 이런 면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이야기가 새는 바람에 놀이 시설에 대한 기대를 과도하게 높여놓은 것 같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놀이 시설은 '과학'을 주된 테마로 하고 있다. 입구 왼쪽에는 큰 수로가 설치되어 있다. 방수 조끼를 입고 모형 배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곳이다. 중간에 수로가 경사져 있기도 하고 갑문을 닫아 물의 흐름을 막거나 바꿀 수도 있으며 초보적인 형태의 발전기도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에게는 그냥 물장난하는 곳이긴 하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벽돌을 쌓아볼 수 있는 곳, 놀이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미끄럼틀, 톱니 모양의 매트로 퍼즐을 맞춰볼 수 있는 곳, 통로 양쪽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는 곳,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여러 가지 색깔과 형태의 장식물이 빛나고 있는 곳 등 과학을 응용한 가운데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코너로 채워져 있다. 그런 만큼 아이를 둔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주말 오후 시간 대에는 과학박물관 전체에서 가장 혼잡한 곳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박물관에는 기념품점이 있다. 런던에 있는 박물관도 예외는 아닌데 당연히 각 박물관의 주제와 관련된 기념품이나 장난감을 주로 팔고 있다. 각 박물관의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는 것도 박물관 방문의 쏠쏠한 재미 중 하나였는데 과학박물관에 있는 기념품 가게는 특별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지상층 입구에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 가게에는 신기한 과학 장난감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대부분의 경우 샘플을 갖다 놓아 가지고 놀 수도 있다. 다른 박물관을 갔을 때는 주로 아내와 아들이 기념품점을 좋아했고 필자는 시큰둥했던 반면, 과학박물관에 있는 기념품점은 필자도 좋아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무관심으로 실제 여기서 산 장난감은 하나도 없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놀이 시설에 가기 위해서는 지상층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되고 지상층에 있는 전시실을 두세 개 통과한 후 나오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건물 곳곳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2층에 있는 카페는 주말에도 덜 붐비는 편이다. 지하 1층에는 자연사박물관과 비슷하게 싸온 음식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과학에 흥미를 가진 아이들에게 좋은 박물관
놀이 시설이 훌륭하고 기념품점에도 신기한 장난감이 많이 있음
* 커버 이미지 출처: The Science Museum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