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박물관계의 아이돌
정식 명칭: The Natural History Museum
홈페이지: https://www.nhm.ac.uk/
입장료: 기본 전시는 무료, 박물관 입구에서 기부 가능
위치: Picadilly, District, Circle Line의 South Kensington 역
런던 지하철 사우스 켄싱턴 역에서 하이드 파크 쪽으로 향하다 보면 'Exhibition Road'라는 이름이 붙은 도로가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도로는 1851년 런던 하이드 파크 일대에서 개최된 대전시회(The Great Exhibition)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전시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도로의 양옆에는 자연사박물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과학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이 도로는 런던 박물관 유람에는 필수적인 코스라 할 수 있겠다.
세 박물관 중 자연사박물관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우선,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유가 헛소리로 들리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접근성은 방문객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런던에 단기간 머무는 관광객이라면 한 곳에 세 개의 유명한 박물관이 몰려 있을 때 그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발길을 향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실제 세 박물관 가운데 자연사박물관의 방문객 수가 독보적으로 높다.(2013~2018년 평균 505만 명,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은 346만 명, 과학박물관은 328만 명) 토요일 점심이나 오후 시간대에 이 박물관을 방문하면 인파에 떠밀려 이동하면서 전시물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지하철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관람객들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복 없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전시물로 가득 차 있다.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인 공룡부터 주요 동물과 식물의 박제 모형, 화산과 지진까지 '자연사'와 관련된 여러 테마가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 박물관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자연사박물관에 '런던 박물관계의 아이돌'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상대적으로 젊은(더 정확하게는 어린) 층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이는 '런던 박물관계의 국민 가수'인 영국 박물관(British Museum)과 비교했을 때 잘 드러난다. 영국 박물관은 관람객이 자연사박물관보다 많지만(연평균 800만 명 이상) 방문객 중에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반면 자연사박물관은 어림잡아도 관람객의 절반 정도는 아이와 같이 온 가족들이다. 평일에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박물관 지하에 학급 단위로 앉을 수 있는 계단 형식의 좌석(예비군 훈련장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과 둘러앉아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넓은 원형 테이블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각급 학교 단위의 견학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하는 부모님들께 우선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이 박물관은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말에 갈 경우 워낙 인파로 붐비기 때문에 뛰어다니는 것은 언감생심이며 아이들이 놀이처럼 할 수 있는 체험 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필자는 현재까지 네 번을 방문했지만 체험 시설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는데 사람이 많을 때 방문한 탓에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얘기는 설사 체험 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사람 많을 때 가게 되면 찾기도 힘들고 이용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대신 이 박물관은 볼거리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자연사박물관에는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어느 입구로 들어가든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전시물이 자리 잡고 있다. Cromwell Road 쪽에 있는 입구로 입장하면 거대한 기린, 매머드, 공룡 모형 등이 서 있다. Exhibition Road 쪽에 있는 입구에는 다소 소박한 공룡 모형이 있지만 대신 화산, 지진 전시실로 바로 연결되는 신기한 모형의 에스컬레이터가 놓여 있다. 박물관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필자도 모든 전시실을 다 보지는 못했는데 아이를 데리고 둘러봤던 주요 전시실로는 Cromwell Road 쪽 입구의 서쪽에 위치한 동물과 공룡 전시실, 중앙에 위치한 조류, 파충류 전시실, Exhibition Road 쪽 입구에서 연결되는 화산, 지진 전시실 등이 있다. 필자의 아이는 공룡보다는 동물을 보는 걸 좋아해서 온갖 박제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 동물, 조류, 파충류 전시실을 특히 좋아했다. 포유류 전시실의 경우 빛이 들어오는 넓은 공간으로 나가면 거대한 고래 모형이 천장에서 드리워진 상태로 매달려 있으니 꼭 한 번 가 볼 만하다. 여러 전시실 중에서 공룡과 포유류 전시실이 특히 붐볐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연말인 12월에는 유럽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이와 더불어 각종 놀이 시설이 임시로 설치되기도 하는데 자연사박물관 앞 정원에도 회전목마와 아이스 링크가 설치되어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건물 자체도 고풍스러운 옛날 건물이라서 해가 진 직후에 Exhibition Road 쪽에서 박물관을 등지고 사진을 찍으면 꽤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박물관 내에는 간단히 샌드위치, 디저트 등으로 요기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여러 군데 있고 정식 레스토랑도 하나 있다. 이 레스토랑을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있는데 피자, 햄버거, 파스타 등의 메뉴를 싸지 않은 가격에 팔고 있다. 박물관 안에 있다는 것 말고는 하등의 장점을 찾아볼 수 없으니 웬만하면 다른 곳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사우스 켄싱턴 역 근처에 Wasabi, Pret, Paul 등 체인점이 많이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박물관 지하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가정 경제를 위해서나 미각을 위해서나 차라리 미리 식사를 준비해 오는 게 낫다고 본다. 체인점이 아닌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Gỗ(베트남 음식)나 Tombo(일본 음식)를 추천한다.
압도적인 볼거리가 넘쳐나는, 런던 박물관계의 아이돌
체험 시설은 거의 없음
주말 방문의 경우 많은 사람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