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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주 김석민 법무사 Dec 27. 2021

미안해서 말 못 했어요!

청주 오창 여중생 미소의 유서

미소의 유서를 발견하다.


“저희가 방에 들어가기 무서워가지고 사실 저희가 100일 추모제를 하면서 소설처럼 공개해서 다른 분들은 못 믿으시겠지만, 엄두를 못 내다가 100일 날 진짜 책상에서 찾은 겁니다.” (2021. 10. 12. 증인 박순원 씨의 증언)'


2021. 8. 20. 미소 부친 박순원씨의 메시지


8. 20. 오전 7시경 박순원 씨의 전화가 왔다.

법무사님! 유서가 발견됐어요!

“네.. 유서요?”

“네. 오늘 미소의 방을 정리하는데 책상 안에서 유서가 발견됐어요!”

“지금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 보세요!”

“차마 볼 수 없어서 지금 아파트 밖에 나와서 법무사님에게 전화드리고 있어요”     


잠시 후 사진으로 찍은 유서가 카톡으로 왔다.

카톡으로 온 이쁜 편지지에 가지런한 글씨..     


오후에 사무실을 찾아온 박순원 씨는 나가서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책상 위에는 누런 서류 봉투에 미소의 유서가 있다. 지금은 읽지 말자.

박순원 씨를 보내고 그다음에 읽기로 했다.



미소의 유서를 읽다.


먹먹했다. 미소의 유서를 읽고 나서 그냥 먹먹한 그 상태로 한 동안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우리 가족 너무 고마워)...’로 시작되는 유서는 2장으로 가지런히 자신의 심정을 과장됨 없이 담담히 고백하고 있다.   


미소의 유서는 ① 아파서 말을 못 했다. ② 가족(박씨 패밀리)에 대한 감정, ③ 가해자의 처벌, ④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이렇게 4 주제로 구별된다.

위 4 주제 중 미소의 부모는 가족에 대한 감정에 집중하였고, 언론은 사건을 표현한 언어와 가해자의 처벌에 신경을 썼다.



미소가 2번째 유서를 쓰게 된 과정

2021. 5. 11. 밤 10시 미소와 아름이 나눈 메시지

두 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그 전 날 2021. 5. 11. 밤 10시 미소와 아름은 메시지를 나눈다. 미소는 이미 쓴 유서 말고 새로 쓰기로 한다. '길게 써야지'라는 그 아이의 말처럼 유서치고는 길게 쓴 2장의 유서는 죽음 이후 100일이 돼서 발견된다.



미소가 말하지 못한 진실


궁금했다. 「이 아이가 엄마, 아빠가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말하지 못한 진실은 무엇일까?」     


미소는 왜 말을 하지 못했나? 유서의 내용을 보면 미소는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라고 한다. 먼저 최초의 아픔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 했다.

     

2021. 2. 1. 미소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 '엄마 아빠가 슬퍼하는 것 때문에 미소는 아파한다.' (9. 22. 친구에게 받은 메시지)
2021. 4. 22. 문자와 유서, 증언을 맞추어 보면 미소의 아픔이 이해가 간다 (9.22. 친구에게 받은 메시지).

2021. 2. 1. 아름의 아빠가 자신을 성폭행한 것으로 엄마, 아빠가 슬퍼하는 것 때문에 미소는 아파하고, 4. 22.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보듯 ‘증인과 증거가 없어서’ 아직도 구속을 못하는 현실을 한탄을 한다.


“그 사건이 나고 나서 새벽 내내 계속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데 미소가 새벽 내내 시간 단위까지는 표현 못하겠는데 새벽 내내 (엄마와 미소가 같이 자던 안방)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났어요” (2021. 10. 12. 박순원 씨의 증언)

   

미소는 유서에서 미소의 아빠에게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고 한다.


미소 아빠도 미소가 밤에 화장실을 가는 것을 알았지만, 반대로  미소도 성폭행 이후 질병으로 화장실을 가면서 아빠가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성폭행을 당한 사실 때문에 아파하던 부모를 보던 미소는.  3월이 지나 4월에는 피고인의 구속은 안 되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가면서 전전긍긍 걱정을 하고 잠 못 자는 부모를 보면서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또 아파한 것이다.


그렇게 미소라는 소녀는 아파하고 좌절해 갔다.


이 재판은  미소와 아름이 몸과 마음이 아파서 말을 못 한  내용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미소의 유서 1장
미소의 유서 2장


“법무사님, 이 유서 어떻게 할까요? 이 환장할 일을 세상에 알려야겠어요!”

유서를 다 읽고 미소 아빠 박순원 씨와 통화를 하자 박순원 씨는 울면서 말한다.

그렇게 하세요. 기자 회견을 해요! 세상에 알리세요!”


마치 유서가 발견될 것으로 예정된 것처럼 추모제는 갑자기 4일제로 연장하였고, 

그래서 유서 발표 기자회견은 추모제의 마지막 날로 결정됐다.


마치 예정된, 계획된,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것처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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