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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주 김석민 법무사 Dec 25. 2021

정의의 여신은 눈을 떠라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이 땅의 정의는 무엇인지

 


진실과 판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이 땅의 정의는 무엇인지 철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지도록 많은 청주시민이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청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의 한 문장이다.     


100일 추모제를 마치고 집으로 오자 고민이 된다. 만약 피고인 원○○ 씨가 강간을 하지 않았다면 무죄가 맞고, 강간을 했다면 유죄가 맞다. 증거가 맞게 재판을 한다. 이렇게 보면 간단하다.

     

문제는 이 사건은 ‘진실과 거짓’에 대한 심증은 분명하지만, ‘유죄와 무죄’의 관점에서 보면 물증은 없다. 진실은 유죄이나 증거가 없어서 무죄가 된다면 이건 정의일까 의문을 던져본다.


유죄임을 하늘도 땅도 알고 너도 나도 알지만.. 그러나 증거가 없다면 따라서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다면...


이게 정의일까?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감았다.


대법원에 갔을 때 ‘정의의 여신상’을 보았다.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은 다른 나라와 달리 검이 아닌 법전을 들고, 눈을 가리지 않고 뜨고 있다.


눈을 뜬 것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힘에 대해 비굴하며, 엄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눈을 감고 저울의 무게만 기준하여 판결을 하라는 바람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은 눈뜬장님이라는 촌철살인의 한 주제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현실 속에서 정의의 여신은 어떤 모습인가? 아니 어떤 모습을 바라고 있는가?

     

우리에게 ‘정의의 여신’은 눈을 뜨고 있어야 할까? 가려야 할까? 어느 쪽이 더 정의로울까라고 질문을 던지다면 답은 각자 다를 수 있고, 사안마다 유익과 불이익이 틀릴 수 있다. 무엇보다 사건 당사자라면 즉 피고인이냐, 피해자이냐에 따라 답이 틀려질 것이다.  

     

만약 천칭 저울의 왼쪽(피고인석)에는 은으로 20g을 오른쪽(검사석)은 금으로 15g을 올려놓았다. 눈을 감은 정의의 여신은 금인지 은인지 구별 없이 단지 무게에 따라 왼쪽(피고인)의 승리를 선언한다면 당신은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감고 있기를 원할 것인지..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진실과 정의의 문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눈가림이 그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수사기관에서, 또 법원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정의의 여신의 눈을 가리고 금이 아닌 은을 달아서 무게를 재고 피고인 방어권이라고 한다면, 체계적으로 ‘기울어진 전쟁터’에서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싸우고 있다면 그 전쟁터에서 살아 나오기 힘들어 아예 국가에 고소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 그게 현실이라면..

     

2.1.고소를 한 미소는 4. 22. 친구에게 증인, 증거가 없다고 한탄을 한다. 그리고 5.12. 극단적 선택을 한다.

미소가 2. 1. 고소를 하고 4. 22. 친구에게 증인과 증거가 없다고 한탄을 한다. 그리고 5. 12. 자살을 한다. 이런 일이 과거에도, 오늘도 있기에 성폭력 고소는 그 자체가 힘든 일이다.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여신 눈을 가리고 저울의 무게에 의지하는 것이 정의라는 주장은 언뜻 보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보면 현실은 완전히 기울어진 전쟁터에서 피해자는 영원한 희생자가 돼야 하는 피해의 악순환에 처해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무게만 기준하다 진실을 잃어버리는 잘못은 없어야 한다. 먼저 진실이 밝혀져야 하기에 정의의 여신은 눈을 떠야 한다. 단순히 무게만 기준하겠다는 것은 형식적 정의에 불과하다.


진실에  눈을 뜬다는 건 사건의 구체적 사실을 보고, 나아가 눈 뜬 장님이 되지 않도록 피고인에 대한 인권과 함께 피해자의 심정을 살피는 것을 말한다.


성폭력 사건 판결에서 최근 여성주의의 시각을 너무 많이 반영하다는 반론이 있지만, 그동안 ‘청주 여중생 사건’을 하나, 하나 파악하면서 대한민국 보통의 남성으로서 느낀 바로는 그동안 형사(刑事) 중 성폭력 사건, 특히 아동 성폭력 사건은 거의 야만의 수준이라는 점에 매우 놀랐다.

     

여성은 강간죄로 고소를 하고, 남성은 무고죄로 받아쳐야 한다는 여성주의 또는 남성의 역차별을 논하는 그런 다툼이 아니다.


구체적 사건에서 ‘진실과 정의는 무엇인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아동 성폭력에서, 친족 성폭력은 더더욱이다.

           



이 편지를  당신도 딸에게 받을 수 있다.


미소가 가족에게 쓴 첫번째 유서

2021. 8. 17. 박순원 씨를 처음 만난 날 유서에 대해 말하다.


“아버님! 그런데 아름의 유서는 ‘아빠(원○○)는 무죄다’라고 쓴 건 알겠고, 미소는 유서가 없던가요?”

“있어요. 처음에는 유서가 없는 줄 알았는데 화장을 하고 옷을 태워야 한다고 해서 방을 정리하다 침대 밑에서 유서를 발견했어요. 그런데.. 고맙다는 내용 외에는 특이한 내용이 없어요!”

“그래요. 그리고 다른 곳은 찾아보지 않으셨어요? 그 유서가 또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자세한 내용을 써 놓은 유서가 있을 수는 있지 않겠어요?”

“법무사님! 미소의 방에 들어가지도 못해요...”

이해가 간다. 그렇게 우리는 미소의 유서에 대한 말을 마쳤다.


첫 번째 유서의 내용


사랑하는 부모님께

2007년에 태어나 2021년 14년 동안 살아생전

기쁘게 해 드려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해요 내 옆에 있으면서

내 버팀목이 되어줘서 많이 고마웠고,

힘이 됐는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다. 좋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이 첫 번째 유서를 보면서 좋지 않은 선택은 무엇을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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