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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주 김석민 법무사 Dec 29. 2021

성폭력 피해자, 지옥길을 걸어야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의 부족, 그게 현실이다.


우리 미소는 왜 죽은 거예요?


“법무사님! 우리 미소는 왜 죽은 거예요?”

“하....  아버님.. 저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두 아이를 살릴 길은 없었느냐'는 뜻이다. 박순원 씨는 미소의 해바라기센터의 녹취록을 읽고 있는 김 법무사에게 그렇게 묻는다.


박순원 씨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딸을 구하지 못한 무력한 아버지’라는 죄책감

   

미소 엄마도 2021. 1. 16. 그날 왜 딸의 외박을 허락했는지, 1. 17. 왜 발견을 못했는지, 2. 1. 고소를 한 이후 사건 진행을 왜 수사기관에만 맡겨 놓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무간지옥 : 범어(梵語) 아비치(Avici)를 음역 하여 아비지옥(阿鼻地獄)이라고도 한다.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로서, 무간이라고 한 것은 그곳에서 받는 고통이 간극(間隙)이 없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 한 겁을 끊임없이 괴로움이 달려들어 고통에 시달리는 무간지옥..   



 성폭력 피해자 무간지옥에 빠진다.    

피해를 당한 날부터 미소는 자책한다.


역시 피해자 미소도 무간지옥에 있다. 미소는 2. 16. 엄마가 처음에 아름의 집에 가지 말라고 했을 때 안 갔다면, 그날 술을 안 먹었으면 또는 가해자 준 양주를 마시고도 취하지 않았다면, 잘못은 가해자 원○○이 했는데 미소는 자신의 잘못을 탓한다. 새벽에 “아저씨 왜 이러세요!”하면서 저항을 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데 끊임없는 가정법(if)은 미소를 괴롭히고 죄책감을 갖게 한다.


피고인 원○○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미소의 유서에서도 나타난다. 문제는 자신이 그 빌미를 주었다는 자책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미소는 ‘그냥 내가 사는 이유도 없고 죽어도 마땅해’ 자기 파괴의 결론에 이른다.  

   

 이건 무간지옥(無間地獄)형이다. 한 겁을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는 무간지옥..



더하여 흑승지옥을 거쳐 간다.


미소와 아름이 성폭행 당하고, 사망한 사건에서 피해자 미소는 성폭행을 당한 2021. 1. 17.부터, 아름은 그 이전부터 극단적 선택을 한 5. 12.까지 무간지옥형에 처해 있었다.   

  

미소의 부모는 이 사실을 안 날로부터 오늘까지 무간지옥형에 처해있다. 문제는 이 형벌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유기징역 20년를 선고했고 피고인은 항소를 했다.

가해자는 피해자들에게 무간지옥을 내렸고 피해자들은 죽음으로 벗어났다.      

미소의 부모 박순원 씨와 이정희 씨는 무간지옥 속에서 가해자의 죄을 입증하려 이제 흑승지옥(黑繩地獄)걷고 있다.

흑승지옥 : 뜨겁게 달군 쇠사슬로 몸과 팔다리를 묶어 놓고 뜨겁게 달군 도끼, 톱, 칼 등으로 몸을 베고 자른다고 하는 지옥     


미소 엄마 이정희 씨의 증인신문 녹취록 중

글로 저 위의 증인신문 상황을 보면 큰 심각성이 안 느껴진다. 글은 문자로 이성적인 반면, 말은 감성적일 수밖에 없는데 증인 심문은 말로 이루어진다. 피해자 어머니로서 딸의 평소의 행실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받는다. 감정적으로 복받치지 않을 수 없다. 몸과 팔다리를 증인석에 묶어 놓고 뜨겁게 달군 반대신문권으로 베고 자른다.


이건 형벌보다 지독한 지옥이다. 가해자가 선고한 무간지옥을 무참히 걷다가 이제는 가해자의 변호인들에게 흑승지옥형을 선고받는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이름만 방어권이다. 피해자에게는 칼과 창이다. 피해자의 팔과 다리를 자른다.


가해자의 죄를 입증하려면 피해자는 지옥길을 걸어야 한다.  


강간치상과 남자 친구의 있고, 없고 가 무슨 상관이 있으며, 만약 외박을 했다 하여도 외박을 했는지가 이 사건 강간치상의 중요사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매우 의문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의 방어권은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면 충분하기에 역시 자잘한, 사소한 그러나 피해자와 증인 그리고 유족들에게 모욕적인 공격을 허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탄핵(공격)이 피고인의 방어권 범위에 있다면 부득이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탄핵의 목표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들도록 하려는 것이 아닌 피해자 측의 적극적인 입증을 막고, 수치심을 들게 하며, 죄책감을 부추기는데 숨은 목표가 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걸 허용하고 '피해자 인권'를 위한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피해자 아이 지옥길을 걸어야 한다면

    

이 사건은 두 아이가 사망하였기에 아이들이 저 상황에 처하지 않았지만 만약 피해자 미소와 아름이 피해자의 방어권이란 칼과 창을 막아야 한다면 그걸 감수하고라도 공판 절차를 통해 가해자의 죄를 입증하려 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회피할 것인지 딸을 가진 부모들에게 묻지 않아도 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 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흑승지옥을 거쳐가면서 무간지옥에서 살고 있다. 더욱이 무간지옥의 그 끝이 어디인지 알지도 못한다.

     

2021. 12. 23. 헌법재판소는 2018헌바524호로 미소와 아름이 한 해바라기센터의 진술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제 앞으로 모든 성폭력 피해 아동들은 무간지옥과 함께 흑승지옥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입증할 수 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현실이다.


그림 미소가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을 하던 모습




# 성폭력 # 헌법재판소 # 해바라기 #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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