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주 김석민 법무사 Dec 31. 2021

성폭력 피해자는  ‘제3자’

왜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 진행을 알려달라고 애걸을 해야 하는가?


8. 24. 박순원 씨가 가지고 있는 자료의 한계


2021. 8. 24. 박순원 씨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① 공소장, ② 피고인변호인의견서, ③ 미소의 해바라기센터 속기록, ④ 구속영장(2021. 5. 20. 신청), ⑤ 미소의 진술확인서이다.


이 사건 고소는 2. 1.하였고, 아이들은 5. 12. 사망하였으며, 공소는 6. 18 접수하여 2차 공판까지 했지만 미소 아빠 박순원 씨가 이 사건을  수 있었던 자료는 2021. 8. 24. 딱 5개의 자료밖에 없었다.


수사를 할 당시에는 수사기밀이라 몰랐고, 공소를 제기한 다음에는 법원에 자료가 아직 안 넘어갔다고 몰랐다.


자기 딸이 강간당하고, 자살을 했는데 아버지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박순원 씨는 모르면서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이 된다.


사건 정보의 부존재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첫째, 박순원 씨는 혼자서 별의별 상상을 다했다. 나중에 보니 맞는 것도 있었고, 틀린 것도 있었다. 정보의 부존재는 ‘무간지옥’의 문을 열었다.


둘째, 박순원 씨는 이쪽저쪽 찾아다니면서 하소연을 하고, 부탁을 했다. 하소연을 들은 사람들은 여러 루트로 사실을 확인하려 한 사람도 있다. 모든 정보는 국가가 쥐고 있기에 국가기관에 확인을 한다. 그러면 박순원 씨와 다른 말도 듣게 되고 결국 박순원 씨는 자기 딸의 사정에 대해 정확한 사실도 모른 채 온 동네 하소연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된다.


셋째, 모든 주도권은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짧게라도 설명을 해 주는 것이 아니다. 수사 중이니 기다려라. 영장 청구했다 그러니 기다려라. 반려됐다 다시 준비해서 청구할 터이니 기다려라. 처음에는 국가에 허리를 굽히고 구걸을 하는 존재가 된다. 점점 일이 잘못되면서 오해와 분노을 가졌고, 점차 국가를 신뢰치 않게 됐다.


박순원 씨가 아무리 분노를 해도 결국 수사권, 공소권, 판결을 할 모든 권리는 물론 조금이라도 끼어들을 어떠한 틈도 박순원 씨에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 미소의 유족인 박순원 씨는 형사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다. 즉 남(제3자)이다.



피해자의 법적 지위는 제3자이다.


피해자의 지위 : 종래 형사소송절차에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피고인의 권리 보장이라는 목적에 가려져, 피해자는 주목받지 못하였고, 단순한 소송의 객체로서 심리의 대상이 되었다. (헌재 2021헌바524호 결정, 2021. 12. 23.)

     

피고인의 지위 : 형사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한 처벌 대상이 아니라 절차를 형성·유지하는 절차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향유하고, 검사에 대하여 무기대등의 원칙이 보장되는 절차를 향유할 헌법적 권리를 갖는다 (헌재 2021헌바524호 결정, 2021. 12. 23.)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헌재 2021헌바52호 「영상물에 수록된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 진술에 관한 증거능력 특례조항 사건」에서 말하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지위에 대한 설명이다. 


피해자는 ‘단순한 소송의 객체로서 심리의 대상’이었고, 피고인은 검사에 대하여 무기대등의 원칙이 보장되는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고 한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차이     

박순원 씨가  영장 반려이유를 알려 달라고 한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최근 정기회의를 열고, 구속영장 신청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일정 등 수사 상황을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통지하도록 경찰청에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 권고를 받아들여 피의자·변호인에게 관련 수사 상황이 문자 메시지로 자동 전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부터 시행에 돌입한다. 이번 권고는 고소·고발 사건 배당, 구속영장 신청 관련 절차와 결과, 송치·이송·내사 종결·즉결심판 등 경찰 수사 상황을 변호인에게 통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구속영장 신청을 비롯해 영장실질심사 일정, 영장 발부 여부를 통지하도록 했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보완 지시를 내리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그간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피의자·변호인에게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하거나 보완 지시를 할 경우, 경찰 수사 취약점이 드러나는 측면이 있어 통지를 꺼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영장 신청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구속영장 신청 사실을 알아내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했다"며 "제도 개선으로 변호사들이 인맥을 활용해 영장 신청 여부를 파악하는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2019. 7. 30. 조선일보 「경찰, 앞으로 구속영장 신청하면 피의자에 문자로 통보」

    

위 기사 같이 피의자들은 영장의 신청과 반려, 또한 수사의 진행 상황을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문자로 통지하고 있다. 이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피해자에게는 어떤 권리도 없다는 점이 놀랍다는 것이다. 

   

피해자 유족 박순원 씨가 아이들이 죽고 나서부터 오늘까지 계속 3월, 5월의 구속영장의 반려사유에 대해 알려 달라고 끊임없이 외쳤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오늘(2021. 12. 31.)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왜? 피해자는 형사소송에서 제3자(남)이니까. 그게 현실이다.



성폭력 피해자는 고소 후 애걸 한다.

    

A경위는 스토킹 및 불법 촬영 사건을 수사하다 알게 된 B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간음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2019년 초 B씨는 스토킹 및 불법촬영 피해를 입었다며 C씨를 경찰서에 신고하고 약 1달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A경위는 해당 사건의 담당 경찰관이었고 2019년 4월 B씨의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B씨 증언을 종합하면 A경위는 수사 정보를 알려주고 보호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사단계에서부터 B씨에게 사적 만남을 요구했다. B씨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A경위는 스토킹·불법촬영 수사 당시에도 '수사 정보를 알려주겠다'면서 경찰서가 아닌 길거리나 본인의 차량에서 만나자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당시 '원하지 않는다', '무섭다', '책임져야 할 건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느냐'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하지만 A경위는 그 이후(6월 11일 이후)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년간 두 달에 한 번꼴로 주거지 등을 찾아와 동일한 요구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2021. 12. 13. 머니투데이 「경찰 간부,'신변보호'받던 여성과 수년간 잠자리...경찰은 '불기소'」 기사     


위의 기사를 보면서 성폭력이냐, 아니냐의 문제 그 이전에 왜 스토킹 피해자인 여성이 경찰에게 수사정보를 애걸했어야 하느냐? 그 답은 피해자인 여성은 제3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피해를 입어 고소를 했는데 그다음 날부터 국가는 수사 기밀이기 때문에 알려 줄 수없다고 한다. 피해자는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정보)을 애걸하게 된다.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에서 피해자는 철저하게 을(乙)이 된다.


그 사이 국가는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문자로 절차의 진행을 통지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성폭력 피해자 성폭행 피고인

이전 08화 성폭력 피해자, 지옥길을 걸어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