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없었던 기발한 비지니스가 시작된다.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으니 별의별 비지니스가 다 생기고 있다.
내가 이 비공개 유튜브방에 초대된 것은 순전히 대학 동창에 나간 때문이었다. 동창중에는 대학을 졸업 후 경찰이 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나랑 명함을 주고 받고는 나를 이 방에 초대한 것이었다.
나는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십 년째 성실히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당연히 모태솔로인 내 사정을 듣고 친구가 나를 초대한 방이어서 나는 처음 뭔가 재밌는 영상 정도 공유해 주는 방인 줄 착각했다.
경찰인 친구가 나쁜 곳을 알려줄 리는 없었다.
책상 위 32인치 모니터에 화면을 꽉 채워 띄웠다.
유튜브 운영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짙은 눈썹의 소유자다.
“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제 5차 오리엔테이션입니다. 여러 엔젤투자자 분들과 주주 분들 그리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의 첫 의뢰자의 영상을 잠깐 보시죠.”
영상에는 멀리서 찍은 빌라 한 동의 모습이 점점 가까와지고 있었다. 드론으로 찍은 것 같았다.
영상 화면 왼쪽에는 흰 글씨로 오전 11시라고 적혀 있다. 각 층에 촬영을 위한 CCTV라도 설치가 되어 있는 듯 각 호실의 현관문을 빠르게 돌아가면서 비췄다. 1층은 필로티 구조로 된 주차장 공간이고 2층부터 5층까지 총 8세대로 각 층에는 2개의 세대가 있었다. 2층은 201호 202호 이런 식이었다.
잠시 후 빌라 502호의 문을 뺀 모든 현관문이 일제히 열리고 아가씨, 아주머니, 남자 분등 사람들이 현관에서 나왔다. 사람들의 손에는 쓰레기 봉투가 한 줌씩 들려 있었다. 그건 짙은 회색으로 종량제 쓰레기 봉투 같았다. 어떤 이는 양 손에 각각 다른 그러니까 한 손에는 회색의 종량제 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누런색의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계단으로 줄지어 내려가서 빌라 입구 한 귀퉁이에 종량제 봉투에 든 쓰레기들을 하나 둘 놓았다. 같은 시간에 사람들이 줄지어 내려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은 다소 이색적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인 것에는 곧 이유가 밝혀졌다.
빌라 사람들이 그렇게 한꺼번에 나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사라졌다. 이미 편집된 하일라이트 화면이었다. 장면이 바뀌고 화면 왼쪽 시간이 11시 30분을 가리켰다. 502호에서 한 남자가 난닝구 차림으로 나왔다. 남자의 손에는 나무손잡이에 작은 쇠꼬챙이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호미라고 하기엔 길고, 낫이라고 하기엔 끝자락이 일자였다. 남자는 각 호실의 현관문을 쇠꼬챙이로 한번씩 툭툭 쳤다.
화면속에서도 쇠와 쇠가 부딛치는 소리가 났다.
‘깡, 깡. 깡.’
사람의 눈보다 흐린 CCTV 영상으로 보기에도 현관문에는 크고 작은 패임이나 생채기들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1층에 가서 남자는 곧장 쓰레기 더미들을 향했다.
그리고 잠시 쓰레기 더미를 응시하더니 순간 3단으로 쌓여 있는 봉투더미 중간을 발로 찼다. 왼발을 디딤발로 해서 오른발이 공중으로 정확히 구십도로 돌았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제일 위에 올라가 있던 쓰레기 봉투 하나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붕 떠서 빌라 앞 도로에 나뒹굴면서 터졌다. 쓰레기 봉투 안쪽에 담아두었던 허연 비닐봉투가 튀어나오고 족발뼈들이 튀어나와 아스팔트위에 뒹굴었다.
남자는 그 다음 쓰레기 봉투도 발로 찼다. 그리곤 4개의 마대자루로 만들어 놓은 분리수거함으로 향했다. 거기서 플라스틱 물병을 하나 꺼내드니 다시 도로쪽으로 찼다. 마치 골키퍼가 공을 가지고 적진에 있는 아군에게 공을 한번에 전달하듯히 하나 둘 플라스틱 물병들을 공중으로 찼다. 빌라 1층 주변은 쓰레기로 하나 둘 지저분해져 갔다.
남자의 기행은 약 20분간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와서 저지를 할때까지 계속되었다. 영상속 화면 왼쪽의 시간이 그걸 보여주고 있었다. 경찰이 오고 남자를 저지했지만 남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경찰들은 순찰차 뒷자석에 남자를 태웠다. 순찰차가 이내 화면에서 사라졌다.
다시 3일후란 자막이 떴다. 그리고 아까의 그 남자가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주차되어 있는 1층 자동차에 다가가서 운전석 뒷문 쪽을 발로 두어 번 걷어 찼다. CCTV로 보기에도 문짝이 찌그러지는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그리곤 빌라 입구 공동 자동문을 향하다가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다시 아까의 자동차를 향해서 오른쪽 백밀러를 발로 한번 겆어찼다. 백밀러가 차 사이에 나뒹굴어 떨어졌다.
그는 1층에 주차된 2대의 자동차 모두에게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곤 현관문을 ‘꽝’하고 세게 닫으면서 자신의 빌라 502호로 들어갔다.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새벽이었다. 남자는 새벽2시가 되자 5층 자신의 옆 현관문을 발로 세게 체중을 실어서 찼다. 그 소리가 빌라에 울려퍼졌다. 다시 4층에 내려와서 두 개의 현관문을 오른발로 세게 찼다. 소리에 놀란 빌라 사람들이 하나 둘 현관문을 빼꼼하고 열었지만 이내 문을 닫고는 했다.
빌라 2층까지 이 행동은 이어졌다. 남자는 그리곤 빌라를 빠져나와 주차장을 통해서 골목 어딘가로 사라졌다.
빌라 1층에 경찰차가 다시 도착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502호로 올라가서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501호 남자가 나와서 미친 놈이 이미 어디론가 도망간 것 같다고 말했다.
화면이 멈췄다. 화면에 다시 운영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책상위에는 마이크가 놓였고, 마치 뉴스의 앵커처럼 상반신만 약간 멀리서 카메라 앵글에 잡힌 모습이었다. 화면 오른쪽에는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채팅에 참여하고 있었다. 얼추 봐도 100명은 넘는 것 같았다.
“자, 이번 의뢰자의 모습입니다. 물론 매일같이 이 곳 빌라에서 일어나는 일상입니다. 저희의 새로운 비지니스는 이런 사회의 바퀴벌레 같은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비지니스입니다. 지금 영상으로 보시기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빌라 주민들의 경우 6개월째 이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저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런 일들을 벌입니다. 아니 꺼꾸로죠. 저렇게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분풀이가 되질 않는 겁니다. 저런 사회의 쓰레기들을 치워주는 비지니스가 필요합니다. 만일 고마운 환경미화원분들이 일상 생활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들을 지속해서 치워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네 맞습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은 그냥 똥통이 되고 말 겁니다. 바퀴벌레나 파리가 들끓을겁니다. 비단 쓰레기가 사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저런 인간들이 고귀한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한 인간말종들인 것이죠. “ 운영자는 책상 위에 있던 생수를 들어서 물을 마셨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걸 감옥비지니스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모종의 장소를 이미 익명의 투자자를 통해서 제공받았습니다.
그곳은 원래 아파트가 완공될 계획이었지만 분양에 실패하면서 그냥 흉물로 남은 곳입니다. 저희가 받는 운영수수료를 나누는 방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만약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사업을 별다른 리스크 없이 중단할 수도 있게 했습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뭐든지 좋습니다. 채팅방에 물어봐 주세요.”
채팅방은 아까의 인사를 시작으로 잠시 멈추어 있었지만 운영자의 질문 얘기를 시작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입소제안이 가능합니까?”
“누구나는 안됩니다. 반드시 이런 증거 영상이 있어야 합니다.” 운영자가 빠르게 답변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정신병원에 입원되는 데 친인척 2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빌라에 계신 분들이 친인척도 아닌데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채팅창에 질문이 올라왔다.
운영자가 다시 질문을 보고는 채팅창을 잠시 중지시켰다. 덕분에 이 비밀영상방에 있는 사람들은 운영자가 어떤 질문에 답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 지금 잠재적인 투자자 여러분들이 약 100명 정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다 동의해서 과반수가 넘으면 진행하려고 합니다. 바로 일반 여러분들이 이런 입소에 대한 국민배심원단 같은 역할을 하시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단순한 사적재제나 사기같은 일을 저희는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과반수 보다 좀 더 엄격한 퍼센티지로 입소 룰을 적용할 생각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운영자가 답하면서 되묻자 채팅방에는 그게 좋겠다는 말들이 주르륵 한 순간에 올라왔다.
과반수로 하면 되겠나는 다음 사회자의 질문에 사람을 장기 격리시키는 일인데 단순 51%의 과반수는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투표를 진행하니 그래도 한 70%정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면 충분히 나쁜 사람일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고 거기에 다들 찬성버튼을 눌렀다.
“네, 빠른 피드백 감사합니다. 그럼 70%로 하시죠. 그 정도의 찬성률을 받은 인간이라면 충분히 나쁜 사람일테니까요.” 운영자가 목소리에 힘을 한번 주었다.
“입소를 시키려면 저 사람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데 비용이 상당히 들어갈텐데 그건 어떻게 충당할 계획인가요?” 누군가 그렇게 채팅창에 물었다.
“좋은 질문입니다. 바로 저희 감옥비지니스의 핵심입니다. 일단 지금 이곳의 빌라 주민들은 아주 착하신 분들입니다. 이 빌라 분들은 저 502호를 감금하는데 들어가는 월 비용을 직접 내시기로 하셨습니다.
저희가 원가계산을 해 보니 저 악당의 월 비용으로 약 85만원의 원가가 들어간다고 판단을 하였습니다. 저 악당에게 핸드폰은 주어지지 않으니까요.”
핸드폰이라는 말에 채팅방에는 웃음소리를 의미하는 ‘ㅋㅋㅋㅋ’나 ‘ㅎㅎㅎㅎㅎ’ 같은 초성 문자가 도배를 했다.
운영자의 말은 이어졌다.
“물론 이 빌라 주민들이 저 악당을 제외하고 7명이니 각 가정에서 15만원씩 가정평화유지료를 내기로 했습니다. 답이 되셨을까요?”
누군가 또 물었다.
“혹시 그럼 나중에라도 빌라 구성원중에 한 분이라도 바뀌어서 저 돈을 징수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출소라도 시키게 됩니까?”
“좋은 질문이네요. 감사합니다. 그런 상황도 모두 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일단 저 분들중에서 한분이라도 이사를 간다면 돈을 내는 것은 중지가 됩니다. 공평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막 이사온 분에게 이걸 다 설명해서 전에 여기 미친놈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불라불라 하기엔 힘든일인까요. 대신 저희는 다른 대안을 계획했습니다. 일단, 저희 감옥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서 리모델링된 건물은 오각형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저층형 아파트에 입주한 입주민들의 공동 가든형식으로 계획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 인프라를 그대로 잘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5개 건물 가운데는 거대한 밭이 있습니다. 논은 아무래도 손이 더 많이 가서요. 쌀은 그냥 사먹어도 되니까요. 거대한 밭에는 매일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밭 사이사이에는 나무들도 있습니다. 스프링쿨러 시설도 되어 있지만 그래도 설비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커버할 수 있게 물도 주고 비료도 줘야 합니다. 요즘 동남아 인건비만 해도 하루 10만원으로 부리기 힘듭니다.
저희에겐 이 분들의 강제 노역이 큰 힘이 됩니다. 앞에 서사가 좀 길었는데요. 빌라분들이 바뀌면 이 친구를 강제노역 시킬 겁니다. 질문에 답이 되셨으면 합니다.”
운영자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만약 일하기를 거부한다면 그 또한 대책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장기 밀매까지 해야 합니다. 그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고 거기까지 가면 아마 강제노역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운영자는 채팅창을 눈으로 빠르게 살펴보고 있었다.
“좋은 질문이 계속해서 나오네요. 혹시 다른 질문이 또 있을까요? 질문이 더 이상 없으시면 일단 여러분들이 이 시스템에 대해서 체험도 한번씩 할 겸해서 여러분들께 직접 이 분의 감금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서 한번 투표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여러분들이 여기 투표를 통해서 거절하는 의사표현을 주장한다면 이런 의뢰가 와도 중단됩니다. 판단자체가 여기 계신 약 100분의 여러분들 손에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부디 신중하게 결정하셔서 찬성과 반대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잠시 10분간 휴식을 좀 하겠습니다. 휴식하시는 동안 신중하게 결정하셔서 버튼을 눌러주십시요. “
찬성과 반대를 묻는 팝업창이 하나 떴다. 잠깐 고민하다가 나는 찬성에 버튼을 눌렀다. 매일같이 새벽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면 발로 차거나 소란을 피운다면 나는 못 참을 것 같았다. 그런 것을 6개월이나 하고 있다니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곤 그런 내 자신을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
10분간의 휴식시간 동안 나는 1층에 내려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걸어왔다. 시계를 보니 거의 10분이 다 지나갔다.
운영자는 명쾌한 목소리의 방 밖으로 까지 들렸다.
“네 여러분들 놀라지 마십시요. 찬성률 무려 98%입니다. 두 분을 빼고는 거의 다 찬성했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투표는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이대로 진행시키겠습니다.
참,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요. 여러분들이 잠시 쉬는 동안에 누군가 이 비지니스가 불법이 아니냐고 물어보셨는데요. 아마 오늘 처음 이 방에 초대된 분 같았습니다. 여러분들 이 비지니스가 불법인가요? 합법인가요?” 사회자는 잠시 채팅창을 보다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네, 당연히 불법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희가 반드시 각각의 추천을 통해서 이곳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지금 여기는 누군가와 원수지는 일 없이 평화롭게 살아온 사람은 입장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직권으로 여기 계신 분들의 면면에 대해서 잠시 말씀드리면 질문하신 분은 아드님이 학교 폭력으로 자살했습니다.”
사회자의 이 말을 듣자 나는 내가 이곳에 왜 합류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난 학교 다닐 때 한 놈을 꼭 죽이고 싶었다. 경찰이 된 친구는 누구보다도 내 기분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동창모임때 술이 만취해서 내가 나오지 않은 친구의 이름을 크게 외쳤던 기억이 났다.
그 새끼 나오면 죽여버릴거야 라고 담배를 피러 나온 경찰 친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다. 마치 어제 일인양 얼굴이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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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에 아이디가 ‘실비아’라는 여자분으로 추정되는 분의 글이 다음과 같이 올라왔다.
“죄송합니다. 불법 어쩌구 저쩌구 한 것은 야심차게 시작하는 감옥 비지니스가 오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글이었어요.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네, 괜찮습니다. 다음 의견 입니다. 지금 들어오는 분 정도에서 투자자를 그만 받자고 하는 의견들도 있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지금 사실 새로 들어온 분들의 투자금이 필요 없는 상태입니다. 매달 지금 유튜브 수수료만으로도 회사분 50%를 빼고 드리는데도 월 100만원씩은 받아가고 계시죠? 제 말이 맞습니까?” 사회자는 달변가였다.
돈을 이렇게나 많이 받는다고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람들이 맞다고 감사하다고 하는 말로 순식간에 채팅창이 빠르게 아래로 움직였다. 한번에 글을 다 읽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처음 오신 분들도 계시니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입회금은 1억이구요. 대신 1명을 영구 강제 격리시킬 수 있는 1인 소환권을 드립니다.
그리고 투자하시는 순간 투자자 자격입니다. 매달 현재 기준으로 100만원씩 나가고 있어요.
저희 월 운영 수익이 2억정도 나와서 회사분 50%뺀 것을 N분의 일로 나눠 드리는 겁니다. 여러분들 내시는 입회금은 온전히 저희 법인 수익이에요. 운영자금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입회자나 퇴소자에 대해서 찬반 투표 자격이 주어집니다. 여기까지 이해 안되시는 분 계시면 손 들어 주세요.” 운영자는 빠르게 투자금액과 수익에 대해서 설명했다.
채팅 창에는 이해를 했다고 하는 메세지들이 올라왔다. 요즘 흔한 사기일 수도 있었다.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여기에 동조까지 한다니. 머리가 살짝 혼란스러웠다. 아직 확신이 가질 않는 내가 채팅창에 질문을 했다.
“아니 이 감옥 생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겁니까? 올리시면 그럼 유튜브에서도 돈이 들어오나요?”
수많은 글들중에서 내 글에 대해서 답변을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운영자는 역시 달랐다.
“잠시만요. 지금 유튜브에서 수익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물어보는 투자자분이 계셔서 잠시 말씀드립니다.” 채팅창이 내가 올린 글을 띄우고 멈춰 있었다. 사회자는 빠른 템포로 기계적인 발성으로 얘기했다.
“유튜브에서 수익은 2가지 형태로 나와요. 첫번째는 이 영상을 유료로 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월 10만원씩 받습니다. 아까 그 빌라의 경우는 투자자로 들어오시는 분들이지만 그 분들의 지인들이 얘기를 듣고 비밀방으로 구경옵니다.
두번째는 이런 영상에 대해서 해외에서 더 관심이 많아요. 그분들은 돈은 무진장 많은데 하루종일 심심해서 어쩔 줄 몰라 하시는 분들이에요.
그 분들은 이미 VIP 등급의 회원가입으로 월 100만원의 비용을 내면서 이 곳에서도 안 보여주는 더 잔혹한 장면들도 편집없이 나갑니다.
몇 몇 분들은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인근 숙소에까지 방문하고 계세요.”
나는 관심이 확 갔다. 1억을 내면 월 100만원씩 받는 비지니스라니. 년으로 치면 무려 12%의 높은 수익률이었다. 제발 사기만 아니라면. 사기는 항상 빨리 결정을 요구한다. 내일까지 결정하셔야 할인이 적용됩니다. 3일후면 모든 혜택이 사라집니다.반대로 좋은 투자는 사실 언제나 열려 있는 투자다. 사회자의 마지막 말은 나를 투자의 길로 이끌었다.
“여기 회원분들은 언제든지 투자에 들어오셔도 됩니다. 저희의 주된 목적은 돈이 아닙니다. 국가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사적제재의 영역입니다. 어떤 범죄는 절대 국가의 형법 기준으로 절대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갈증을 우리는 해소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마치 국가에서 주는 수돗물로는 해결이 안되서 사먹는 생수가 그런 것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모든 것을 무조건 국가가 나서서 단죄를 하는 것도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 중 하나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직접적인 단죄를 성경에서도 언급했습니다. 지금과 같이 제대로 된 현대 국가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은 직접 범죄자들을 처단한 역사가 있습니다.”
운영자의 말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실무자가 마이크를 넘겨 받아서 추가적인 말들을 했다. 넷플릭스에도 안 나오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24시간 볼 수 있다. 입회금은 당연히 그만두면 돌려준다고도 했다.
누군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두렵지 않나는 개인적인 질문에는 그들도 다 이런 비지니스가 세상에 필요해서 적당히 눈을 감아준다고 실무자가 말했다.
하긴 세상에 룸싸롱이고, 창녀들의 집장촌이며 불법 아닌 것이 세상에 어디 있던가.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유튜브와 같이 진행할 신비지니스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것이 분명했다. 수년간 수십년간 가려웠지만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가려움을 긁을 것이었다. 투자를 결정한 이상 나도 이제 범죄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도 시간은 빨리 움직이지만 몰입해서 일할때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내가 벌써 투자를 결정한 지 3년이나 지났다. 벌써 내 통장에는 사용하지 않은 현금 3,600만원이 쌓여있다.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서 그쪽으로 이 수익금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가 들어와 있는지 한눈에 보였다. 아직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천재같은 유튜버가 시작한 감옥비지니스는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투자자들은 그 때 이후로 더 이상의 투자자는 증원하는 것을 막아서 10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비밀방으로 철저히 유료로 팔리는 채널인데도 유료 방청 희망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있는 비밀방은 한 곳으로 유지하고 비밀방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만들고 삭제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미디어가 진행되는 방은 각 호실이 정해져 있다. 재밌는 것은 약간의 게임적인 요소를 넣어서 특정 방을 누르면 각 방마다 히스토리가 있는 영상이 따로 제작되어 있다는 점이다. 감방이 보이고 이 감옥수가 왜 이 방에 갖혔는지 그 사연에 대해서 이곳에 오기전에 각자의 만행에 대해서 편집되고 각색되어서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한 예를 들면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켜서 12년전에 만 12살인 여자아이를 성폭행해서 아이가 평생 대장주머니를 차고 다니게 한 범죄자가 출소했다. 그 같은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신고를 해서 이곳에 수감된 사람도 있다.
벌써 50개의 감옥은 꽉 차 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도 상당하다. 앞으로도 방들은 늘어날 계획이다.
가끔 이 안에서도 살인과 같은 범죄가 일어난다. 그럼 그때는 여기 투자자 중의 한 명의 고위경찰이 나서서 살인자를 재판에 넘긴다. 소문에 그 분은 매달 1천만원의 달하는 고수익을 얻고 있다고 친구가 귀뜸을 해 주었다. 우리 처럼 일반 투자금액에 이런 형사적인 부분의 컨설팅 및 뒷 처리를 담당해 주고 있어서 정식 사외이사 직함도 받으면서 진행한다는 후문이었다.
지금 이 비지니스는 합법적인 경로를 찾기 위해서 투자자중에서 검찰과 법원에 연결된 사람들을 통해서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한다. 회원중에 국회의원도 있다고 하고 더 높은 고위 공직자도 있다고 하는데 다 그것은 소문일 뿐 진위는 아직 모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1구좌를 더 할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꺼꾸로 생각하면 돈을 날릴 수도 있는 위험한 투자였다는 점에서 나 조차 자유롭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12%라니, 투자수익률의 깡패였다. 1억으로 매달 100만원을 버는 꿈의 용돈, 그것도 여기를 떠날때는 돌려주는 비용이다.
이런 행복도 잠시였다.
사실 나한테는 더 큰 문제가 있다. 내가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처음 입회금을 낼 때 입회비와 감금할 사람을 한 명 정해서 알려주기로 했는데 두번째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죽이고 나를 줘 패고 다니던 정말 죽이고 싶은 놈이 있었는데 막상 감옥에서 처참히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정도로 고통을 받는 모습까지는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감옥비지니스를 보면서 어쩌면 나는 대신 힐링을 받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타인의 고통, 다른 사람의 원수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내 원수를 대체해서 넣고 나는 거기서 내 치유의 아까징키*를 찾았는 지도 몰랐다.
결국 나는 아직 1명의 원수를 찾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기에 가두어서 평생을 세상과 단절시킨 채 살아가야 하는 죄수처럼 만들고 싶은 그런 정도의 강도 및 세기, 즉 원한을 지닌 원수는 아직 없다.
사실 요즘 이 곳 운영자로부터 매일같이 압박을 받고 있다. 누군가는 넣어야 한다. 아니면 나는 그들과 같은 공동 범죄 연대감이 없기에 투자자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요즘 내 걱정은 자나깨나 이것이다. 투자원금은 돌려 받겠지만 매달 받는 백만원은 날아간다. 아 어디 층간소음이라도 일으키는 사람은 없나하고 거실에서 침실에서 윗 천장에 귀를 쫑긋 세워봐도 가끔 발 걷는 소리 말고는 전혀 문제가 없다.
세상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요즘 문제유발자를 찾아서 동네를 헤메이는데 정말 아무도 없다. 이 감옥비지니스가 소문이 나서 그런지도 모른다.
끝.
주석 : 아까징키 - 소독약이란 뜻의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