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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Oct 01. 2024

행위예술가

주노는 미국최고의 예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주노는 미국 최고의 예술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내치는 김에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등에 지고 영국 트라팔가 광장에서 기어 다니면서 달팽이 흉내를 내기도 하고, 각종 비엔날레에 초청되어서 ‘천 번의 해후’라는 주제로 사람들과 허그를 하기도 했다. 


그런 주노가 모국인 한국에 방문한다고 하자 미술계는 난리가 났다. 


그의 작품을 유치한다는 것은 갤러리 입장에서는 탄탄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이니 그도 당연한 결과였다. 


“당신 작품 활동 이번에도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난리 났더라. 축하해”


여자친구 미셀은 주노에게 윙크했다. 


둘의 숙소는 행사장에서 불과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그를 초청한 전시회 


주최 측에서 4박 5일의 일정동안 제공하는 것이었다. 여자 친구는 호텔 방 창문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저번처럼 또 밤에 연락 안 되면 이번엔 안 참을 거야.”


미셀은 전시회에서 마련해 준 가이드를 따라서 서울 투어를 하고, 주노는 자신이 행위예술을 할 장소를 한번 가 보기로 했다. 


시에서 만들어 준 원형 광장 내에 가장 중앙에 하얀 천막으로 덮인 사각의 방은 바닥까지 그의 요청대로 사각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번 행위 예술을 위해서는 밀폐된 방이 좋을 것 같아요. 여기가 바닥이 대충 어림잡아도 한 삼백 평 정도 되니까 왼쪽으로 들어와서 오른쪽 대각선에 문을 만들면 어떨까요?” 전시 관계자가 말했다. 


“저번처럼 마이클잭슨 음악에 춤을 추실 건가요?” 


“그건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주노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주노 작가님, 당연히 스마트폰 카메라 못 찍게 막아야 하겠지요?”


“아뇨, 맘대로 찍어도 되게 해 주세요. 저의 행위 예술은 매 순간 마다가 예술인데, 그걸 관객들이 공감하는 감동의 순간을 못 찍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사진은 나중에 전시회를 마치고 나면 저 개인에게도 많은 피드백이 된답니다.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해 주십시오. 다만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시간을 서서 정체하면 지나가는 동선에서 뒤에서 들어오는 관람객이 못 보니 멈추지만 말아달라고 사전에 공지 좀 부탁드릴게요.”


“그건 관람방 입구에 크게 현판을 걸어두겠습니다.”


주최 측의 호의를 받아서 주노가 좋아하는 클럽에서 2차가 이루어졌다. 


즉석에서 부킹이 이루어지고 밤 10시가 넘어서 여자친구인 미셀이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 시간 클럽 안이 하도 시끄러워서 주노는 듣지를 못했다.


 늘 그렇지만 부킹은 두 세 팀 앉았다가 일어나고 흐지부지 끝났다.


전시 관계자들이 주노를 숙소 앞에 내려다 준 것은 밤 12시가 넘어서였다. 


조용히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셀은 이미 맞은편 침대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자신의 침대 베개 위에 쪽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각오해. - 네 여자 친구 미셀 씀’


주노는 귀여운 마음이 들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음날 전시회를 하는 당일 해가 밝았다. 


아침 조식은 늘 잘 구운 토스트에 신선한 토마토주스 그리고 계란프라이였다. 


여자친구 미셀은 자신의 변비약을 하나 꺼내서 토마토주스에 넣었다.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비엔날레의 전야제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주노는 채비를 하고 전시 관계자들이 보내준 차량으로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행사장까지는 불과 10분 거리밖에 되질 않았다. 


토요일 오전, 비엔날레의 전야제 행사를 보러 온 사람들은 수백 명이 넘어 보였다. 


인근 화장실도 긴 줄이 서 있었다. 


주노는 아침에 먹은 것이 과했는지 살짝 배가 아파왔다. 


“잠깐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주노는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설사를 쫙쫙했다. 


시원하게 일을 마치자 자신감이 훅하고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자신의 예술 세계가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게 가슴을 벅차게 올라온 것이다. 


주노는 자신의 행위예술을 하기 위해서 꾸며져 있는 공간으로 갔다. 


그곳은 자신의 요구대로 텅 빈 공간에 원형의 높이 약 1미터 너비 3미터 정도 되는 원형의 동그란 무대 같은 것만 놓여 있었다. 


전체 색은 다 흰색으로 통일했다. 


원래 콘셉트는 누드였지만 여러 선진국들처럼 한국에서도 누드가 허용되지 않아서 팬티만을 입고 올라가기로 했다. 


50분 하고 10분씩 쉬기로 했기에 벽 한가운데 시계만을 하나 걸어두었다. 


아직 오픈까지는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이미 그와 손발을 맞춘 전문 보디페인팅 전문가 2명이 로봇 콘셉트로 주노를 분장시킬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그의 분장은 팬티만 입은 채로 은색 로봇 콘셉트의 분장은 40분 만에 끝났다. 


보디페인팅 전문가들이 준비해 온 분장을 마치고 나니 시간은 10분이 남았다. 


아직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서 미니 원형 무대 위로 올라갔다.  


스탭 두 명도 철수하고 혼자 남아서 시계를 보니 5분 전이었다. 


이제 주노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은색 메탈 느낌이 나는 로봇의 분장을 한 채로 홀딱 벗은 채로 팬티만을 입고 있다. 


사실 그는 오늘의 전시회를 위해서 로봇 댄스를 6개월간이나 준비했다. 


 클래식 선율에 맞춰서 정교한 로봇춤을 선 보일 생각이었다. 


음악은 비발디의 사계 중의 봄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그런데 그 순간에 아침에 먹은 토마토주스가 잘못되었는지. 커피를 마신 것이 탈이었는지 모르지만 아까의 배변신호가 또 오기 시작했다. 


너무 급했다. 이곳 행사장에서 시청까지는 걸어서 5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주노는 눈앞이 노래졌다.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다. 


행사장 구석을 봐도 잘 마감된 목재의 모서리밖에 보이질 않았다. 


다행인 것은 관람객들이 들어오면 깜짝 놀라게 하려고 스태프들이 막 나가면서 모든 불을 소등해 둔 상태였다는 점이다. 


그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천정 가까이 벽에 걸려서 하얗게 발광하는 전자벽시계를 보았다. 


아직 4분 전이다. 1분에서 2분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그는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도저히, 배가 아파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얼굴에는 이미 극심한 설사를 참느라 잔뜩 힘을 준 덕분에 땀이 뚝뚝 떨어졌다.


한계점에 달했다. 


폭발 직전이었다.


똥을 참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은 화끈거렸고, 귀에서는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도저히 못 참을 지점에 이르렀다.


생각이 멈추었다. 이제 본능만이 그를 지배했다.


그래 최대한 구석으로 가자. 이 안에서도 제일 구석이면 잘 안 보일 거야.


어차피 이 상태로 나가기는 힘들다.


그는 행운을 바라면서 최대한 구석으로 가서 벽 쪽으로 엉덩이를 대면서 팬티를 내리고 앉았다. 


뿌지직하는 방귀소리와 함께 참았던 설사가 터져 나왔다. 


뿌직, 뿌지직.... 뿌직. 뿡뿡뿡.


막혔던 부분의 소통.


아랫배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던 아픔은 순식간에 쾌감으로 변했다.


아, 정말 시원하다. 


그렇다. 정말 시원했다. 


막힌 것이 뚫리는 쾌감은 머리를 펑하고 꽤 뚫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참은 덕분에 한번 나갈 탈출구를 찾은 쾌변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마치 항구에 대기한 컨테이너들처럼 줄을 지어 나왔다. 


그 순간이었다. 


관람장 방의 불이 팍 하고 켜졌다. 사람들이 객장에 막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주노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아직 뱃속에는 가스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그냥 눈을 감았다. 


창피함이 그를 엄습했다. 


당장의 내일 신문기사가 걱정이 되었다. 


주노가 일을 다 마쳤을 때 조용히 눈을 떠 보니 대각선 안내라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착칵착칵 소리를 내면서 사진을 찍고 서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고, 한쪽 구석에서 설사똥을 쌌으니 냄새 또한 지독하게 올라왔다. 


사람들은 한쪽 손으로는 코를 막았다. 아이들을 같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아이들의 눈을 가리기도 했다. 


주노는 너무 창피한 생각에 뒷 처리를 할 생각도 못하고 주춤주춤 일어서면서 팬티를 천천히 올렸다. 


휴지도 없어서 채 마무리도 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뒤에서 한 사람이 ‘짝짝짝’하는 소리를 내면서 박수를 쳤다.


이내 박수소리는 점점 커졌다. 


“최고예요. 역시 최고.”


사람들은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집게손가락으로 코를 막은 채로 이내 열린 맞은편 문으로 하나둘 빠져나갔다. 


"우리 입장 시간에 맞춘 것이겠죠?"


"그렇겠지. 세계적인 행위예술하는 사람 인까. 철저하게 기획된 것이라면 대단하네. 정말 대단해."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빠져나갔다. 




다음날 한국의 신문기사에는 이렇게 보도가 되었다.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주노, 그 누구도 감히 기획하지 못한 현대 사회의 과잉생산 과잉공급의 현상의 부조리(不條理)를 설사로 직접 표현해서 대한민국 비엔날레 세계적인 히트로 만듦. 특히 로봇과 미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날려서 관람객들을 놀라게 만듦. 유튜브 조회수 하루 만에 1천만 달성. 전 세계에서 한국의 새로운 비엔날레 전시회에 큰 관심을 유도해 냄. 한국을 알리는 애국자. 주노.’


대략의 장황한 기사를 요약하면 대략 이랬다.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그는 아내 미셀의 뺨에 뽀뽀를 해 주었다.


“다 당신 덕분이야.”


아내는 그런 주노에게 검지를 들었다.


“난 그런 것 관심 없고 한번 더 내 전화 안 받으면 다음엔 설사약으로 안 끝나요. 더 센 걸로 갈 거니 알아서 해.” 


주노는 말없이 아내를 향해서 엄지를 세워 보였다. 


비행기의 둥근 창 밖으로 하얀 구름이 양탄자처럼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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