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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Sep 24. 2024

[SF 초단편] 외계인의 방문

보이저1호가 남긴 흔적을 보고 드디어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했다. 

연못들, 계곡들, 산들, 숲들 위로,

구름들, 바다들 위로,

태양 너머로, 창공 너머로,

별들의 천구 너머로,

나의 정신, 너는 민첩하게 움직이고,

파도 속에서 황홀해지는 헤엄 잘 치는 사람처럼,

너는 말로 할 수 없는 남성적 쾌락을 느끼며

그 방대하고 깊은 곳을 즐거이 누비고 다니는구나.  

- 골든디스크에 수록된 샤를 보들레르의 ‘비상’ 중에서 발췌  


2070년, 인류의 거대한 전기가 마련되었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더니 지구인들을 찾고 있던 외계인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보이저 1호에 실린 골든디스크를 기반으로 그들은 결국 지구를 찾아냈다. 그리고 2070년 7월 7일, 거대한 외계인 모선이 지구 상공에 들어섰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에는 지구의 각종 정보와 메세지를 넣은 LP골든디스크가 들어있다. 12인치짜리 구리 디스크 표면에 금박을 입혀서 골든디스크라고 불린다. 알루미늄 보호케이스에 재생기와 함께 보관이 되어 있다. 이건 천문학자 칼세이건이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그 보이저1호가 우주로 발사된지 거의 100년만이었다. 


그들은 지상 5km 높이에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얼마나 거대한 크기인지 둥근 원반은 거대한 도시를 연상케 했다. 


이들 초대형 원반형태의 UFO가 나타난 곳은 서울과 동경, 베이징, 뉴욕, 그리고 호주의 시드니였다. 

당연히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에서는 난리가 났다. 각 국가의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마다 거대한 원반 모선들이 떡하니 도심의 가운데 내려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아직 그 어떤 공격의 징후도 없었다. 이들의 방문 목적이 무엇인지 당장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각 UN 안전보장협의회가 열렸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곳은 미국대사였다. 


금발의 머리를 한 미쉘 미국 대사는 제일 먼저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지금 뉴욕과 베이징, 도쿄, 서울, 시드니 같은 대도시들에 외계인 모선이 일주일째 떠 있습니다. 이들은 그 어떤 액션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이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시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바랍니다. 저희가 비선라인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공격을 했다고 하던데요. 중국 대사분이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미쉘이 시선이 왕위 중국 대사를 향했다.

 

“네, 중국에서는 대화를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답이 없어서 J-20을 통해서 미사일을 발사해 보았습니다. 저희 미사일은 정확히 UFO를 맞췄습니다. 하지만 보호막이 있어서 그냥 주변에서 폭파되고 말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별도의 보호막이 있고, 거기는 뚫을 수 없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핵으로 대응할 것인가요?”


“최악의 경우는 핵무기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사람들은 점차 신경은 쓰였지만 아무런 공격도 위협도 하지 않는 UFO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곧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들은 회사를 가고 다시 지하철 역 인근에서 모여서 소주에 삼겹살을 먹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다만, 신기한 것은 정오 12시만 되면 거의 일제히 전국에 있는 개들이 늑대의 울음소리같은 것을 낸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CNN을 통해서 뉴스에서도 몇 번 언급된 내용이다. 미국의 유능한 한 과학자가 어쩌면 초단파 무기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뉴욕 인근 땅 속 동굴에서 대규모 박쥐들이 지상으로 수천마리가 날아다니는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가끔 담배를 피면서 지상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모선의 정체에 대해서 고개만 갸웃거렸다. 

정확히 11월 7일이 되자 확실히 날씨가 추워졌다. 사람들은 전부 장롱에 넣어둔 두터운 옷을 꺼내입기 시작했다. 


강남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퇴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UFO의 거대한 모선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왔다.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와, 저것 좀 봐봐. 드디어 UFO가 내려오고 있어.”


“저 거대한 모선이 어떤 추진장치도 없이 내려오네 점점 크게 보여. “


“외부에 문양도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멋지네.”


사람들은 제각각 의견을 쏟아냈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을 얼굴을 대고 셀카를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환하게 웃으면서, 별다른 긴장은 하지 않았다. 


이제 모선은 지상 500미터 지점에서 멈췄다. 덕분에 잠실롯데타워 안테나는 거의 닿을 듯이 보였다. 

또 그 상태로 한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던 사람들도 의아해 했지만 일상은 사람들을 시간속으로 내몰았다. 

어느날이었다. 


모선의 가운데가 천천히 열렸다. 그 안에는 빛이 가득 비춰서 멀리서도 사람들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모선의 가운데는 왠만한 축구 경기장이 들어갈 정도로 그 원이 컸다. 


모선에서 나온 빛의 두께도 그만큼 넓었다. 그 빛이 한번에 빌딩의 사이사이를 비췄다. 


갑자기 밝은 빛이 비춰지자 골목사이에서 술을 마시다가 이동을 하던 사람들은 길이 대낮처럼 밝아지자 놀라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도 빛이 강렬하게 손을 들어서 봐야 할 정도였다. 


빛은 갑자기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갑자기 들리자 너무 놀랐다. 


“어, 어. 이게뭐야.”

“아악, 살려줘요.”

길가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세가 제각각으로 끌려올라갔다. 


마치 강력한 자석이 자신의 몸을 끌어 올리는 것 같았다. 

선 채로 올라가는 사람, 버둥거리다가 뒤로 넘어 질 듯이 올라가는 사람 모두 천천히 끌려올라갔다. 그렇게 모션의 빛은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올렸다. 한 눈에 보기에도 수 백명의 사람들이 끌려 올라간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올라가서 천천히 모션의 바닥이 다시 닫혔다. 


그날 저녁 전세계 뉴스들은 난리가 났다. 


[ MBC뉴스입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서울과 각 대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영상에서도 보시다시피 모선들이 지상 약 500미터 상공까지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이 강력한 빔을 통해서 외계인들의 모선으로 추정되는 대형 비행체에 납치되는 장면입니다. 한국에서만도 대략 200명에서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납치가 되었습니다. 다음 장면은 베이징이고 뉴욕입니다. 특징은 사람들이 많은....]


중국 당국은 즉시 공격에 나섰다. 그 모습이 또한 영상으로 보였다. 


[ 5대 국가 중에서 대응에서 중국이 가장 빠릅니다. 다른 국가들은 도심 상공에서 함부로 공격을 했다가는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경우 현재 J 20을 동원해서 핵폭탄을 투하하려고 합니다. 네 지금 말씀드리는 순간 비행체의 상공으로 올라간 폭격기가 강력한 핵단두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지금 터졌는데 비행선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비행선 위에서 거대한 핵구름, 그 유명한 죽음의 버섯구름이 올라왔지만 아무런 타격이 없습니다. 모선은 반응조차 없습니다.]


전세계의 지구인들은 각 국가에서 쏟아지는 속보들과 시민들의 공포스러운 반응으로 도심의 기능이 멈췄다. 


[ 시민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당분간 모든 업무는 인터넷으로 하시고, 도심내 진입을 삼가하시기 바랍니다. 명확한 외계 존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지금 납치된 사람들의 행방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절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외출을 하게 되면 꼭 자동차를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맨몸으로 UFO 광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


그렇게 도심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몇 몇의 용기있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상공에 떠 있는 UFO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다녔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사람들만 끌고 올라갔다는 점이다. 자동차에 타고 이동하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긴급히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비서실장이 사회를 보고 참석한 각 부처의 장관들과 별도의 국무위원들은 표정들이 굳어 있었다. 특별히 이곳에는 최근 초빙인사가 있었다. 


“각하, 오늘 참석한 김 박사는 K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있는 텔레파시의 권위자입니다. 최근 저 UFO로 온 외계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합니다. 김 박사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김 박사의 마이크에 붙은 작은 점 같은 LED 조명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 K대학에서 텔레파시 연구만 30년째 하고 있는 닥터 김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외계인들은 이곳의 선조들이 자신들의 소속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자신들의 소속이라고요? 흥미롭군요. 계속하세요.” 대통령이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김 박사가 마이크에 대고 말을 이어갔다. 


“저들이 제게 보낸 신호를, 엄밀히 말하면 저에게만 보낸 것은 아닙니다. 저들의 방송이 현재도 지구상에 울리고 있습니다. 다만 초단파 영역이라 우리 인간들 중에는 들을 수 있는 영역의 헤르츠가 아닙니다. 저는 30년간 개발한 장비가 있어서 겨우 인간이 들을 수 있는 형태로 개발을 했습니다. 오늘 발표에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들은 지구에 도착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걸 인지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김박사는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혹시 그 UFO가 메세지를 방송했다는 시간대가 정오인가요?” 누군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그 초단파에 반응하는 동물들이 소리를 냈습니다.” 박사는 다시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저기, 옆에 물도 좀 드시고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대통령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비서실장에게 손으로 생수를 주라는 듯한 신호를 주었다. 비서실장이 생수 하나를 김 박사쪽으로 건넸다. 

“제가 땀을 닦는 건 여기 국무회의에 참석해도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하도 녹음된 내용이 충격적이라 너무 놀라서 이렇게 지금 놀라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래요? 얼른 들어봅시다. 무슨 내용인지 무척 궁금하군요.” 대통령이 마이크에서 떨어져서 화면쪽으로 돌려앉았다. 


“네, 잠시 화면을 봐 주십시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나오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요. 이 기계어의 번역은 저희 연구소에서 진행한 것입니다.”

박사는 노트북에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국무위원들 스무명 정도와 뒤에 배석한 비서관이나 실무진들해서 그 방에는 약 사십명의 사람들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다들 의자를 약간 뒤로 하고 공중에 걸린 대형 스크린쪽으로 자세를 잡았다.

 

화면에는 컴퓨터 오디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하나가 떠 있었다. 그리고, 두개의 볼륨 파형 같은 얇은세로 직선들이 뭉쳐진 높낮이가 마치 옆에서 보는 산맥과 협곡을 어우러 놓은 듯한 파형이 아래 위로 나와 있었다. 


“일단 위에 있는 오디오 파형이 UFO에서 퍼트리는 방송입니다. 원래는 고대역대라 들을 수 없지만 제가 들을 수 있도록 변형을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박사가 왼쪽 상단에 있는 오디오 모양의 이모티콘을 눌렀다.

그러자 파형이 움직이면서 기묘한 기계음 같은 소리를 냈다. 


“삐융...삐이이융...삐이이웅웅웅....삐이이웅”


다들 기묘한 기계음같기도 하고 마치 엠블란스의 싸이렌 소리같기도 한 소음이 회의실 가득 퍼지자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낮추었지만 여전히 듣기 힘든 고음이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서둘러 중지버튼을 눌렀다. 


“자 다음은 이 소리를 번역한 음입니다. 다소 거칠지만 한국어로 번역을 했습니다. 약간의 오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박사가 아래의 오디오 이모티콘을 눌렀다. 


“반갑습니다. 지구인 여러분. 저희는 프록시마 센터우리에서 왔습니다.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1만년 이상 걸리는 거리이지요. 저희도 4.2광년이나 걸려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낸 보이저1호와 2호 덕분에 저희는 겨우 지구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보이저 1호나 2호가 저희 별에 도착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들은 앞으로도 약 1만 7천년은 더 와야 저희별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저희가 운이 좋았습니다. 저희도 저희 별에서 도망친 여러분들을 지난 수만년동안 찾고 헤메였거든요. 지구인의 지리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그건 마치 프랑스에서 잃어버린 개를 우연히 여행간 여행객이 러시아 모스코바의 어느 뒷골목에서 찾는 격입니다. 사막에서 잃어버린 목걸이를 찾는 격이죠. 그 말도 안되는 확률이 겹쳐서 드디어 저희는 여러분들을 찾아내고 말았습니다. 어찌나 기쁜지 저희는 단번에 그 탐사대원들을 승진시키고, 영웅의 호칭을 주었답니다. 


아무튼 저희는 여러분들이 보낸 보이저1호를 통해서 여러분들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그런 엄청난 보고를 받고 즉각 저희는 우리 별에서 행성 차원의 대형 선단을 꾸렸습니다. 다들 난리가 났었죠. 자원자들이 넘쳐났습니다. 냉동캡슐에서 잠을 자야하는데도 다들 용기백배해서 왔습니다. 빛의 속도로 이곳까지는 4년하고도 2달이나 걸렸습니다. 너무 반가왔습니다. 저희는 몸 자체가 여러분들보다 한 10배는 큽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희 모선들이 여러분들에게는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먼 옛날 얘기라서 궁금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의 선조들을 데리고 같이 탈출한 저희의 배반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네피림 족속이라고 불리웠죠. 유독 여러분들과 친밀하게 지냈습니다. 


그들은 저희가 여러분들을 학대하고 일부 잡아먹기도 하는 것에 큰 반감을 지녔습니다. 그들은 저희의 문화에 반기를 들었고 결국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의 저희처럼 대규모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지요. 어쨌든 할 말은 많지만 차츰 알아가기로 하지요. 


지금 저희는 여러분들에게 우리가 여러분들의 주인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여러분들의 선조들은 원래 저희가 키우던 가축이었습니다. 저희가 먹는 주식은 카바나와 호슬로 그리고 여러분들의 선조격인 호모에이티쿠스들이었습니다. 저희는 호모에이티쿠스를 매우 귀하게 생각했습니다. 


너무 똑똑한 주식이었거든요. 어떤 존재들은 먹히지 않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개인기들을 보여주곤 했지요. 저글링도 보여주었고, 덤블링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름다운 목소리로 밤새 노래를 해 주기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중 일부는 평생 여러분들의 선조들을 반려동물처럼 키우기도 했습니다. 평생 여러분들을 위협하지도 않고, 여러분들이 죽으면 나무밑에 잘 묻어주고 울기까지 했습니다. 이곳에 와서 저희는 아주 놀랐습니다. 우리 애완동물들이 우리 별을 도망가서 이렇게 많은 자손들을 불려 놓았을지 상상도 못했거든요.

 

하긴 잠시 이곳에 있으면서 지구의 역사를 보니 토끼 24마리가 지금은 2억마리가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비슷한 경로를 거쳤네요. 저희는 저희의 애완동물들이 만든 지구의 번영을 보고 아주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긴 여러분들이 에로티쿰 별에서도 저희의 귀염둥이였어요. 너무 똑똑했거든요. 


알아서 배변훈련을 어릴때만 하면 그 다음엔 신경쓸 일이 별로 없었거든요. 집집마다 호모에이티쿠스를 키우겠다고 워낙 난리였지만 어릴 적에 잘 키우지 않으면 정말 힘든 종이었어요. 여러분들은 저희 별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습니다. 


각 가정에 분양되어서 잘 키워질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먹지 않지만 과거엔 여러분들이 정말 맛있는 별식이었죠. 그래서 본국에 여기 대량으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일단 각국 표본으로 3천세트가 이미 팔려나가서 냉동포장을 해서 급히 보내야 합니다. 지금은 더우니 11월부터 길에 다니는 여러분들을 부득불 포장해서 나가야 하니 이런 처리가 되길 원하지 않는 분들은 집에 계시거나 자동차에 타고 계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아무리 핵폭탄을 터트려도 기술력이 안됩니다. 그건 우리별에서는 그냥 폭죽수준이니까요. 우린 이미 광속 비행접시를 타고 다닙니다. 그걸 버티려면 겨우 쇠나 철로도 안됩니다. 그러니 저희는 여러분들이 공격하는 것도 지금 본국에서 수천만명이 동시에 시청하고 있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러분들을 판매하는 것이 점점 육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저희 별에서 여러분들은 현재 멸종 위기종입니다. 어디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멸종위기종 같이 아주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말이 길었네요. 못 본 시간 만큼이나 말이죠. 아무튼 미리 공지를 드립니다. 다음 추수는 12월 24일입니다. 강제 이송을 원치 않으시면 차로 이동하시거나 거리에 나오지 말아주십시요. 그럼 그때 또 방송으로 인사드릴게요. 안녕 지구인들이여.”


회의실은 한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누군가가 ‘왝’하고 바닥을 토를 했다. 

하지만 다들 창백한 얼굴로 멈춰진 빔프로젝트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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