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도대체 형수를 왜 나한테 보낸걸까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좋은 꿈 꾸세요.”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하거나 "부자되세요" 라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앞집 영철이는 간만에 스타가 되었다.
간밤에 긴 악몽을 꾸었는데 그게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점백이는 당장 영철이를 찾아가서 물었다.
“도대체 비법이 뭐야? 왜 그렇게 생생한 꿈을 꾼 건데?”
영철이는 수줍어하면서 말했다.
“다른 비결은 없어. 그냥 하는 일도 안 풀리고 해서 확 죽어버리고 싶었지. 그런데 용기는 안 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집에서 칩거를 시작한 거야. 닥치는 대로 넷플릭스에 나오는 거의 모든 영상을 본 것 같아. 그런데...”
“그런데?”
“무서운 영화를 보게 된 거지.”
“호러 영화 말이야?”
“그렇지, 그건 아주 무서웠어. 그게 또 하도보다 보니까 공식 같은 게 있더라고.”
“공식?”
“뭐,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반드시 무리가 각각 흩어진다거나, 절대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가는 거지.”
“아하.”
“암튼 그렇게 무서운 영화를 보다 보니 이젠 꿈에서도 악몽에 시달린다곤 해. 대신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전에는 무조건 깼는데 이젠 조율을 하게 되더라고, 약간 내가 감독이 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뭐, 그래서 이젠 아 이 꿈에 뭔가 좀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뭔가 사람들을 끌만한 미끼 같은 것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특정 연예인들을 검색해서 당대 최고의 미인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 그게 자연스럽게 꿈에 나오더라고. ”
“어렵지는 않은 거네?”
“그럼, 자네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 수입은 얼마나 되나?”
“뭐, 나야 아예 일론머스크가 만든 콘텐츠 거래소에 전체 판권을 팔았으니 전체 계약금으로 2억인가를 받았고 매달 수익금의 절반을 받기로 했어. 한 천만 원 정도 들어오는 것 같아.”
“천만 원이나 된다고? 매월?”
그랬다. 그놈의 천재 일론머스크가 만든 뉴럴링크 덕분에 사람들은 머릿속에 칩을 내장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한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도 소위 깨인 사람들 그 집단만이 하나 둘 머릿속에 칩을 내장하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의료보험이 되는 임시 소켓 수술만 받아 외장형 뉴럴링크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영철이는 이번에 돈을 벌었으니 1억이나 하는 수술비를 내고 칩을 내장할 것이 분명했다.
뉴럴링크가 생기면서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유튜브가 세상을 지배하는 영상을 쏟아냈지만 그것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일반 돈 없는 서민들만 보는 하류 채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뉴럴링크를 통해서 나온 꿈의 영상들은 너무 생생해서 3D 아니 4D , 5D의 느낌이었다.
가상현실이지만 뇌에 바로 자극이 되는 영상은 느낌이나 촉감이 실제와 똑같다는 평이었다.
어떤 사람의 체험이나 기억들이 거래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그중에서도 꿈이다.
어느 날, 인수형님이 전화가 왔다.
"웬일이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점백이가 경쾌하게 물었다.
“난 파산직전이야.” 인수형님이 어느 날 솔직한 자신의 재정상태에 대해서 말했다.
형을 위로할 겸 술 한잔 사겠다고 하니 형이 형수를 데리고 나왔다.
나이 마흔에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30살 중국 신부와 불과 2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갑자기 중국의 정책 변경 때문에 하던 무역사업이 잘 안 된다고 울상을 지었던 것이다.
인수형님은 술을 잘 못 마신다. 그나마 형이 즐겨 마시는 술은 소주여서 소주를 시켰다.
삼겹살에 김치를 얹어서 파는 맛집이었다. 인수형님이 술을 잘 못 마셔서 형수와 합쳐서 한 병을 마셨고 점백이 혼자 두 병을 마셨다.
물론 그는 취했다. 그는 집에 가려고 했다.
형수가 가슴을 그의 팔꿈치 쪽에 바싹 갖다 붙이면서 말했다.
“점백 씨,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가서 한잔 더 하고 가요.”
형수의 매끈하고 화장기 있는 얼굴이 왼쪽 뺨에 살짝 붙었다가 떨어졌다.
페로몬 향수인지 복숭아향이 났다.
귓가에 닿을 듯했던 그녀의 입가에서 풍기는 달콤한 단내와 뜨거운 열기를 느껴졌다.
그는 그 찰나의 순간이 지금도 생생했다.
왜 후배를 만나는데 짧은 청미니 스커트를 입고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됐다.
25평짜리 아파트는 3 베이 형태로 지어져서 작지만 방 3개에 베란다가 앞 뒤로 있었다.
신혼집만큼 아늑하고 쾌적했다.
형은 고량주에는 쥐약이다.
그런데도 형수는 고량주를 꺼내왔다.
형수는 하얀 레이스천이 덮인 주방 테이블 위에 고량주와 방금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매운 닭발과 만두를 올렸다.
인수형님은 취기에 쩐 눈을 하고 한쪽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자신의 삶의 철학을 말하기 시작했다.
고량주 잔이 하나 둘 채워지고 비워졌다.
“마, 컴백아, 자고로 사람은 한번 기회가 오면 그걸 꽉 잡아야 한다. 돈이든지 여자든지 알겠재? 그걸 놓치고 나뮨 평생 후회하는기라 ~”
형님은 평소에는 서울말을 잘 쓰다가도 술만 취하면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형수는 형님 옆에서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그건 안된다. 형님이 평소에 얼마나 점백이한테 잘해 주었는데. 점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백 미리짜리 큰 40도짜리 연태고량주는 금세 절반으로 줄었다.
형수는 고량주에 강하다. 아니 정확히는 고량주를 좋아한다.
더 마시면 안 될 것 같아서, 점백이는 시계를 보았다.
이제 겨우 저녁 8시였다.
형수가 알약 하나를 건넸다.
“비타민제예요.” 형수가 미소를 지으면서 입에 넣어 주었다.
빨간 매니큐어를 한 형수의 가늘고 흰 집게손가락이 마치 의도한 듯이 점백의 입에 두 마디나 들어왔다가 혀를 긁으면서 나갔다.
인수형님은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에서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졸았다.
곧 형님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테이블에 엎어졌다.
“저 담배 한 대 좀 태울게요.”
이 핑계를 대고 훌쩍 집을 떠날 생각이었다.
“베란다에서 펴. 나가지 말고.”라고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고는 형님은 문을 닫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은 닫혔지만 베란다 쪽으로 열어 둔 창문을 통해서
이내 코 고는 소리가 거실까지 울려 나왔다.
“술 먹으면 코 고는 소리가 심해요. 좀 있으면 괜찮아져요. 1시간 정도 지나면.”
형수가 베란다로 따라 나왔다.
“담배도 안 태우시잖아요.”
형수가 갑자기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는 담배를 피우다 말고 베란다 안에 손님용 재떨이에 던졌다.
아파트 제일 끝 동들은 채 5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산 방향을 향해서 지어져 있었다.
형수는 대담했다. 더욱 힘차게 그를 구석으로 몰았다.
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형수와 사랑을 나누었다.
시계를 보니 9시였다.
여전히 거실과 베란다로 코 고는 소리가 진동을 했다.
그건 마치 바흐의 클래식 음악 같이 배경음이 되어 주었다.
‘인수형, 미안해.’
심지어 그녀는 다 닦아 주었다.
순간.
탁하고 불이 켜졌다.
시사회장에 나가기 전에 회사 관계자들만 보는 미니 시사회였다.
인수형님의 얼굴은 조금 벌게져 있었다.
아무리 후배의 꿈이지만 자신의 아내 영상이 적나라하게 나오자 민망해진 덕분이다.
“미안해요. 형.”
“아냐,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 니 꿈에서 일어난 상상을 내가 뭐. 꿈을 네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영상을 보고 다소 얼굴을 굳힌 인수형에게 와서 다들 악수를 청했다.
무엇보다 이런 영상인 줄 상상도 못 하고 아내를 데리고 온 자신을 인수형님은 자책하는 듯했다.
형수는 상상도 못 했던 자신의 이런 모습에 귓불까지 붉어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와, 대표님 에이젼시 이제 대박 나겠네요. 뉴럴링크에서 인수제의 오겠어요. “라고 경쟁 에이젼시 대표가 와서 악수를 청했을 때야 인수형님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랬다. 인수형은 사람들의 괜찮은 기억이나 꿈을 사고파는 에이젼시 대표다.
미니시사회를 나오면서 누군가 한마디 했다.
“이거 혹시 기억 아닐까? 너무 생생한데.”
요즘 점백은 그의 대표집에서 숙식하면서 꿈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인수형님은 요즘 돈 독이 올랐다.
뉴럴링크 콘텐츠 거래소에 올린 영상이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매달 6천만 원의 매출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거래소에서는 중개료로 10%만 가지고 가니 90% 수익은 모두 회사의 매출이다.
파산직전까지 갔던 형의 통장은 이제 부자의 반열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형, 이제 그만 벌어도 되잖아.”
인수 형님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는 제2의 대박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또 점백을 삼겹살 집으로 불렀다.
그의 아내에게 더 야한 옷을 입게 했다.
그는 자신이 술을 못 먹는다는 것을 십분 활용했다.
결국 인수 형님은 돈을 선택한 듯싶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