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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Oct 03. 2024

장풍

점백은 20살이 되자 대학 대신에 소림사로 향했다. 


2050년이 되자 점백이는 20살이 되었다.


세상은 첨단기술로 발전했지만 그럼에도 점백의 관심은 온통 중국 전통 무술에 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무협지를 보고 무협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 덕분이었다. 


점백이는 어려서부터 무술에 관심이 무척이나 많았다.

당연히 스무 살이 되자 그는 대학 대신에 중국의 소림사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10년 단위의 수업만 가능합니다. 절의 특성상 속세와의 모든 연도 끊으셔야 하고요.” 


주지스님 대신에 총무역할을 하시는 스님은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점백이는 소림사에 들어갔다. 첫 4년간은 기초무술을 배웠다.

소림사의 무술은 다섯 가지 동물의 동작을 본떠서 만들었다. 용과 호랑이 표범 그리고 사자와 학이다. 


일단 제일 먼저 배운 것은 역근경이었다.

신체를 강건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기혈의 유통과 운행을 도모하여 근육과 근골을 개조시키는 것이 목적인 수업이었다. 


이것을 배움으로써 점백이는 잡념이 사라지고 여러 가지 몸속의 병이 자연 치유하는 것을 경험했다.


좌선을 하는 자리를 잡는 데만도 한 달이 걸렸다. 그리고 호흡법을 익히면서 천천히 몸 안 단전으로 호흡하는 것을 익히니 아직은 쌀쌀한 11월인데도 그의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내공에 대해서도 하루에 4시간씩 배웠다. 소림의 내공은 불가의 신공으로 항상 천하무림의 첫손가락 안에 들어갔다. 


그렇게 만 4년을 좌선과 호흡법을 통해서 내공을 쌓아나가자, 아침에 운기조식을 하고 나면 마치 단축 마라톤 10킬로미터를 뛴 듯이 온몸에서는 땀이 쏟아져 내렸다.


“자, 그대는 열심히 내공을 쌓는데 성공을 했으므로,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가?”


총무스님이 그의 앞에 3가지 선택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종이는 세장이었는데 각 무술의 제목과 장단점이 적혀 있었다. 


첫째는 소림오형권인데 다섯 동물의 모양을 한 소림권법의 핵심이다. - 근거리 공격에 특화

둘째는 경공술 (공중부양 포함) - 하늘을 날아다니듯이 빠른 이동이 가능

셋째는 장풍이라고 적혀있다. - 원거리 공격에 특화


“다 배우는 것은 안됩니까?”


“허허, 욕심이 많으시구려, 다 배우려면 한 50년이 걸릴 텐데 괜찮으시겠소?”


아무리 그래도 50년이면 너무 심했다. 나이 70세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는가.

반드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점백이가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장풍’이었다.


“흠, 좋아요 아주 잘 선택했어요. 주로 근거리보다 원거리에서 매우 탁월한 공격방법이지요.”


선택을 마친 다음날 새벽 6시부터 체력단련을 하고, 식사를 마친 뒤부터는 바로 장풍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장풍을 선택한 사람들은 총 십여 명이었다. 


“자, 여러분들 앞에는 작은 나뭇잎을 하나씩 젓가락에 끼웠습니다. 이걸 바람을 불어서 날리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청풍스님은 시범으로 자신이 먼저 약 삼십 자 앞에 나뭇가지의 한 나뭇 잎을 향해서 손가락하나를 뻗었다. 그러자 정확히 나뭇잎 하나 ‘폭’하는 소리를 내면서 공중에 잠시 머물렀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마도 장풍에서 나오는 바람에 뒤로 살짝 밀렸다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는 수강생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바위 하나를 가리켰다. 다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손바닥을 쭉 그 바위를 향해서 살짝 뻗자 이백근은 넘어보이는 바위가 마치 참기름위에 계란 노른자처럼 '끼잉'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삼십 자나 밀려났다.


“수련을 하면 저처럼 할 수 있습니다.” 


청풍스님은 그제서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좌중을 돌아보았다.


청풍스님은 양 손바닥을 부딪치면서 박수를 치면서 “자, 시작들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장풍 수련은 점백이에게 자괴감을 불러왔다. 

점백이는 약 1미터 앞에 나뭇잎 하나만을 꽂아두고 그걸 양손으로 바람을 내뿜는 연습을 오전 내내 했다. 나뭇잎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자, 정신을 초집중해야 합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힘껏 양손을 뻗으면서 기합을 넣어주세요.”

여기저기서 ‘얍’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변화가 전혀 없어서 점백이는 오전 장풍 수업시간이 가장 지루한 시간이 되었다. 

“얍”하고 여느 때처럼 나뭇잎을 향해서 손바닥을 뻗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나뭇잎이 팔랑하고 뒤로 휘어졌다가 다시 바로 세워지더니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점백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이게 된다고? 정말?

그즈음, 다른 사람들도 한 마디씩 외쳤다.


“어, 스님, 이게 움직였어요.”

“어, 나도요.”


그렇게 한 명 두 명 나뭇잎에 바람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다시 한 달이 흘렀다. 

이젠 작은 나뭇잎은 다들 쉽게 쏘아서 쓰러뜨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1년 즈음 수련을 거듭하니 제법 굵은 나뭇가지를 흔들 정도가 되었다. 다시 1년을 더 하니 원하는 나뭇가지를 장풍으로 휘어지게 만들거나 작은 나뭇잎 정도는 자연스럽게 떨어뜨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을 채워서 이제는 성인을 쓰러뜨릴 정도의 강력한 장풍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바위도 옮길 수 있을 정도였다.


십여 명으로 시작한 장풍 연마팀은 그새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로 인해서 남은 사람은 겨우 3명이었다. 

그렇게 점백이도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 

3명을 두고 지난 10년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가 열렸다. 


“그동안 고생이 참 많았네, 여러분들 덕분에 소림사 경내도 아주 깨끗해졌어. 새벽마다 구석구석을 장풍으로 쓸고 다니니 말이야. 고맙네, 그대들에게 이 수고의 모든 영광을 넘기겠어. 이제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수료식 때 참석해도 좋다고 말해줘요. 부모님들과 가족 친지들이 아주 그대들을 뿌듯해할 겁니다. ”


하지만 점백은 굳이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어차피 반대도 심했고, 더 성공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아버지의 유언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사람들과 소통이 정말 중요해,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네가 혼자서 무엇을 연마하든지 도움이 될 것이란다. 아들아, 세상과 늘 소통하길 이 아빠는 바란다.” 그렇게 아버지는 숨을 거두었다고 얘기를 전해 들었다. 


아니, 이 중요한 장풍을 완성해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기껏 소통을 강조하다니.

점백이는 더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세상 누구도 오르지 못한 경지에 올라가리라.


그것도 소림사 경내에 유일하게 있는 구형 전화기를 통해서 3년 전에 가족과 한 마지막 통화였다. 

10년의 장풍 연마팀 수료식에는 다른 사람들의 가족들만 참석했다. 점백이를 뺀 나머지 2명은 가족들이 싸 온 음식도 모처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점백이에게도 음식을 조금 나눠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하룻밤을 자고 가게 허락이 되었다. 

점백이는 아무도 오지 않아서 쓸쓸히 자신의 방에서 마음 수양을 하면서 보냈다. 

이틀 날, 동료 2명은 매우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다들 좋은 시간들이 되었나 봐. 얼굴들이 벌겋게 상기되었네요.”

점백은 여러 인사를 했다.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네. 자네도 가족이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동료 한 명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튿날이 되어서, 가족들이 모두 떠나자 주지스님이 3명을 다 모아놓고 물었다. 


“이 다음코스가 있는데 한 번 일단 보게나.”


주지스님의 말을 마치자 청풍스님이 원 가운데로 나와서 실습보조로 나선 스님 한 명을 그대로 자신의 손바닥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서 특정 스님을 향해서 ‘얍’하고 힘을 주었다. 그러자 


“어... 어엇.” 


당황하는 사이에 스님 한 명이 청풍스님의 손바닥으로 당겨져 왔다. 양 발로 멀쩡히 사람들 가운데 버티고 있는 스님이 마치 스케이트보드라도 탄 듯이 스르륵 끌려왔다. 


경내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묘기 대행진이라도 보는 듯이 신기한 표정이었다. 

스님의 손바닥에 닿은 실습보조 스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아악, 아파요, 그만요.”


그제야 청풍스님은 손을 ‘탁’하고 놓으면서 기술시연을 멈추었다. 


실습보조로 나선 스님은 자신의 배를 움켜쥐었다.


"에구구, 하마터면 창자가 밖으로 빠져 나오는 줄 알았어요. 어휴, 무슨 문어가 내장을 빨아당기는 느낌이었어유."


“허허, 그게 흡습신공이라네, 물건이나 사람이나 무엇이든지 당기는 기술이지. 거기에 무슨 수분까지 빨아들인다네.”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청풍스님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건 얼마나 수련하면 될까요?” 누군가 물었다. 


“넉넉하게 10년이면 될 거야.”


청풍스님은 사람보다 더 어려운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팔을 걷어 부쳤다. 그리고 경내에 구석에 있는 한 바위를 가리켰다. 


다들 시선이 바위로 향했다. 


팔을 뻗어서 바위를 향해서 손바닥을 펼쳤다. 바위를 품고 있던 흙이 꿈틀거렸다. 바위의 크기는 성인의 양팔로 안아도 안될 정도 큰 크기였다. 


‘찌이익... 저.. 억...’하는 바위가 흙 위로 끌려오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바위가 청풍스님의 손바닥에 딱 붙었다. 

그 상태가 되어도 스님은 흡습신공을 멈추지 않았다.


손바닥이 바위와 닿은 부분에서 뿌연 연기 같은 것들이 올라왔다. 

‘뿌웅뿌웅...’하는 소리가 났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르자 바위 안에 수분이 모두 빠져서 바위는 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위는 아주 가는 돌모래처럼 ‘빠지직’하는 소리를 내면서 수천수만의 돌모래로 변해서 흙 위에 떨어졌다. 


“와....” 이를 지켜보던 스님들도 경탄의 소리를 냈다. 


“자 어떻게 이 기술을 배우고 나가겠느냐?” 주지스님이 물었을 때 점백을 뺀 나머지 2명은 난색을 표했다. 

아마도 10년을 더 배워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원래 그들은 모두 10년은 더 배우기로 약조를 한 상태였는데 먼저 2명이 떠난다고 하니 점백은 마음속으로 슬펐다.


결국은 2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흡습신공은 유일하게 점백이만 배우게 되었다. 


5년 즈음 지나자, 흡습신공의 한 70%는 구현이 가능했다. 가끔은 날아가는 새를 잡아당겨서 놀라게도 했다. 하지만 절대 살생을 하진 않았다. 


장풍이 바람을 내뿜어서 상대를 밀어내거나 넘어뜨리는 것에 반해서 흡습신법은 상대를 끌어들여서 몸이나 물건의 수분까지 빨아들여서 가루로 만드는 무서운 내공이었다. 

그렇게 그의 나이 40살이 되어서 그는 무공을 완수했다. 

천하제일의 경지가 된 것이다.

그는 장풍으로 물건을 날리기도 하고 흡습신공으로 멀리 있는 그 어떤 사물도 빨아당겨서 박살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소림사에 남아서 제자들을 가르치겠는가?” 주지스님이 물었을 때, 점백이는 속세로 나가서 중생을 구제하겠노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도심으로 홀로 나왔다. 소림사에서 수고했다고 받은 여비 100만 원이 그의 전 재산이었다. 

그렇게 그는 초고속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갔다. 


신기해서 여기저기 돌아보니 누군가 그의 국적 얘기를 듣고 일러주었다. “한국은 더 첨단으로 바뀌었어요.” 어느 중국인이 말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070년 세상은 이미 크게 변해 있었다. 

상공에는 드론이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스케이트보드 같은 것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녔다. 


점백은 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중부양은 자신도 하지 못하는 기술이라서 매우 놀랐다. 

그는 여비도 마련할 겸해서 인천공항 야외 주차장 쪽에서 사람들에게 묘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이상한 소림사 복장을 하고 묘기를 보여주겠다고 하니 캐리어 로봇개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하던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주차장 한쪽 빈 공터에 사람들이 수십 명이 동그랗게 모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멀리 있는 나무를 향해서 손바닥을 펼치자 바람이 일면서 휙하는 소리를 내면서 나뭇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하하.” 사람들이 웃었다. 

그래, 이런 것은 처음 봤을 거야.

장풍을 보여주자 사람들이 웃었다. 


“그건 다 할 수 있는 건데요.” 어떤 아이가 붉은 금속성 슈트 같은 것을 입고 가만히 보고 있다가 툭하니 말을 뱉었다.


“뭐라요? 다 할 수 있다고?” 점백은 순간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네, 그럼요." 라고 아이가 말하면서 손바닥으로 조금 전 점백이 떨어뜨린 나뭇가지 쪽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순간 그 나무의 나뭇가지가 ‘핑’하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바닥에서 총알이 나오는 것 같았다. 


점백은 속으로 너무 놀랐다. 어쩌면 저건 장풍이 아니라 아이가 입은 요상한 금속 갑옷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근데 너 그 복장은 뭐니?" 점백이 재차 물었다.


“이거 아이언맨 복장인데... 모르세요?” 아이가 답했다. 


점백이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잠시 눈만 껌뻑였다.


“재오야, 엄마가 함부로 공공장소에서 아이언 슈트의 기술을 쓰면 안 된다고 했잖아.” 옆에 서 있던 금발의 여자가 아이에게 나무라듯이 말했다. 


놀란 것은 점백이었다. 자신이 평생을 들여서 익힌 기술을 우스꽝스러운 로봇 복장을 한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한 때문이었다. 

점백은 자신도 모르게 ‘아’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좋아, 고급 기술을 보여주지. 이번엔 다들 놀라자 빠질 걸.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알았어. 기다려 봐. 아저씨가 더 고급기술을 보여줄 께."


그는 흡습신공의 위력을 보면 사람들이 놀라서 그에게 머리를 조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선 채로 눈을 감고 양 손을 합장 자세로 하고 기를 모았다. 그리고 이내 눈을 뜨고는 손바닥으로 약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나무 아래의 배구공만 한 바위를 향해서 손을 쫘악 펼치면서 기합소리를 냈다. 


“가압!” 그의 소리는 우렁찼다. 바위가 순식간에 그의 손바닥쪽으로 끌려와서 붙었다. 그것은 마치 가벼운 솜사탕마냥 손바닥에 붙어서 천천히 돌았다. 그것은 마치 팽이의 자전과도 유사했다.


얼마나 바위가 돌았을까 돌면서 바위는 점점 짙은 어두운 색에서 밝게 바뀌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바위 안에 있던 수분끼가 완전히 말라가고 있었다. 마침내 적정 단계에 접어들자 바위는 쩌억소리는 내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갈라진 틈에서 미세한 연기같은 것이 수분과 함께 날아갔다.


그의 손바닥에 좌석처럼 당겨진 바위는 이내 모래자갈로 변해서 떨어졌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올라왔다. 기를 소진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흡습신공이라고 얘기를 할 참이었다. 


점백은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기대했다.

실제로 몇몇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지만 그건 점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왜 우뢰와 같은 박수가 나오지 않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 저건 따라 해도 되지요?” 아이가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래, 여기까지만 해요.” 엄마가 아이를 향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이 어려운 흡습신공도 따라한다고? '

점백의 이마에 당황한 흔적이 스쳐갔다.


아이가 “스파이더맨 장갑모드”하고 외치면서 손을 바위쪽으로 뻗었다. 그러자, 붉은 금속 장갑으로 덮힌 손에서 거미줄이 나와서 비슷한 크기의 바위를 덮었다. 그건 붉은 금속성 줄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내 금속성의 거미줄이 바위를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그건 하도 눈깜짝할 사이여서 어떤 면에서 효율은 점백의 흡습신공보다 빠르고 좋아보였다. 사람들이 조금 전보다 더 큰 박수소리를 냈다.


그 순간, 점백이는 깨달았다. 자신의 고유한 무술이 현대사회에서는 아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제야 나머지 2명이 왜 10년의 수련을 더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비로소.

사람들은 뭐가 더 없냐는 듯한 표정으로 점백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점백은 갑자기 휴즈가 나간 로봇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너무 놀란 탓이었다. 

놀란 점백을 나 두고 사람들은 수군거리면서 제갈길을 갔다. 


텅 빈 공터에 점백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역시 인생은 소통이 중요한 것이었다.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

자신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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