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낳은 후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오랜시간 외롭고 우울했다.
겉으로는 웃고있었지만 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다. 슬픔은 부풀어올라 누군가 건드리면 곧 울음으로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차라리 그렇게 터져나왔으면 상처는 아물 수 있었을 것이다.
곪은 상처는 터지지 못하고 악화됐다. 멀쩡한 부분까지도 상처로 물들였다. 사랑을 나눠주기보다 갈구했고, 상처를 감싸안은 채 고통에 골몰했다.
아이를 낳은 뒤 사랑을 나눌 사람이 많아졌다. 어쩌면 자연스레 내 안에서 사랑이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며 사랑이라는 감정도 늘어난 것 같다.
아이들의 첫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사랑의 샘이 생겨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마치 사랑으로 이루어진 존재 그 자체인 것처럼 내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다. 사랑의 상호작용 속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다.
아이들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면서, 그 대상이 하나씩 늘어났다. 그동안 내게 과분한 사랑을 준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나의 남편, 시어머니 시아버님. 우리 쌍둥이 딸들. 모난 마음을 품은 내 곁을 지켜준 친구들. 어느새 나는 사랑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사랑해. 고마워.
요즘 나는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말할수록 이보다 더 중요한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 고마움을 느끼니 부모님께도 감사하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의 나를 일굴 수 있었다.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났고 예쁜 두 딸을 낳았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내 삶은 선택할 수 있다. 상처는 흉터로 남을 수밖에 없지만 그 흉터를 더이상 아프지 않게 바라볼 수는 있다.
나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남들이 감탄할 정도로 내면이 성장한 사람도 아니어서 부모님을 용서했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용서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래도, 이 한마디를 부모님께 전하고 싶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