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전해주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
너무 예뻐요. 친구 선물로 하나 사고 저도 하나 살게요!”
그날도, 난 묵묵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볼펜을 고르는 손님이 딸깍딸깍 연신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메모지를 보던 손님이 헤죽헤죽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보다 문구가 더 잘 팔리는 건 뭘까?’
북카페를 열기 전엔 문구류는 단지 ‘보조 상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보다 먼저, 문구 코너를 둘러보고
볼펜, 스티커, 메모지, 다이어리를 고르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물건을 고르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작은 즐거움을 고르고 있었다.
사실 내가 매장에 준비해두었던 문구류는 조금 특이했다.
직접 써보고 좋았던 문구류만 선별해서, 하나하나 사연을 붙여 전시해두었기 때문이다.
귀여운 일러스트, 컬러풀한 색감, 위트있는 문장 하나가 적혀있는 메모지를 고르며,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정말로 사람들은 그걸 사러 왔다.
“사장님, 이거는 얼마예요?”
"이 볼펜 진짜 잘 써져요?"
"이 다이어리는 한달씩만 사용할 수 있나요?
문구 구경을 핑계로 북카페를 자주 찾던 단골들은 어느 순간 커피를 기다리며 문구점 처럼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내리면서도 그 모습이 자꾸만 신기했다.
어느 날 밤, 나는 다이어리를 하나 집어 들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혼자 생각했다.
“책은 1만 5천원짜리 하권 팔기도 어려운데,
왜 1만 5천원짜리 다이어리는 잘 팔리는 걸까?”
그 순간 머릿속에서 번쩍였다.
아,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즐거움을 사는 거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혹시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았는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지만, 기분이 좋아지려고 지갑을 열어본 적.
그게 바로 문구의 힘이었다.
책보다 더 쉽게, 더 구체적으로 빠르게 즐거움을 만들어주는 도구.
그 문구들을 보면서 나는 소비자들이 어떤 경험을 원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문구를 더 진심으로 보게 됐다.
가격이 아니라, ‘이 문구가 잘 팔리는 이유’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블렌딩 티를 기획하게 된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차(tea)라는 것도 누군가에겐 아주 흔한 상품이다.
온라인에서도 쉽게 사고, 마트에서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차를 ‘누가 만들었고, 어디에서, 누구에게 샀는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내가 티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이 차를 마시는 순간,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잠시 멈추어 좋았던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것.
결국 좋은 제품이란 스토리였다.
품질 좋은 원재료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성비 좋은 가격이라는 말 한마디로도 부족하다.
그걸 만든 사람의 마음, 그걸 만난 장소, 그걸 고르는 사람의 표정까지 모두 어우러져야 비로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물건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그런 물건을 많이 만들고 싶다.
사람들에게 일상속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한 무언인가.
그 시작이 다름아닌 북카페의 작은 문구 코너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