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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미야니 Dec 05. 2020

쫑알이 엄마 구구절절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많아서

일하는 엄마와 떨어져 있는 한 시간이 하루라는 딸과 살고 있다.

일하는 엄마라서? 

무슨 이유에서든 엄마와 떨어져 있는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딸, 그렇다 보니 그 부재의 한 시간이 하루라는 '띵언'을 만들어 놓고 헤어졌다 만나기만 하면


"엄마 안아줘! 보고 싶었어! 엄마와 떨어져 있던 한 시간이 하루잖아"


처음에는 어찌나 애잖하던지 가슴이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안아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듣기 싫은 문장이 되어 가고..... "채죠(딸의 별명) 엄마랑 헤어진 지 24시간 됐어"..."나에겐 1시간이 하루잖아"...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그 해석법을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라고 시작해서 또 서너 가지 이유를 덧붙이는 딸을 보고  '그래 맞다... 너  쫑알이였지'...



나의 딸 채죠는 쫑알이, 쉴 새 없이 만나는 순간부터 아니지 눈 뜨는 순간부터, 안방으로 와서는 남편과 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엄마 잘 잤어? 나는 오늘 꿈을 꿨네... 안 꿨네.."부터 시작! 다시 밤이 되어 잠들 때까지 온종일 나만 만나면 쫑알대기 일쑤다. 그녀를 보면서 느낀다...... 내가 얼마나 쫑알 쫑알이 인지... 딸이 그렇게 말을 이리저리 잘하는 이유는 사실 어려서부터(23살에 대학원을 유아교육으로 진학했던 나머지 이론과 실제의 갭을 알아차리지 못한 무지함) 유아교육을 어설프게 공부했던 터라 아이들에게 혼내지 말고 낮은 목소리로 아이들이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배웠고 그것을 정말 열심히도 무식하게 실행에 옮긴 탓에.... 매 순간 모든 상황을 그럴 것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 공부를 그렇게 받아들였고 정말 이를 악물고 옹알이하던 애기 시절부터 그렇게 설명을 길게 길게 차근차근 열심히 말해주기 시작했었다.

그게 나의 구구절절 생성기가 아닐까 싶다?



여러 그룹속 단톡에서나 상담을 할 때, 질문 혹은 나의 의견을 묻고자 할 경우  나의 대답엔  yes or no  란 없다. 기본이 최소 500자 이고 문자든, 톡이든, 면대면 상담이든 무엇이든 구구절절 설명이란 걸 해줘야 했던 것이다. 세상 모든 이들이 나의 설명을 길게 들어야만 이해하는 아가들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매일 듣고 자란 그 아기 둘은 13세, 10세가 되도록 그들에게 나는 화를 내기보다는 기다려주고 (기다리는 동안 너무 힘들었을 나의 속내야...칭.찬.해) 충분히 알아들을 때까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다 보니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구구절절이'가 되어 버린...

내 주변에 모든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나를 아는 분들은 아마도...순간 순간..왜 이렇게 까지? 설명을 해주지? 말이 많지? 하셨을 분들께, 피로감을 이 자리를 빌어 "미안 합니다.")... 물론 그 사이 어설펐던 공부도 전공을 두 번이나 바꿔가며 더 찐한 깊이를 뽐내기 시작했으니 아는 게 많아져서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진 구구절절이 그야말로 그 '쫑알이' 엄마 '구구절절이' 탄생...



언제부턴가 또 다른 시각에서 "멀 굳이 그렇게 까지 구구절절 얘기해"란 소리에... 소심 해지는 나의 말과 마음이 점점 yes or no 식의 대답을 부추겼고 그로 인해 내 삶도 조금씩 척박해져 가고 있었다. '척박'이라고 쓰고 '심플'이라  여기고 싶었는지도... 혹은 매너리즘에 빠져 길게 말하지 않아도 너희들 나 알잖아?! 나 몰라? 내 맘 몰라? 식?으로 변해 갈 뻔했다.

실로 나는 많은 분야에서 또 많은 대상들을 만나는 상담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의 니즈를 읽어내고 솔루션과 차시별 진행방향을 설명하려면 구구절절이 아닐 수 없었는데... 어느새 내가 나에게 지친 건지 아니면 나와 같은 쫑알이,채죠와의 육아 생활에서의 힘겨움을 느끼게 된 건지 점점 줄어드는 불성실한 답변속의 불성실한 나의 태도를 읽어버리게 되었다. 삶의 필요 부분에서 시작된 갖가지 부연 설명, 구연동화, 재연 상황까지도 구구절절 자세하게 말해주던 상담사, 제자들 사이에선 나를 지친 인간 부스터로 생각해주는 스승인 나를 찾는 그들에게 가장 나다운 건 구구절절 멘트와 쫑알 거림이었을 텐데 말이다.


네가 짧게 말해도 충분히 너의 마음을 다 안다는 식이거나 혹은 왜 그렇게 구구절절 말해? 라고

충고 하는 몇몇 귀차니즘이 충만한 지인들 덕분에...


찐한 나의 구구절절  위로와 격려흐렸던 앞이 보여요.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함께 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선생님이 제1번이십니다.

라고 말해주는 이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뻔했다. 더불어 내가 줄어드는 말수 만큼 같이 말수가 적어져 어느새 눈치만 보며 컸을지 모를 나의 두 아이를 볼뻔했다. 아휴 끔찍해!

엄마가 다 받아줄께....계속 하자 쫑알이~!

나의 구구절절이를 닮아 쫑알이가 된 채죠


나의 구구절절 함에는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이고 그녀의 쫑알 거림에는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알려주고 싶은 일상들이 많아서 다 말해주고 싶어서였을 텐데..... 그렇게 해주고픈 것들이 많은 가장 나다운 나를 잃어가면서 쫑알거림과 구구절절의 태도를 버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고하고 싶은말이 있는데...

요즘 유행어 같은... 그 말... 나를 잃어가면서 까지 그들에게 나를 맞출 필요는 없으니까 "빠염"
정말 그런 이들에게 나를 맞추다간 내 밥벌이까지 이별 당할 수 있으니까 진정 빠염!


직업상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그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봐야 알 수 있는데 그들이 말을 많이 하게 하려면 그들도 어디선가 들은 말솜씨가 있어야... 구구절절해 진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10여 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구구절절 해졌고... 가장 나답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직업병이라고 구구절절 변명하면서 >.<


 항상

 "우리 아이는 말이 없어요"...  

 "집에 오면 말을 안 해요"...

 "저랑은 말을 하려 들지 않아요"...

라고 힘들어하시는 부모님들께 '어릴 때 아이들이 하는 말에 반응이 없으셨던 거 아니세요?'  어릴 때 '말 좀 줄여라~!' 하신 건 아니세요?!'라고 반문하던 내가...


그 잘난 잔소리 좀 해대는 몇몇 지인들에게 이제는 말수도 적어지고 구구절절하지 않는 변한 나를 보여주고 싶은 못난 욕심에..... 쫑알이가 훌쩍 커서 어느 날 말없이 자기 방 문을 닫고 들어가는 날... 오늘의 쫑알거림을 그리워할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은 딸내미의 쫑알거림을 다 들어주고 또 구구절절 맞장구 쳐줘야 하는 힘겨운 마음에 써 내려간 이 글이 먼 훗날... 날 웃게 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계속 쫑알거려주세요! 나의 채죠느님

엄마없는 한시간이 하루라는 쫑알이 함 보시죠...엄마가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쫑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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