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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미야니 Dec 23. 2021

집밥 안정제

작은 소소한 일상 모여 정서적 안정감이 되는

거창하게 논문을 쓰고 싶었다.


집밥이 너무 소소해서 너무 하찮게 여겨지는 게 싫어서 수치화하고 문서화해서 인증받은 증명서라 여기는 논문이란 무거운 단어에 싣고 싶었던 것 같다. 인정받고 싶어서... 그래서 내로라는 하는 신촌 한복판 대학원에 진학도 해보았고 안암동에 있는 그 양대산맥 대학원 원장님과 수 차례 면담도 해보았으나 뾰족한 수도 없었을뿐더러 그다지 집밥이라는 키워드 자체에 관심을 갖고 계시지 않는 것을 확실히 느끼며 이번엔 확실히 가능할 것 같은 학교에 박사과정 지원과 동시에 담임교수님을 찾아뵙고 집밥, 인성에 대한 논문 주제를 정말 최선을 다해 마지막 제안일 것처럼 떠들었다... 결과는 같았다. 그에 그 학교로 올 경우 통계 가능한 교육 관련으로 논문 주제를 잡고, 집밥과 인성으로는 책을 내보는 게 낫겠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때 딱! 떠오르는 내 머릿속 지우개 가루들이 뭉쳐 떠오른 '브런치' 맞다! 브런치 작가였지?! Y 대학원 K 대학원..... 어제는 S대학원까지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난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논문을 고집했었던 것일까? 정답은 내 안에 있었는데... 누구에게 보이고 싶었고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일까? 내 2년을 고스란히 대학원 논문 써줄 교수님 찾는데 소비하고 보니 비로소 내가 이 분야 박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는 '브런치' 작가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는 그 시간에 내가 한 달에 하나씩만 집밥 안정제에 대한 글을 썼다 하더래도

24개월이니 24개 목차가 나왔을 건데.... 그 사이. 나는.... 무엇을 한 거지?


다행히 사람을 얻었다.


Z는 쿠*이츠와 사과 한 조각, 떡, 뻥튀기 혹은 커피로 자신과 아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곤 했었는데 정말 나의 도시락 구애 끝에 매일 저녁 손수 차린 한 가지씩 반찬을 보내주는 노력과 아침에 꼭 밥 한 숟가락이라도 떠먹으려는 이제는 제법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내 사람 1


L 집밥을 해 먹지는 못해도 나로인해 집밥의 영향을

확신하게 되었고 심지어 사업 아이템으로 '집밥의 힘'이라는 키워드를 생산했다. 사업이 잘될지 안될지는 몰라도 그에게 그런 인식을 심게 해 준 나는 나의 생각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며 더욱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진 내 사람 2



Y그의 식단은 대기업 대기업을 외치며 대기업 봉지를 꺼내 데워서, 반찬은 배달시켜 먹으면서 시간 분배 전혀 없이 아이들에게 내어주던 아무 시간 밥상을 제때 맞춰 꼭 한 가지씩 재료를 섞어서라도 손수 해주려고 지지고 볶는 요리로 바꿔 인증샷 보내주고 출근하는 내 사람 3



M은 애가 셋임에도 아침엔 오예스와 우유, 저녁엔 배 M vip 답게 시켜먹고 배 튕기며 잠들었던 어린 엄마다.그랬던 그녀가 동태전으로 보이는 계란말이 했다며 쑥스러워하고 설탕 넣은 콩나물 무침도 그럴싸하게 하며 인증샷 보내기 삼매경에 빠져 함께 집밥 안정제를 부르짖어 주고 있는 내 사람 4



D는 혼자 살기 익숙하던 욜로 라이프의 여신으로 만나 어느새 5개월 차 임산부가 되어서 인지 시장 가서 반찬거리 사 왔다며 집밥 스따뚜! 를 외치며 뚝딱뚝딱해내 인증샷들을 보내주며 아가한테 미안해서라도 반찬 해 먹는다는 내 사람 5



J는 집밥 집밥 노래 부르는 내 덕에 조그마한 밥솥도 사고 계란 프라이부터 해 먹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는 혼자 사는 아름다운 싱글녀는 집밥에 어울린다는 김을 발견했다면서 여기저기 집밥을 권유한다는 말과 함께 김 선물을 해가며 집밥 예찬에 합류 의사를 확실히 밝힌 내 사람 6



K는 나와의 첫 만남부터 집밥 안정제의 격한 공감과 더불어 남들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할 만한 S 대학생, 제대한 아들이 있다. 제대를 기점으로 지금부터 진짜의 안정과 어른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심신을 챙겨야 한다며 지금부터 라도 손수 밥을 차려주겠다는 일념이 생겼고, 그로 인해 하던 사업을 모두 접고 아들과 함께 알콩 달콩한 밥 사진을 소셜 계정에 올리며 다 큰 아들 어른 수업에 깊숙이 빠져있는 내 사람 7


집밥 안정제의 가장 큰 공헌이라 말할 수 있는 나의 고등 동창 H는 어쩜 매일 밥상 메뉴를 말하지 않았는데도 항상 똑같은지(제칠 음식 위주니 별수 있나...) 서로의 밥상 사진을 보내주면 '우린 오늘도 같아!'라고 말하는 친구 S.M-J.H 잘 나가던 압구정 수학학원 부원장에서 내려와 아이들 밥상에 올인하며 보낸 세월이 현재 중3 아들의 전 학기 전교 1등(올백)이라는 안정제 8 인증컷을 남기고 있다.



학술지에 실릴 엄청난 글들보다 더 큰 재산이 되어줄 내 사람들이야 말로 나의 지난 시간들의 최고의 산물이 아닐까?


8로 끝? 아쉽다?... 계속되는 집밥 안정제 글 안에 나의 소중한 재산들을 모두 소환해 낼 예정이니...

나의 패밀리들 기다려!
그리고 그 안에 가장 큰 나의 산물들  Y & J! 바쁜 엄마를 대신해 동생에게 김치볶음밥을 선물하며 온라인 클래쓰때는 척척 혼자 밥도 잘해 먹고 동생 간식까지! 준비해주는 집밥 안정제 진짜 결과물로 성장하고 있는 아들!

요리사 할까? 하며 너스레 떨 수 있는 저 아이의 여유가 나는 집밥 에서 나왔다고 굳게 믿고 있다.
고마워.... 아들

가장 감동의 순간을 '요즘 엄마 힘들어 보인다며'... 퇴근 시간 맞춰 저녁을 차리고 있던 아들
나의 퇴근 시간을 항상 아이들

저녁을 손수 차릴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일생을 보낸 나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자 산물이

아닐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저 날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업무에
퇴근 시간이 2시간이나
늦어진..... 때라

아이들에겐 미안하고
나에겐 배가 고팠던 시간이었는데
그런 미안하고 고픈 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바꿔준
집밥 먹고 자란
중1 Y의 성장일기



아직 어린 둘째 딸내미는 내가 글을 쓰는 것 마냥 랩탑을 끼고 글 한 줄을 썼더랬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내가 집밥을 고집하게 된 첫 번째 이유 바로 둘째 딸... J







그런데 24개월이 아닌 수년을 설득하고

옆에서 만날 집밥을 해줘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는 산이...먼 산으로 느껴지는 (부) 산물이 하나 있으니...

그렇게 한 집에서 한 이불 덮고 사는 C 씨

그래서 내가 그렇게 논문으로 증명해 보이려고 한 건가?...

그래서 그렇게도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걸까?...

#집밥 안정제

(feat. 집밥 안정제에는 현재 상표출원, 브랜드 등록, 상호등록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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