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를 찾기
책 쓰기의 시작은 주제를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 주제를 잡자고 하면 누구나 막연해한다. 가볍게 '나'를 중심으로 마인드 맵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출발이다. 아이들이 완성한 결과를 보면 A4 용지에 빼곡하게 나를 찾는 지도를 완성한 학생들이 있는 반면, 서너 개의 단어 정도로 마무리하고 더 나아가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스무 명의 아이들의 마인드 맵의 내용을 보면 비슷하다. 학교생활이나 게임, 친구, 가족, 교실 등으로 카테고리를 만들면 끝이 난다. 세부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우선, 흔하고 뻔한 카테고리를 각자의 영역으로 만들어준다. 한정된 영역의 내용이 나만의 것으로 특별해지는 방법을 얘기해 주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나'가 있어야 한다.
학교 생활이라면, 무엇이 왜 어떻게 특별하게 다가오는지를 찾도록 물어야 한다. 학교생활의 로망이 있었는지, 학교에 오는 기쁨은 무엇인지,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것도 좋다. 친구가 좋다면 어떤 성격이나 말투, 좋아하는 행동이나 습관 등에 대해 방향을 뻗게 하는 것도 좋다.
친구관계에 대한 것이라면, 친구와 우정을 나누었던 사례 등을 찾는 것도 좋다. 가까워진 계기, 이전의 만남,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 매력을 드러내는 포인트 등으로 확장해도 좋다.
게임이라면, 어떤 게임인지, 게임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왜 그 게임에 열광하게 되었는지. 게임의 흐름이나 캐릭터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나라면 어떤 방향으로 전개하고 싶은지, 캐릭터는 어떤 특성을 가졌으면 좋겠는지. 구축하고 싶은 세계를 간단하게 묘사하거나 캐릭터를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캐릭터의 능력치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적는 것도 괜찮다고 안내한다.
간혹 정치에 관심이 높은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민주주의라든가 공산전체주의 등의 최근 이슈가 된 사상을 쓰겠다는 친구도 있다. 들어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아 민주주의가 뭔지, 공산전체주의는 뭔지 물어보면, 엉뚱한 답변이 나오지만 관심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정확한 개념 정립이 중요하다는 점은 꼭 얘기해야 한다. 스스로 정립된 생각이 아닌 주변 어른들의 대화를 통해 입수된 불투명한 정보를 통해 내면화한다면 잘못된 시각을 갖게 될 우려가 크다. 이럴 땐 다른 의견이나 생각도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직은 기본이 잡혀 있을 나이도 아닐뿐더러 앞뒤도, 두서도 없기 때문에 어렵고 민감한 주제는 피하도록 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로 방향을 잡는 친구들도 있다. 농구나 축구 등에 관심을 갖고 있고 실제로 친구들과 게임에 참여하면서 전문적이진 않아도 경기의 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 자신의 운동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터넷 등을 검색해서 스스로의 몸에 적용한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경기의 룰을 정리하고 싶다고 하거나 훈련 방법을 책으로 쓰고 싶다고 말한다.
경기의 룰은 확정된 정보다. 그걸 포털의 백과사전이나 지식 검색을 활용해서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글도 스스로 경험한 것만큼 생생한 것이 없다. 경기을 한 경험, 어떤 기술을 내게 적용하기까지의 과정, 힘들었던 점이나, 자신이 승리했던 경기를 돌아보며 리뷰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글쓰기가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전달한다.
남학생의 경우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스포츠 리그에 대한 것이나 경기 운영의 절차 같은 내용은 내 머리에서 나온 글이 아니다. 내용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명백한 표절이 될 가능성도 크다. 저작권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으로 잘 모아 정리한 것을 자기 글이라고 하는 것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스포츠 외에도 과학이나 수학의 이론이나 개념, 예를 들면 상대성 이론 같은 주제로 글을 쓰겠다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좋은 사례도 있다. 판타지나 로맨스 소설을 쓰겠다고 하거나 게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경우다. 그 친구들에게는 아낌없이 칭찬한다. 짧은 시를 짓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비교적 쉬운 접근 방법이라 적극 권장한다. 이때 내용과 관련된 사진이나 삽화를 첨부해서 내용의 이해를 돕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를 찾는 활동을 많이할수록 주제찾기는 완성된다. '나'를 알아야 글이 나온다.
한 차시 두 시간 수업으로 활동은 마무리하지만, 다음 시간에도 그 다음 시간에도 매 차시 거듭 강조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 느낌,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각자의 글쓰기 주제가 완성되는 것은 3, 4차시 수업이 끝난 이후가 된다. 그때까지는 학생 개개인과 1:1 수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해야 주제 잡기가 완성될 수 있다.
주제를 잡기 위한 시작은 '나'를 알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지? 이름, (함께 사는) 가족, 생년월일은 기본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외모를 상세히 묘사하거나 신체의 비밀이나 배꼽의 점까지. 남들과 다른 특징, 버릇, 습관, 행동 등을 떠올려 정리하는 것도 좋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 행복하고 어떤 것에 우울한지. 어떤 장소가 편안하고 혹은 불안한 지까지.
그런 것들을 짧은 문장으로 나열하게 한다. 나만의 특징을 모아 정리하면 곧 소중한 '나'가 된다. 그냥 자기를 소개하라고 하면 쑥스러워하면서 뻔한 것만 나오지만, 이런 활동을 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참고한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옮긴이 김소연) <이게 정말 나일까?>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수업활동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생각에 집중하느라 소진된 정신력을 잠시 쉬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책을 읽은 것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특별하게 표현해 보는 것도 좋다. 여기에 꾸미는 말을 넣는다. 부사어나 관형어를 자주 사용하면 문장을 산만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활동에서는 '나'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모든 활동을 마친 후에는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쓰도록 지도한다. 무수히 많은 '나' 중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하게 만드는 '나'를 소개하는 활동이다. 특별히 잘 표현하는 학생에게는 책쓰기의 관점으로 시야를 확장하게 할 수도 있다. 책쓰기를 어떤 관심에서 출발했는지, 어떻게 완성하고 싶은지 쓰게 하면 책의 저자, 작가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로 완성된다.
2차시에서 완성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다음 차시까지의 과제로 부여한다. 이 소개는 자신의 글 앞에 작가로서 소개되는 글이라는 것을 얘기해 준다. 작가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도서관에서 다른 작가들의 저자소개를 참고하면 좋다는 팁도 활용할 수 있다.
책쓰기 수업의 첫 시작으로 주제 찾기과 결과물로 나오는 작가 소개하기는 책쓰기에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치 지금부터 작가로서 시작이라는 출발점을 짚어주기도 하고, 더불어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